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PBA 첫 제패’ 최성원 “비참했었다. 그래서 세계선수권 우승만큼 기뻐”

  • 5차 ‘휴온스PBA’ 우승직후 [공식 기자회견]
  • 이례적인 격한 감정표현 
  • 4개 투어 내리 1회전 탈락 “비참했다” 고백
  • 준결승 ‘장시간 혈투’ 후 “동생들이 음식 챙겨줘 힘내”
  • “대진운 좋았다? PBA는 누구도 쉽지 않아”
  • “우승직후 돌아가신 아버님 등 생각에 뭉클”

 

 

“간절함이 컸기에, 세계선수권 우승(2014)만큼 기뻤습니다.”

지난 30일 밤, 설마설마했던 최성원의 ‘PBA 첫승→우승’ 스토리가 쓰였다. 23/24 5차 ‘휴온스 PBA챔피언십’ 결승서 최성원이 팀리그 팀(휴온스레전드) 동료이자 ‘스페인 강호’ 하비에르 팔라존을 세트스코어 4:1(15:1, 15:9, 9:15, 15:8, 15:1)로 꺾고, 프로무대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

이에 앞서 올시즌 PBA 데뷔 후 참가한 4개 투어에서 내리 1차전(128강) 탈락, 명성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로 맘고생이 심했다던 최성원이다. 이런 그가 이번 5차에서 ‘프로데뷔 승’에 이어 결승까지 내달린 끝에 드라마틱한 우승 스토리를 썼고, 이는 당구인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날 우승이 확정되자, 평소 경기 중에는 감정표현에 인색한 최성원이 이례적으로 기쁨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격하게 포효했다. 이 감정은 5차투어 시상식 직후 기자회견서장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회견서 그는 “극심한 맘고생의 시간들이 (이번 우승으로)보상받는 듯해 기뻤다”면서, 인터뷰 말미에는 “돌아가신 아버님, 그리고 어머님이 생각났다”고 잠시 부모님에 대한 깊은 생각에 빠지는 듯 했다.

시즌 5차 ‘휴온스 PBA챔히온십’ 우승직후 두 손으로 뒷머리를 감싸쥐며 격한 기쁨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최성원.

Q. PBA무대 첫 우승 축하한다. 소감은.
A. 앞서 올시즌 4개 투어에서 연속으로 1회전(128강) 탈락해서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PBA에)괜히왔나’ 생각까지 들더라. 그런 힘든 과정을 거쳐 우승해 매우 기쁘다. (회견 후 최성원에 따르면, 이번 PBA 5차 우승이 PBA 전·후 통틀어 약 7년 만의 우승이었다.)

Q. 우승직후 이례적으로 격하게 환호했는데. 혹시 큰 우승상금도 그 격한환호에 영향을 줬나.
A. 하하. 물론 예전(PBA 입성 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큰 금액인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이번투어 직전까지 내 처지가 비참하게 느껴졌다. 4번 연속 1회전 탈락하니, ‘혹시 시즌 끝날때까지 1회전 탈락하는 거 아닌가?’라는 두려움까지 들더라. 사실 이번투어 1차전(128강) 체네트와의 경기 초구에 10점 맞았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 올라왔다. 한 번 코를 꿰는 게 참 힘들더라.

그러나 이겼고, 그 뒤로는 (인고의 시간에 대한)보답이 오더라. 제 평생 가장 기뻤던 순간은 세계선수권 우승 때였다. 아마 죽을 때까지 평생 잊지 못할 기분일 것이다. 오늘 그 때만큼 기뻤다.

Q 결승전 경기력을 자평한다면.
A. 솔직히 8강전 준결승전에 너무 못쳤다(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상대방도 같이 못 치더라. 운이 좋았다. 이에 결승전에서는 집중했고,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았다.

Q 일각에선 이번 우승과정을 두고 “대진운이 좋았다”고 보기도 하던데.
A. 그런 말이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겠지만, 잘 모르고 하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PBA에선 그 어떤 선수를 만나도 절대 쉽지 않다. 여기(PBA)에 와서 경기해보고 제대로 느낀 바다. 공 치는 능력들이 거의 다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PBA는 쉬운 상대가 단 한명도 없다” 시즌 5차투어 정상에 오른 최성원이 회견에서 “대진운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최성원은 올시즌 PBA 데뷔 후 4개 투어에서 1차전(128강) 탈락하며 심한 맘고생을 치른 뒤, 이번 5번째 투어에서 프로데뷔 승을 따냈고, 여세를 몰아 우승까지 차지했다.

Q. 결승에서 평소 경기 때보다 뱅크샷을 더 많이 구사하던데(14번 성공).
A. (결승에서)뱅크샷 욕심을 버리니 눈에 그 길이 들어오더라. 그 전에는 1점 짜리를 칠 수 있는데 무리하게 2점짜리 샷을 시도해 실수가 많았었다.

Q. 앞선 4강전이 장기전(3시간 이상)이었다. 결승서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나.
A. 너무나도 힘들었다. 풀세트까지 가진 않았지만 장시간 경기 후에 몸이 거의 그로기 상태였다. 세트스코어 2:2 되는 순간 (신체)배터리가 방전됐다. 상대(이상용 선수)의 실수가 없었다면 승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천운이 따랐다. 운칠기삼이라 하잖나? PBA는 운팔(8) 기이(2)라고 생각한다.

또 (경기시간이 길어서)결승전에 앞선 휴식시간이 매우 적었는데, 그때 동생들이 “뭘 먹어야 힘 낸다”면서 초콜릿, 주먹밥 등을 사다줘 그거 먹고 힘이 솟아났다. 하하. 아울러, 경기시간에 맞춰 컨디션 관리하기 힘들었다. 앞으로 식사시간 등에 관한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Q. “(PBA 데뷔전 패배 후)큐를 3번 바꿨다”고 했는데, 우승 과정에서 좋은 영향을 줬을까.
A. 큐 교체가 절실하다고 생각해 바꾼 것인데, 만약 안 바꿨으면 지금까지도 헤매고 있지 않았을까. (이어 최성원은 현재 무사시 큐를 사용중이며, 적절한 큐 스폰이 들어오면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Q. 스페인(팔라존) 선수와 맞붙은 결승에서 자신은 이겼지만, 이번 투어에서 외국선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대한 생각은.
A. 외국 선수들은 당구를 처음 시작할 때 기본기를 다진 뒤에서야 비로소 3쿠션을 친다. 이 점이 우리선수들과의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당구장에서 큐 들자마자 3쿠션 시작할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우리 선수들이 (기본기 등에서)뒤쳐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기결과는 또 다르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우선 목표였던 첫승과 1회 우승을 이뤘으니 조금은 마음을 편하게…” 이번 ‘휴온스 PBA챔피온십’서 우승의 맛을 본 최성원에게 “더 많은 우승을 원하겠다”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Q. 오늘 결승전은 ‘휴온스레전드’ 집안싸움이었다. 팀에겐 일종의 경사인데, 이 점이 추후 맞을 팀리그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까. (최성원은 휴온스 팀 리더다)
A. 글쎄. 저는 오히려 좋은 개인투어 성적이 걱정된다. 앞으로 우리 팀 선수들이 개인투어에 모든 공력을 쏟을까봐서다. 개인적으로 저는 팀리그가 개인투어보다 더 부담된다.

(팀리그 경기에서는)큐 들고 있다가 한 큐, 두 큐 치고 한다. 경기를 더 하는 방안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Q. 이제 우승의 맛을 봤으니, 더 우승하고 싶겠다.
A. 저는 우선의 목표를 1회 우승으로 삼았었다.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설사 1회전 탈락 하더라도 편하게 즐기며 공 칠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저는 아직 (PBA에서의)적응이 끝난 게 아니다. 더 배워가며 경기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우승 직후 누가 가장 먼저 생각나던가.
A. 돌아가신 아버지, (잠시 뜸들이다)그리고 어머니. 효도한 것 같아 기쁘다. 우승 직후 이런 생각과 감정이 뭉쳐 뭉클한 기분이 들더라. (이어 최성원은 잠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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