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이환희, 성인무대 데뷔전서 ‘랭킹62위’ 꺾어… 다문화가정에 돋은 ‘될성부른 떡잎’

 

 

학생부가 없는 3쿠션 단일 전국대회 일반부에 ‘연습삼아’ 출전한 어린 선수가 덜컥 승리해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데뷔 6개월차 ‘13세 당구선수’ 이환희(경북 구미 금오초교6)다.

이환희는 16일 오후 ‘2024 안동하회탈배 전국 3쿠션 당구대회’ 남자일반부 1차전(256강)서 랭킹62위의 김현호(대구당구연맹)를 맞아 40:35, 5점차 승리를 거뒀다. 장장 71이닝에 걸친 장시간 혈투 끝에 얻은 영광의 ‘성인무대 첫승’이었다.

다만, 이어 돌입한 2차전(128강)은 이종훈(경남당구연맹)에 13:40(39이닝)으로 패했다. 이렇게 ‘전국대회 첫 일반부’ 경기일정을 모두 소화환 13살 선수의 소감은 “선수 아저씨들이 너무 잘 치신다”였다.

이번대회 1차전 승리에 대해 이환희는 “운이 좋아 이겼다”며 “상대 선수 아저씨가 제 실력을 발휘했다면 절대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다소 냉철한 분석을 했다.

패배한 2차전에 대해서는 다소 씁쓸한 미소와 함께 “도저히 공략 불가능해 보이던 포지션이 술술 풀려 화들짝 놀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귀여운 투덜거림도 들려뒀다. 주변 테이블 선수들이 경기 중 자신을 힐끔힐끔 쳐다봐 다소 긴장됐다고 한다. 아마도 호기롭게 일반부에 출전한 초등학생 선수가 일반부 선수들에게 신기하게 다가왔으리라.

한참 성인무대 데뷔전 소감을 전하던 이환희는 고개를 경기장쪽으로 연신 돌려댔다. ‘동갑내기 친구’ 한연우(경북 성주 수륜초교6)를 찾는 눈치였다.

 

‘2024 안동하회탈배 전국 3쿠션 당구대회’ 일반부에 초등학교 6학년인 이환희(좌)가 출전, 1차전서 성인선수를 물리치고 승리해 화제를 모았다. 이환희와 경북당구연맹서 한솥밥 먹는 한연우(우)도 출전했으나 아쉽게 1차전서 고배를 마셨다. 두 선수는 ’13살 동갑내기’ 친구로서 돈독한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이환희-한연우는 작년 12월, 경북당구연맹에 등록하며 당구계에 귀한 초등부 선수의 탄생을 알렸다.

그 전부터 ‘될성부른 떡잎’ 소리를 들으며 촉망받던 두 선수는 지난 3월 ‘제12회 국토정중앙배’ 초등1쿠션에 출전, 결승에서 맞붙어 1등(이환희) 2등(한연우)을 각각 차지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드높였다.

한편, 한연우는 아쉽게도 이번 ‘안동하회탈배’ 1차전서 고배를 마셨다. 이를 이환희는 제 일처럼 아쉬워했다. 그리곤 미소를 싹 걷어낸 뒤 “다음에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먼저 귀가한 친구를 향해 위로의 말을 남겼다.

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이어나가던 이환희의 시야에 할아버지(이용우씨)-어머니(이민아씨)가 포착됐다. 그리곤 곧바로 달려가 그들의 품에 안기며 나이에서 오는 풋풋함을 발산했다.

경북당구연맹에 따르면 이환희의 어머니인 이민아씨는 필리핀 출신 여성으로, 이날 아들의 성인부 데뷔전을 보기 위해 시아버지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고 한다.

인터뷰 후 이환희와 그의 응원군(할아버지-어머니)은 기자의 사진촬영 요청을 흔쾌히 수락해줬다. 3대가 함께한 섬네일 사진은 이렇게 탄생할 수 있었다. 촬영 때 가족들은 수시로 애정어린 말과 눈빛을 교환했다. 이환희가 예상보다 빠르게 ‘전국대회 성인부 첫승’ 코를 꿴 것은 어쩌면 이처럼 따스한 가족들의 사랑이 있어 가능했는지도.

한편, 앞으로도 이환희는 종합대회는 학생부, 3쿠션 단일대회는 일반부에 출전할 예정이다.

 

[안동=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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