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드롱이 PBA를 포기할 수 있었던 이유

 

 

PBA와의 협상 결렬로 작년 7월 PBA를 떠났던 3쿠션황제 쿠드롱(벨기에)이 어제 호치민월드컵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UMB는 이례적으로 PBA 이적으로 인한 서스펜션(suspension, 출전정지)을 쿠드롱에게 해재해줬다.

쿠드롱은 벨기에당구연맹을 통해 호치민월드컵에 출전등록을 해놓은 상태여서 많은 팬들이 쿠드롱의 경기를 다시 볼 수 있게 될 것을 기대했다. 드디어 5월 20일 PPPQ 예선에서 쿠드롱을 볼 수가 있었다.

쿠드롱은 정식 당구경기에 거의 1년만에 출전해서인지 예전의 기량을 전부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스트로크와 물 흐르는 듯한 리듬감으로 우아한 3쿠션의 궤적을 그려냈다. 한국의 이동한과 오명규를 상대로 가볍게 2승을 거두고 PPQ에 진출했다.

 

호치민월드컵 PPPQ 예선에 모습을 나타낸 쿠드롱, 예전의 기량을 완전히 보여주지는 못햇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스트로크와 물흐르는 듯한 경기리듬을 보여주었다(사진 : 파이브앤식스).

 

기자의 예상으로 쿠드롱은 무난히 본선에 진출할 것은 물론, 16강 진출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그 이상의 성적은 신의 영역이다. 쿠드롱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세계대회 8강에 매번 올라가는 선수는 없기 때문이다.

 

쿠드롱의 왼쪽 가슴에 붙어 있는 쿠드롱팁 패치

아프리카TV로 생중계된 쿠드롱과 이동한의 경기장면을 유심히 살펴보니 쿠드롱의 왼쪽 가슴에 처음 보는 패치가 붙어 있었다. 바로 쿠드롱팁의 패치였다. 그동안 쿠드롱이 PBA를 떠난 이유를 궁금해했던 기자의 의문이 모두 해소되었다.

 

쿠드롱의 왼족 가슴에 붙어있는 쿠드롱팁 패치 – 형상화한 자신의 얼굴이 큼지막히 그려져있다.

 

이제 쿠드롱은 사업가로 변신한 것이다.

쿠드롱은 그동안 김치빌리어드와 10년 계약을 맺고 자신의 초상권과 영업권한을 김치빌리아드에게 제공했다. 둘 사이의 계약내용은 알려진 바 없으나 계약 기간 중 PBA가 출범했고, 쿠드롱은 최소 연간 3억~5억원 이상을 벌어왔다.

몇년이 지난 후, 쿠드롱은 그간 받지 못한 돈이 있다고 주장하며 PBA에 이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했고, 이에 PBA는 ‘쿠드롱과 김치빌리어드’와의 계약기간에 대해서는 PBA의 관여사항이 아니라며 발을 뺐다. 결국 쿠드롱은 2022~2023시즌이 끝난 직후 벨기에로 돌아갔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도 쿠드롱과 PBA는 협상을 계속했고, 시즌 중에도 협상은 이어졌다. 이런 과정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기자는 쿠드롱이 다시 PBA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UMB에서 주최하는 모든 대회를 석권해도 받을 수 있는 총상금이 PBA에서 벌 수 있는 연간 최소 3억~5억 정도의 돈에는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인터넷카페에 올려져 있는 쿠드롱팁 홍보물

 

하지만 이는 오판이었다. 쿠드롱은 왼쪽 가슴에 커다란 ‘쿠드롱팁 패치’를 붙이고 호치민에 나타났다. 쿠드롱팁 패치에는 큼직하게 형상화된 자신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쿠드롱은 이제 사업가로 변신한 것이다.

쿠드롱은 과거에 김치빌리아드에서 제조한 쿠드롱팁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김치빌리아드와 이별하고 자신이 직접 OEM으로 ‘쿠드롱팁’을 생산하고 있는 쿠드롱은 이제 힘들게 동양문화권에서 PBA팀리그를 뛰지 않더라도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듯 하다.

부디 쿠드롱의 사업이 성공을 거두기를 바란다. 그리고 UMB무대이든 PBA무대이든 오래오래 팬들에게 멋진 3쿠션황제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래야 쿠드롱팁도 잘 팔릴 것이다.

 

[방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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