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포켓볼과 유사연애中”… 56년 전통 올재팬 ‘깜짝 3위’ 19살 김혜림 [인터뷰]

 

  • 초교 6학년 때 당구 시작, 중1때 선수등록
  • 17~18살, 2년 연속 세계주니어선수권 2위
  • 올해부터 성인부 출전, 10월 전국체전 동메달
  • 이어 최근 ‘전일본 챔피언십’ 공동3위
  • 성인부 올라와 슬럼프 때 ”학교(한체대) 선배 (서)서아 언니가 조언“
  • “성인부 국내외대회 1등 해보고파”

 

 

지난 26일, 한국 포켓볼계에 낭보가 도착했다.

‘US오픈’ ‘차이나오픈’ 등과 더불어 세계 5대 포켓볼 국제대회로 통하는 ‘제56회 전일본 챔피언십’(올재팬)서 김보건(경북체육회·국내 8위), 김혜림(대전당구연맹, 18위)이 공동3위를 차지한 것.

특히 올해로 19살(2004년생)인 ‘기대주’ 김혜림의 ‘깜짝 입상’이 주목된다.

김혜림은 17살(2021년)과 18살(2022년)에, 2년 연속 세계여자주니어포켓볼선수권대회 2위에 오르며 한국 여자포켓볼 유망주로 급부상했다.

이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성인부 경기에 출전중인 김혜림은 지난 10월, 전국체육대회 동메달을 따내며 ‘국내 성인무대 시상대’를 처음으로 밟은데 이어, 여세를 몰아 이번 전일본 챔피언십 공동3위로 ‘국제대회 시상대’도 올라선 것이다.

이처럼 최근 국내외에서 경사를 맞은 김혜림과 지난 27일 저녁, 전화로 얘기를 나눴다. 현재 한국체육대학교(경기지도학과 1) 학생인 그는 27일 오전 9시께 일본서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학교 기말고사를 치른 뒤, 집으로 돌아와 학교에 제출한 과제를 마무리하던 차였다.

쉴 틈 없는 바쁜 하루 일정에도 김혜림의 목소리는 밝았다. “입상의 맛을 봐버렸다”면서 해맑지만 당찬 말투로 인터뷰에 30분 이상 응해줬다. 대화 말미에는 “포켓볼은 꼭 남자친구 같다”는 예상못한 비유로 자신만의 당구관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다음은 김혜림과의 일문일답.

 

Q. ‘전일본 챔피언십’ 출전하기 전, 입상을 기대했나.
=기대보다는, 후원사(민테이블)에서 주최한 대회기 때문에 꼭 입상하고픈 대회였어요. 함께 출전한 (김)보건 언니도 같은 후원사인데, 둘 다 입상하게 돼 무척 기뻤죠. 그리고 이번 대회는 제가 성인부로 출전하는 첫 국제대회였어요. 이런 상을 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Q. 준결승 상대였던 일본의 카와하라 치치로가 동경하던 선수였다고.(4강서 김혜림은 카와하라에 1:9로 패)
=네. 제가 당구에 막 입문하던 시기부터 유튜브로 찾아보던 선수였어요. 올해 8월 대만에서 ‘포모사컵 아시아9볼선수권’ 열렸을 때 실제 플레이를 보곤 한 번 더 반했어요. 그런 선수와 이번 대회에서 만나 영광스러웠죠. 다만, 패배는 너무 아쉬웠어요. 결과보다도, 제가 아무것도 못 보여주고 거의 앉아만 있다 경기가 끝나버려서요.

하지만 패배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포팅 등 기본기부터 세세한 경기운영 능력에서 역시 (카와하라가)훌륭한 선수란 걸 새삼 알게 된 4강전이었어요. 덕분에 저는 그런 점을 배우게 됐죠.

 

‘제56회 전일본 챔피언십’ 여자부 입상자들. 맨 왼쪽 김보건, 그 바로 옆이 우승자 히라구치 유키다. 맨 오른쪽 김혜림은 그 옆에 선 카와하라 치치로와 4강서 맞붙어 패배했다. 김혜림은 준결승 상대였던 치치로를 “어릴 때부터 동경해왔다”고 했다. (사진=JPBA 홈페이지)

 

Q. 그런데 공동3위를 안겨준 이번 대회 참가가 쉽지 않았다고.
=학업과 병행하며 대회에 출전하는 게 쉽지 않아요. 허용되는 공결 횟수가 제한돼서요. 예를 들어, 총 수업 수가 15번이면 최대 5번의 공결밖에 허용되지 않거든요. 게다가 2학기 시즌에는 국내외 대회가 몰려 있어요. 그래서 이번 대회에 불참할 뻔 했지만, 잘 조율해서 나올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입상이 더 기뻤죠.

Q. 지난 10월엔 전국체전서 동메달을 따내는 등 상승세다.
=전국체전 동메달이요? 너무나도 기뻤어요. 하하. 다행이죠. 전국대회에선 복식전 3등 빼곤 8강이 최고 성적이었거든요. 사실 올해 7월 쯤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었어요. ‘선수생활 계속해야 하나?’란 생각까지 들 정도였죠. 그 생각에 두려웠어요. 그때 제 멘탈을 잡아준 게 바로 학과 직속선배인 (서)서아 언니에요.

 

지난 10월 열린 ‘전국체육대회’ 여자 포켓볼 종목서 공동3위에 오른 권보미와 김혜림(오른쪽)이 동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으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김혜림은 손으로 브이(V)자를 그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혜림 페이스북)

 

Q. “슬럼프에 빠졌다”고 하자, 선배인 서서아 선수가 해준 조언은.
=“그만두지 마, 조금만 참고 꾸준히 하면 잘 될거야”라며 저를 다독여줬어요. 사실 언니에게 조언을 들은 게 여러 번이에요.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았어요.

Q. 서서아 선수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많은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고.
=네. 저를 믿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매우 많아요. 가족들은 물론이고, 삼촌 이모 언니들 등이 막내 나이대 선수인 저를 무척 예뻐해 주세요.

후원사(민테이블, 아담 등) 대표님, 대전당구연맹 장성필 전무님, 학교 마치고 연습할 수 있도록 클럽을 제공해주신 누비포켓클럽 대표님, 제 연습상대가 돼 주시는 최재훈 삼촌(팝콘) 등 고마운 분들이 셀 수 없이 많아요.

Q. 부모님의 당구선수 딸 응원이 대단하다고.
=사실 당구선수를 아버지의 권유로 하게 됐어요. 저는 활동적인 사람이라,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어요. 학교 핸드볼 선수로 시도 대회에도 나간 적 있어요. 그런 딸을 ‘운동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은 아버지가 부상위험 높은 종목들 대신 당구를 제안하셔서 그렇게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큐를 들게 됐어요.

그리고 중학교 1학년 때 선수등록 해 전국대회에 쭉 출전해 지금에 이르게 됐죠. 이런 딸을 위해 집 근처에 저만의 연습장을 만들어 주시는 등 물심양면 지원해주고 게신 부모님이세요. 감사하죠.

Q. 올해부터 성인부 선수로 뛰고 있는데, 학생부 선수 때와 다른 점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경기에 임하는 자세요. 학생 때는 제가 연습했던 것들이 대회에 통하는 게 마냥 즐거웠어요. 또 입상하면 그 자체로 다음 경기에 대한 동기부여도 잘 됐고요. 그런데 성인부 선수가 된 뒤에는 성적이 생각처럼 따라주지 않아 힘들었어요. 이에 생각을 달리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각을 바꾼다는 것인지.
=일희일비 하지 않으려고요. 선수니까 경기에서 지면 속상한 게 당연하잖아요. 학생 때는 그 패배를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어요. 하지만 패배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는 걸 요즘 깨닫고 있고, 그런 점을 즐기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기든 지든 그 경험이 모두 저의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제가 성장하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즐거워요.

 

 

Q. 올시즌 일정이 거의 다 끝났는데, 내년도 각오는.
=성인부로 올라와 국내외 대회 1등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내년도에는 꼭 챔피언 타이틀을 따내고 싶어요. 전국체전서도 좋은 성적 내고 싶고요. 그렇게 국내에서 실력을 다져서 국제대회에 출전해 자주 입상하고 싶어요. 하하.

Q. 마지막으로, 당구선수 김혜림에게 포켓볼이란.
=남자친구 같아요. 왜냐하면, 아직 알아갈 게 많고, 알아가는 과정도 재미있고, 그래서 더 알고 싶은 게 당구더라고요. 당구든 사람이든 알아가는(배우는) 과정은 끝이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당구를 떠올리면 남자친구 같아요. 흡사, 당구와 유사연애 하는 듯 해요. 하하.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저만의 당구를 찾아보고 싶어요.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One Response

  1. ^^* 혜림이 완전 추카추카…
    좋은 선수들이랑 좋은 시합에 좋은 성적..
    배운만큼 더 높이 올라가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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