- 8강전 직후, 숙소로 향하던 매탄고 4년 선후배
- 선배(조명우)가 운전하고, 후배(정예성)는 조수석에
- 4강전을 앞둔 두 선수의 솔직한 심정은?
“(정)예성이를 응원했는데, 4강전에서 만나네요.”(조명우)
“(조)명우형과의 대결 꼭 이길거에요. 그러면 누구와도 자신있게 붙을 수 있을것 같아요.”(정예성)
“뭐? 저도 지지 않을 겁니다. 하하”(조명우)
한국당구 ‘사관학교’로 군림해온 매탄고등학교 4년 선후배 사이인 두 선수가 나란히 ‘2023 서울3쿠션월드컵’ 4강으로 향했다.
대회 8강서 조명우는 ‘작년 대회 2위’ 차명종(인천시체육회)을, 정예성는 독일의 강호 마틴혼을 각각 15이닝만에 물리쳤다.
두 선수의 8강전 애버리지는 무려 3.333. 이처럼 매서운 기세의 조-정 매탄고 선후배가 대회 준결승 무대에서 서로 맞닥뜨리게 됐다.
8강전 직후인 11일 저녁, 본지와 연락이 닿은 조명우(서울시청, 실크로드시앤티)와 정예성(서울당구연맹)은 숙소로 향하는 길이었다. 선배(조명우)가 운전하고, 후배(정예성)은 조수석에 탄 상태였다.
당장 다음날 서로를 향해 큐를 겨눠야 할 처지의 두 선수. 그럼에도 인터뷰 중 느껴진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매탄고 선배 조명우(2014년 입학)는 후배 정예성(2018년 입학)의 월드컵 개인 최고성적(기존 32강) 경신을 축하했다.
정예성이 32강 C조 마지막 경기에서 브롬달을 2점차(40:38)로 꺾을 때도 대회 현장 관중석에서 “화이팅” 외친 뒤, 승리가 결정된 후 “잘했다”며 칭찬하던 조명우였다.
이런 선배의 축하에 정예성은 인터뷰를 통해 감사함을 표현했다.
또 조명우만큼이나 정예성의 호성적을 축하해준 이가 있었다. 조명우와 정예성의 매탄고 스승인 한춘호(매탄고 당구부) 코치다. “정말 기특하고, 대견하다”는 한춘호 코치의 축하연락을 받고는 “정말 기분 좋았다”고 뿌듯해 했다는 정예성이다.
이처럼 축하와 격려가 오고 간 좋은 분위기에도, 두 선수가 당장 다음날 경쟁관계에 놓인 처지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명우는 후배와의 대결이 “부담이 안된다면 거짓말”이라며 “그러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선수의 월드컵 무대 맞대결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정예성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언젠간 만날 상대였다”며 “현 성적에 무척 만족하지만, 욕심이 생긴다”고 정예성은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만약 (조)명우형을 4강서 이긴다면 누구든 붙어 이길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며 “이기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표현했다.
후배의 승리에 대한 열망을 바로 옆에서 듣던 조명우가 휴대전화 넘어로 웃음기 가득한 말투로 이렇게 외쳐왔다. “저도요!”
“꼭 이기겠다”는 후배 정예성, “나도 그럴 것”이라는 선배 조명우. 서울월드컵 4강서 성사된 ‘매탄고 4년 선후배 매치’ 끝자락에 누가 웃게 될까. 12일 펼쳐질 서울월드컵 조명우-정예성 4강 대결에 당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