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현역 PBA 2부(드림투어)리거 김영원. 올해 초, 이소년이 경험한 ‘1부의 맛’은 씁쓸하면서도 짜릿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 3부(챌린지투어)에서 빼어난 성적(3차 4강, 4차 8강 등)을 올리던 김영원은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2022/23시즌 1부 7·8차전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받게 됐다.
그의 1부 데뷔전 상대는 ‘강호’ 다비드 자파타(32). 김영원은 명성에 개의치 않고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결과는 완패(세트스코어 0:3)였다. 이어진 투어 상대는 대선배이자 ‘PBA 간판급 스타’ 조재호(43). 여론은 조재호의 무난한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김영원은 4세트를 넘어 승부치기에서 승패가 결정될 정도의 접전을 그려냈다. 더욱이 김영원에게 패배를 안긴 조재호의 마지막 승부치기 샷은 ‘럭키샷’이었다. 예상못한 행운의 승리에 당시 조재호는 멋쩍은 웃음을 보이기도.
이를 통해 김영원은 적잖은 수확물을 획득했다. 먼저, 자신감이다. 조금 더 나은 자신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연습에 박차를 가하는 데 있어 훌륭한 원동력이다. 또 더할나위 없는 당구 선생님이 생겼는데, 바로 조재호다. 치열한 전투 후에 ‘27살 차이’ 두 선수는 사석에서도 연을 이어가고 있다.
김영원은 덤덤하지만 어미가 또렷하게 들리는 말투로 인터뷰에 임했다.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언젠가는 (비교적)제 또래중 최고의 선수인 조명우 선수와 붙어보고 싶다”는 당찬 생각도 전했다.
Q. 올해 초 1부투어 참가 후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다고.
A. 몇몇 분들이 “경기 중계를 봤다. (패배해서)아쉽다”고 하시더라.
Q. 1부투어 출전 후 소감은.
A. 부담없이 임했었다. 특히 (조)재호 삼촌과의 경기가 그러했다. 저는 이제 막 밑에서 올라오는 선수니, 져도 본전 아닌가. 다만, ‘최선을 다해서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각오는 있었다. 그래서 세트스코어 0:2로 끌려갈 때에도 멘탈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결국 승부치기까지 경기를 끌고갔다. 물론 져서 아쉽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허탈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 당구를 좀 보여주고 내려왔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Q. 조재호, 사파타와 대결 후 얻은 것들이 있다면.
A. 제 정신력이 아직 조금 약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경험이 부족해 생기는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이를 다듬고 있다. 긴박한 순간에는 눈 감고 명성하면서 마인드 콘트롤을 하려고 하는 편이다. 재호 삼촌과의 경기에서도 몇 번이나 했다.
Q. 8개월 전 상대선수였던 조재호 선수와 사적인 친분이 생겼다고.
A. 경기 이후로 재호 삼촌과 친해졌다. 개인적으로도 당구를 배우고 가고 있기도 하다. 같이 밥도 먹고. 하하. 그 외 시간에는 대게 집 근처 성북 PBC 당구장에서 개인적인 연습 시간을 갖는다.
Q. 하루 연습시간은.
A. 매일 10시간 정도 연습한다. 최근에는 타격 후 특정순간에 멈추는 간결한 스트로크를 습득하려고 노력중이며, 실전감각을 쌓기 위해 하루에 7~8게임을 치고 있다.
Q.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당구를 시작했다고 하던데. 초기에 누가 당구를 가르쳐줬나.
A. 애초에 당구에 대한 재미는 아버지를 따라 당구장에 다니다가 알게 된 것이다. 선생님은 해커 삼촌과 이태현 선수를 꼽을 수 있겠다. 해커 삼촌은 당구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저를 많이 케어해줬다.
Q. 아버지가 당구선수 아들을 적극 지지해준다고.
A. 그렇다. 아버지는 제 연습이 끝나면 항상 데리러 와 주신다. 그렇게 집에 가는 길에 당구에 관한 많은 얘기를 나눈다.
Q. 또래에 비해 매우 일찍 진로를 결정했는데, 혹시 학업에 대한 생각은 없나.
A. 사실 올해 초에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진학하려고 원서까지 냈는데, 입학에는 실패했다. 서울시에는 저처럼 그 학교 입학을 원하는 운동선수들이 많은데, 연장자 우선순으로 입학된다고 하더라. 후에 재차 입학원서를 낼 생각이다.
Q. 끝으로, 앞으로의 각오와 더불어 대결해보고 싶은 선수를 꼽는다면.
A. 1부만 보고 있다. 하하. 다만,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내가 할 것에만 집중해 연습하고 있다. 연습을 통해 실력을 쌓으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대결해보고 싶은 선수는 비록 지금 PBA 선수는 아니지만, 조명우 선수와 쳐보고 싶다. 그 나이대에선 세계 1등 선수잖나. 한 번 넘어보고 싶다.
(이상연=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sunbisa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