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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유스케 “‘일본대표’란 부담감, 에스와이 입단하며 일부 해방… PBA서 부진, 흰머리까지 나”

 

 

침체된 일본 3쿠션의 ‘희망’으로 살아온 모리 유스케가 그간의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지난 4일, 프로당구 PBA팀리그 팀 에스와이 바자르 선수단이 출정식을 열어, 다가올 새 시즌(2024-25)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이 자리에 모리 유스케가 신입 멤버로서 함께했다. 모리는 지난달 14일, 프로당구 PBA팀리그 드래프트서 에스와이 구단에 지명됐다.

모리는 직전 2023-24시즌 PBA투어를 최종랭킹(제비스코 상금랭킹) 15위로 마감했다. PBA 데뷔시즌(21-22) 99위, 차기시즌(22-23) 79위를 고려하면, 자신의 3번째 프로시즌에 랭킹의 대도약을 이룬 셈이다.

특히, 그는 직전시즌 4차전(에스와이 챔피언십)서 ‘일본 남자선수 최초의 PBA 결승진출’이란 새 이정표를 세웠다. 자신들의 타이틀 투어에서 맹활약한 모리를 예의주시하던 에스와이 측은 이번 PBA팀리그 드래프트서 모리를 팀원으로 품었다.

그 소감을 에스와이 팀 출정식 다음날(지난 5일), 모리에게 직접 들어봤다. “매우 기뻤다”는 일반적인 반응과 더불어 “오랫동안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일본대표’라는 부담감서 어느정도 해방됐다”는 의외의 소감도 전해줬다.

무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에스와이 신입생’ 모리와의 인터뷰. 밝은 톤으로 솔직하게 전한 그의 당구 인생사를 공개한다. 인터뷰는 모리의 연습장인 옵티머스 빌리어드 영등포점(서울)서 진행됐다.

 

 

▲일본서 지내다 최근 한국에 들어왔다고.

=작년 PBA 마지막 투어를 끝내자마자 일본에 가 한 달 넘게 푹 쉬었다. 친구들과 만나고,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당구장에서 일손을 돕기도 했다. (모리의 부모님은 아들이 3살 되던 해부터 도쿄 사카에 초에서 당구장 ‘아레나’를 운영하고 있다. 대대 3대, 포켓 테이블 5대 규모의 구장이다. 모리는 이 구장에서 자연스럽게 당구를 접해 훗날 일본 대표선수로 성장, 프로당구 무대까지 뛰게 된다.)

 

▲팀리그 입성 후 맞을 PBA 새 시즌이 기대될 듯하다. 

=당연하다. 개인투어는 준우승을 넘어 우승하고 싶고, 팀리그는 설렘밤 기대반으로 대기하고 있다. 당구를 시작한 이래로 팀 경기는 처음이라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 팀에 개인적으로 친한 선수들이 많아 다행이기도 하다.

다니엘 산체스는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던 선수다, 한지은-박인수 선수는 PBA에 오기 전부터 안면을 튼 사이고, 장가연 선수는 그의 연습장인 강차 당구아카데미 연구소에 놀러갈 때마다 인사하곤 했다. 주장인 황득희 선수는 일본 제팬컵, 도쿄오픈 등 대회장에서 봐온 사이다.

 

▲산체스와의 인연을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산체스 선수는 일본 당구계 종사자들과 두루 친한 선수로 유명하다. 오랫동안 연간 2회 이상 일본에 방문해 대회에 참가해오면 쌓인 인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일본 당구계의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젊은 선수인 나도 산체스와 친해질 수 있었다. 제 예전 당구 스승님인 우메다 류지 선수와 산체스 선수가 막역한 사이기도 하다.

 

 

▲일본 캐롬당구계 선수층이 궁금하다. 젊은 선수가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고.

=일본은 캐롬당구로 대단한 나라였다. 그러나 현재 캐롬선수들이 가입한 JPBF(Japan Professional Billiards Federation,일본프로당구협회)에 등록자가 총 50여명에 불과하다. 그중 20대는 일본3쿠션계 레전드인 후나키 코지의 아들인 후나키 쇼타 1명, 30대는 나를 포함 딱 2명이다.

일보에서는 캐롬보다 포켓볼을 더 많이 친다. 아마도 일본 내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당구선수는 김가영 선수일 것이다.

 

편집자 주=20년 전만해도 일본의 캐롬당구는 세계 정상권 선수를 보유한 캐롬당구 강국으로 통했다. 특히 1970-80년대에는 고바야시 노부아키, 주니치 고모리 등이 레이몬드 클루망 등 세계적인 당구 레전드들과 국제무대서 정상 다툼을 하며 일본 캐롬당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젊은선수의 유입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일본 캐롬당구는 쇠퇴기로 접어들어야 했고, 현재는 등록선수가 50여명에 남짓한 상황이다.

이처럼 불꽃이 사그라져가는 일본 캐롬당구계의 마지막 희망과도 같은 선수가 바로 모리 유스케였다. 그의 아버지인 모리 요이치로도 오랜 당구선수 생활을 해온 인물로, 지난해 아시아캐롬선수권 1쿠션 부문 금메달리스트다.

“너는 일본 3쿠션의 희망이다. 잘해야 해!” 모리는 고교 시절부터 줄곧 들어온 말이다. 이 말은 30대가 된 오늘날의 모리(1993년생)의 뇌리에도 깊게 박혀 있을 정도다. 그것이 간혹 부담감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일본대표’ ‘일본의 희망’ 등의 타이틀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부담도 됐다고.

=그렇다. 내가 한국의 조명우 선수처럼 어린 나이에도 대단한 실력을 갖춘 선수라면 부담될 일이 없었겠지만, 냉정하게 평가하면 나는 그런 수준의 선수가 아니었다.

 

 

▲그 부담감은 언제까지 이어졌나.

=(잠시 뜸들이다)올해 초반까지도. 사실 나는 세계선수권대회, 팀 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일본대표 자격을 포기하면서 PBA로 온 것이다. 19살 때 선수등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랭킹 톱을 찍고 1~2위를 유지하던 나로서는 프로무대에 대한 자신감도 충만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첫 시즌과 두 번째 시즌에는 1탈-2탈(1회전-2회전 탈락)의 연속이었다.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극심해지자 젊은 나이에 흰머리가 나더라. 하하.

 

▲직전 시즌에는 4차전서 준우승을 거뒀고, 시즌랭킹 15위로 좋았는데. 

=내 머릿속에 자리잡은 ‘일본대표’란 타이틀은 15등도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이었다. 즉, 부담감에서 해방될만한 서적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난달에 에스와이 팀에 지명받은 뒤 그 해방감이 일부, 아니 꽤나 해소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심적 변화를 겪고 맞는 올시즌은 남다른 각오로 임할 것 같은데.  

=사실 특별한 생각은 없다. 단지, 내가 가장 좋은 당구를 구사하던 당시의 심리상태를 유지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승부에 대한 집착을 제쳐놓고, 당장의 샷 하나를 어떻게 성공시킬까만 생각하면 경기가 잘 풀리더라. 이 점을 시즌 내내 머릿속에서 되내이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사실 지난시즌 준우승 당시에도 이런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었다. 2년 반 동안 낯선 PBA의 환경에 적응하고 나서야 비로소 내 당구에 눈을 돌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주제를 한국당구와의 인연으로 돌려보겠다. 한국선수들과의 인연이 깊다고. 

=한국 당구계와는 어릴 적부터 각종 대회를 오가며 인연을 맺어왔다. 그러다 지난 2016년 한국에 와 당구를 배우며 한국선수들과의 인연이 더욱 깊어졌다. 당시 24살이던 나는 1년간 서울에서 머물며 오태준 선수와 한집 살이를 했다. 그동안 조재호 선수에게 공을 배우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 내 당구를 더 성장시킬 수 있었다. 사실 더 머물고 싶었지만 결핵에 걸려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가야만 했다.

 

▲’당구를 위한 도전’의 연장선에서 PBA를 선택했다고. 

=그렇다. 언제나 내 도전의 원동력은 당구였다. 엄밀히 따지면 ‘내가 하고 싶은 당구’를 위해 인생에서 여러 도전을 선택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 도전마다 부모님의 반응은?) 별로 좋지 않으셨다. 하하. 하지만 부모님의 반응과 상관없이 내 당구인생을 걷고 싶어 한국으로 향했다. 일본보다 (당구에 있어)훨씬 좋은 환경이 갖춰진 나라가 한국이잖나. 도와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현재 당구선수 모리 유스케를 ‘도와주는’ 이들은.

=처음 선수등록 때부터 저를 후원해주고 있는 아담 재팬, 쓰리세컨즈, 민테이블 등이다. 특히 민테이블 대표님은 한국에 와 열심히 당구를 치면 도와주겠다고 해주신 분이다.

현 연습장(옵티머스클럽 영등포점) 조용성 대표님께는 “오로지 당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줘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친한 동생이자 선수인 (김)준태. 함께 공 치며 준태에게 많이 배웠다. 하하. 마지막으로 오태준 선수. 한국에서 1년간 머무는 동안 고마웠던 그에게 고마웠던 기억으로 가득 차 있다. 두 선수와는 지금도 연락하며 지낸다.

 

▲고마운 이들에게 새 시즌 각오를 들려준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특별한 각오는 없고 내 공에만 집중하는 시즌을 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당구에만 푹 빠져 살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하하. 사실 별다른 취미도 없다. 작년에 받은 투어 준우승상금 3000만원은 통장에 거의 그대로 둔 상태다. 돈을 쓸 일이 없다. 당구 외에. 하하.

어렸을 때 눈치를 많이 보던 나였다. 그러나 20대가 되며 필요할 땐 당당하게 내 주장을 펼치는 성격으로 바꿨다. 이 또한 당구 때문이다. 내 주위 환경이 아닌 나를 신경써야 할 필요가 있더라.

이처럼 당구를 매개로 꾸준히 변화해가는 당구선수, 모리 유스케를 앞으로도 지켜봐 주시고 응원 부탁드린다.

 

모리 유스케는 지난 2023-24시즌 프로당구 PBA 4차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에 그의 연습장인 옵티머스클럽 영등포점 손님이 구장에 모리의 준우승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걸어줬다고 한다. 그 현수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리 유스케.

 

[영등포=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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