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亞포켓볼선수권 U17대표’ 허여림 “휴양지서 즐겼던 당구로 국대까지… 기대반 설램반”

 

 

2008년생, 올해 17살 포켓볼선수 허여림(서울신정고1)은 최근 큐 끝에 기대와 설렘을 가득 담아 샷을 날리고 있다. 그의 국제대회 데뷔전이 임박했기 때문.

오는 22일부터 나흘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2024 아시아 성인&U17 여자9볼선수권대회’(사우디 아시아선수권)가 열린다.

허여림은 이 대회 U17부에 한국대표로 출전한다. 성인부에는 국내랭킹 1위 서서아(전남당구연맹)와 2위 임윤미(서울시청)가 나서는 데, 이들 3명은 사상 첫 사우디 국제대회 공식 파견된 한국선수로 기록되게 됐다.

이처럼 여러모로 의미 있는 대회에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게 된 허여림. 최근 그와 만나 국제대회 데뷔전을 앞둔 소감부터, 가족들의 반응, 대회에 임하는 각오까지 자세히 들어봤다.

인터뷰는 허여림의 연습장인 서울 서대문구 최프로빌리야드클럽에서 진행됐다. 그의 스승인 최인규 감독(사우디에 함께 파견)이 운영중인 클럽이다.

이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컨디션 끌어올리기에 한창인 허여림은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연습의 즐거움도 커지고 있다”며 인터뷰의 운을 뗐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2024 아시아 여자9볼선수권대회’ U17 대표로 선발된 허여림. 요즘에는 대회에 앞서 컨디션 끌어올리기에 한창이라고 밝혔다. 허여림이 자신의 훈련장인 서울 서대문구 최프로빌리야드클럽에서 연습 도중 기자의 사진촬영 요청에 응하고 있다.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올해 17살, 2008년생 여자 포켓볼선수 허여림이다. 현재 고1이며, 학생부 선수로 뛰고 있다. 최근 ‘제12회 국토정중앙배’ 고등부 준우승에 올랐다. 중3이던 작년엔 ‘제18회 대한체육회장배’ 초중등부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한국의 U17대표로 사우디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하는 소감은.

=우선 태극마크를 달게 돼 영광이다. 출국날(20일)만 기다리며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하하. 이 소식을 들은 친구들이 사인요청 하더라. 신기했다.

한편으론 ‘운이 좋다’는 생각과 함께 조금 씁쓸함이 들기도 한다. 선발전 없이 사우디 대회 출전권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참가요건을 충족하는 17세 이하 여자선수가 저 하나밖에 없어 선발전 자체가 취소돼 버렸다.

(허여림이 최근 준우승을 차지한 ‘제12회 국토정중앙배’ 포켓볼 고등부에는 출전한 선수는 남녀 2명씩 총 4명. 우승자 박소율(인천여고부설방통고)은 18세로 U17부 출전불가)

 

딸의 국가대표 발탁 소식에 부모님이 크게 기뻐했다고.

=그렇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조언과 함께 “승패를 떠나 많은 경험을 쌓고 오라”고도 해주셨다.

 

올시즌 직전, 아버지가 딸의 해외 전지훈련지를 물색 중이셨다고 하던데.

=사실이다. 저의 국제대회 출전 등을 염두에 두고 올시즌에 앞서 약 한달동안 훈련할만한 전지훈련지를 알아보시고 계셨다. 그러던 차에 사우디행이 결정되자 아버지께서 크게 만족하시며 너무나도 기뻐하셨다.

아버지는 저의 응원군이자 코치님 같은 분이다. 제 이름이 실린 기사를 발견하면 제게 꼭 보내주신다. 그 가운데 포켓볼 연습에 관한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주기적으로 보내주신다.

 

외할아버지가 당구선수인 손녀딸을 위해 포켓볼 테이블을 구매해 선물하셨다고.

=2년 전에 외할아버지가 사주셨다. 테이블은 현재 우리집(고양 덕양구) 2층 방에 비치돼 있다. 클럽에서 귀가한 뒤 샷 각도를 보는 훈련을 그 테이블에서 한다.

 

이번 사우디 대회에 감독으로 파견되는 최인규 감독(오른쪽)은 허여림의 오랜 포켓볼 스승이다.

 

가족들이 허여림 선수의 꿈을 최선을 다해 지지해주는 셈인데, 그 이유는.

=당구선수의 길을 저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인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족들과 함께 간 동남아 휴양지 숙소에서 테이블을 발견, 큐를 처음 잡아봤다. 그리고 공을 치는 순간, 너무나도 즐겁더라. 수영장 대신 당구대에서 휴가 일정을 다 보낼 정도로.

 

그렇게 가족휴가를 마친 뒤, 초등학교 5학년 입학을 앞둔 1월 경에 최인규 선생님을 찾아와 현재까지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후로 가족들은 저의 든든한 응원군이 돼주었다. 그래서 저의 이번 사우디행이 가족들에게 더욱 기쁘게 느껴졌는지도.

 

사우디행 준비는 잘 돼가는지? 비자발급 과정이 쉽지 않다던데.

=이제 (비자발급에 앞선)최종 인터뷰만 남겨둔 상태다. ‘라마단’ 기간이 종료되는 16일에 인터뷰를 신청, 18일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에 앞서 비자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취합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최인규 감독이 관련 서류더비를 펼쳐보이며 혀를 내둘렀다).

 

사우디 아시아선수권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내 당구 시야를 더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서아 언니와 함께 하는 대회라서 설렌다.

 

“기대반 설램반으로 대회를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밝힌 허여링은 이번 사우디 대회에서 값진 경험을 쌓고 싶다고 했다.

 

서서아 선수와 함께해 설레는 이유는.

=직접 조언을 들을 수 있어서다. 제 나이 때에 어떤 훈련과정을 거쳤고,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등을 자세히 묻고 싶다. (서아)언니를 그간 영상으로만 봐왔는데, 사우디에서는 직접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 언니와는 대회장에서 오며가며 인사만 나누는 사이다. 쑥스러워서 적극적으로 언니에게 다가가진 못했다.

 

마지막 질문이다. 아시아선수권에 대한 각오는.

=좋은 성적을 내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보다 국제 포켓볼 무대에 대한 경험을 쌓고, 국제 수준과 현재 내 수준 간의 격차를 확인할 수 대회가 되도록 한 번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저는 물론, 가족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만약 크게 진다면? 괜찮다. 분명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니까.

 

[서대문=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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