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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가족]① ‘국대출신’ 임윤수-양순이 부부… ‘캐롬 선비’와 ‘포켓볼 규수’의 도합 67년 당구스토리

 

 

[편집자 주] 냉엄한 스포츠 판에서 따뜻한 휴머니즘을 찾는 대중에게 흔하지만 높은 확률로 감동을 주는 소재가 있다. 바로 가족 이야기다. 100라는 당구계서도 그간 숱한 감동의 가족스토리가 써졌다. 그 역사들을 큐스포츠뉴스가 당구가족시리즈로 소개한다. 첫번째 주자는 임윤수양순이 당구부부.

 

90년대 후반, 캐롬·포켓볼 국가대표(아시안게임 대표·상비군 등) 출신 최상위 남녀선수의 백년가약(1998년 11월 14일)으로 당시 당구계가 떠들썩했다. 주인공은 임윤수(58)-양순이(56) 부부.

그 떠들썩했던 ‘이슈’로부터 흐른 세월이 26년. 그간 부부는 선수·지도자로서 당구계에 깊이 발 담가 현재 SBS스포츠 당구 해설위원(임윤수), 시니어당구계를 대표하는 지도자(양순이) 등으로 유명하다.

또 선수데뷔 후부터 당구계 종사 경험이 임윤수 34년(90년 선수등록), 양순이 33년(91년 등록)으로 도합 67년에 달한다.

이들과 최근 임윤수당구아카데미(경기 일산동구)서 만나 ‘기억의 타임머신’을 탔다. ‘당구부부’는 20대로 잠시 날아간 뒤, 서서히 현재로 이동해 근황까지 전해줬다. 사이사이 서로를 아끼는 부부의 한껏 숙성된 애정이 추임새로 첨가됐다.

 

90년대 후반 캐롬·포켓볼 국가대표(아시안게임 대표·상비군 등) 출신 임윤수(왼쪽)-양순이 국내 톱클래스 선수가 백년가약(1998년 11월 14일) 맺었고, 그로부터 26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시간을 임-양 부부와 함께 돌아봤다.

 

사랑은 첫눈에 반하는 것이며, 마지막 눈에 보고 반하는 것이며, 영원히 보고 반하는 것이다.블라디미르 나보코프

 

40분여의 인터뷰 후, 위 구절이 떠올랐다. 우선 “연애 반년 채 안 돼 결혼에 골인했다”는 증언으로 미뤄 두 사람은 사실상 ‘첫눈’에 반한 사이였다.

1998년 초, 두 사람 사이에 선배(김정규)가 다리를 놔줬고, 여성이 남성의 클럽(서울 방학동 소재)을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며 약 6개월간 애정을 키운 끝에 ‘여생의 사랑’을 약속했다.

선배에게 “다리” 요청한 건 남자 쪽이었다. ‘당구계 선비’란 그의 별명을 고려해보면 예상을 뛰어넘는 적극성이다. 매일 택시 등을 이용해 ‘썸녀’의 귀갓길을 책임지는 등 지극정성이었다고. 이에 여성의 마음속 빗장은 빠르게 풀려갔다.

“당시 남편은 제게 정말 잘해줬어요. 또 그 시절 당구선수 가운데 성실한 사람이란 점에도 마음이 끌렸죠.” 이런 아내(양순이)의 회상에, 남편(임윤수)의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번진다.

이어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저를 지지해주는 사람”(양순이), “자녀출산 후 선수생활을 접고 함께해온 고마운 사람”(양순이)이라고 서로 고마움·미안함을 주고받았다. 더욱 속 깊은 이야기는 본문 말미에 전한다.

 

2000년대 초부터 임윤수-양순이 ‘당구부부’의 지도자의 길이 서서히 열릴기 시작했다. 사진은 아내 양순이씨의 대한당구연맹 어르신지도자 상(2012) 수상 당시. 아내는 트로피를, 남편은 꽃다발을 들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제공=양순이)

 

다음 시점은 2000년대 초, ‘당구부부’의 지도자의 길이 서서히 열릴 무렵이다.

남편 임윤수씨는 2000년부터 8년새, 당구종목 국가공인 전 자격증(4개)을 취득한다. 생활체육지도자 2·3급(현1·2급)과 경기지도자(1·2급)다.

선수로는 숱한 대회 입상과 더불어 ‘태극마크’ 달고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상비군(1998·2002), 세계팀토너먼트(2001·2002) 대표 등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아내 양순이씨는 포켓볼 국내 최상위랭커로서 ‘세계대회 국가대표’(1995~1997) 등을 거쳐 2000년부터 남편과 동일 자격증에, 노인스포츠지도사까지 따낸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부부는 지도자로 국제대회에 나섰다. 남편은 한국팀 금메달만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2016·2018) ‘아시아캐롬선수권’(2018) 등한국팀 우승 3회, 아내는 ‘세계주니어9볼선수권(2019)’ 동메달(서영원·서서아)이란 쾌거를 이뤄낸 바 있다.

당구연맹 임원 커리어도 쌓아갔다. 주요 이력으로 △임씨는 고양당구연맹 회장(현) 대한당구연맹 캐롬이사(전) △양씨는 경기당구연맹 이사(현) 경기도장애인당구협회 감독(현) 대한당구연맹 이사·경기력향상위원장(전) 등을 꼽았다.

 

임윤수-양순이 ‘당구부부’의 삶에서 상당 시간이 고양 일산동구 소재 ‘임윤수당구아카데미’에서 할애됐다고 한다. 아카데미 강의실에서 나란히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임-양 부부.

 

 

이제 시점은 현재, 장소는 임윤수당구아카데미다. 이곳은 당구부부가 2000년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은 시간·정성을 쏟아부은 공간이다.

지난 2002년 오픈한 아카데미를 꼭지점 삼아 남편 임씨는 방송사(SBS스포츠 해설위원)와 고양당구연맹(회장) 등을 오가고 있다.

활동반경은 아내 양씨가 훨씬 넓다. 매주 며칠씩 직접 운전해 서울 노원, 경기도 판교·덕양 지역 노인농합복지관에 출퇴근한다. 이를 10년 넘게 이어오면서 시니어대회를 수차례 개최, 대한당구연맹 어르신지도자 상(2012)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런 아내가 힘들까 봐 걱정이다.

“순이(임윤수씨가 아내를 부르는 애칭), 지금 하는 일에 더 추가하기보다는 질적인 수준을 높이길 바라. 편도만 3시간 넘는 길을 운전하고 강의한 뒤 집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걱정돼.”

이에 아내는 수긍하면서 고마움을 표한다.

“알았어, 여보. 당신 20년 넘게 가장으로서 고생 많았어. 버팀목으로 내게 있어줘서 나는 지나간 세월을 버틸 수 있었어. 지금처럼만 해줘. 잘하고 있어”

당구부부의 이야기는 이렇게 종료됐다. 함축된 26년 결혼사에서 다이나믹한 이슈들은 적었지만, 대신 끈끈한 유대감이 느껴졌다. 점잖은 ‘캐롬선비’와 당찬 ‘포켓볼 규수’의 2024년 결혼사 또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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