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솔 선수가 요즘 지독할 정도로 연습하고 있다.”
프로당구 LPBA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런 풍문이 들려왔다. 이에 최근 서한솔을 만나 직접 사실 여부를 물었다.
“연습 열심히 하냐고요? 사실이에요. 하지만 (연습을)억지로 꾸역꾸역하는 건 아니에요. 즐기고 있어요. 요즘 당구가 재미있어졌거든요.”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는 답변이었다. 그 이유를 자세하게 들어봤다. 인터뷰는 그의 연습장인 인천 부평구 공플레이 당구클럽서 진행됐다.
직전 시즌 애버리지 0.664 ‘부진’
올시즌 0.781로 ‘반등’, “연습루틴 바꿨다”
최근 3시즌 간 서한솔의 토탈 애버리지는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탔다. 0.776(21/22)에서 0.664(22/23)로 떨어진 뒤, 올시즌(23/24) 0.781로 회복 중이다. 시즌랭킹도 35위(21/22)서 54위로 급락한 후, 올 시즌 현재 39위로 올려놨다.
올 시즌만 떼놓고 보면, 분명 지난 시즌 대비 반등세에 접어든 모양새다. 특히, 최고성적 64강에 그쳐 힘들었던 시즌초(1~3차전)를 견뎌낸 서한솔은 5차전 및 7차전 16강진출로 “답답했던 마음에 어느정도 숨통이 트였다”고 했다.
“올시즌에 앞서 연습 루틴을 바꿨다”는 서한솔은 “양(시간)보다 질(집중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고, 올해 종반부부터 그 과정의 결실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연습게임 4경기, 개인연습 2~3시간 등 하루 연습루틴을 꼭 지키고 있어요. 그전에는 무작정 연습량을 길게 가져갔는데, 컨디션이 저하돼 오히려 공이 잘 안맞더라고요. 그래서 꾸준한 집중력 유지에 초점맞춰 연습루틴을 개선했죠.”
연습장 사장님(홍석태, 전 당구연맹 선수)의 도움도 힘이 됐다고 한다.
“이 클럽은 제가 처음 당구를 접한 곳입니다. 그게 벌써 8년 전이고, 사장님과 맺은 인연도 그 세월이 흘렀죠. 그 분(홍석태 클럽대표)이 올시즌 들어 제게 직접 공을 알려주고 계세요. 그전엔 프로선수인 저를 배려해서 코칭은 일절 하지 않으셨거든요.”
강민구 “선수는 공수 겸해야 해”
조언듣고 전환된 ‘서한솔식 당구’
이에 더해 당구스타일도 변화하고 있다는 서한솔이다. 팀리그 팀(블루원엔젤스) 동료인 강민구의 “공격과 수비를 겸하는 선수가 돼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서다. ‘공격 당구’를 지향하던 서한솔에겐 큰 울림을 준 말이었다.
또 이를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 “산더미처럼 보였다”는 서한솔이다. 그러나 이는 그에게 ‘숙제’가 아닌 ‘재미’로 다가왔다.
“뒤를 생각하지 않고 점수 따내는 데 치중했던 제가 이제는 포지션을 염두에 두고 공을 치고 있어요. 물론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은 게 사실이지만, 그 덕에 제가 새롭게 당구의 재미에 눈을 뜨게 됐어요. 하하. 요즘 연습을 즐기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에요.”
덧붙여 ‘포지션 플레이’에 관해선, 팀 동료인 사파타의 플레이를 유심히 보고 적용하거나, 짧은 영어로 “왜 이런 속도와 두께로 쳤냐?”고 물어보기도 한다고 했다.
스트로크도 새로 정립중이다. 포인트는 기존보다 부드러운 샷.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느낌’을 찾아가는 과정은 절대 순탄치 않았다. 부드러운 샷에 집중하니 반대로 힘이 실린 샷의 감각이 무뎌져 “타격공이 안됐다”고. 그 기간이 바로 부진했던 시즌 초반부다.
하지만 4개월 간 수천번 이상의 샷을 쳐낸 서한솔은 마침내 ‘이거다!’하는 느낌이 왔고, 이를 연습과 경기 때 적용중이라고 했다. 물론 “100퍼센트 만족할만한 느낌은 아니다”는 서한솔은 그 감각 찾아가는 것 또한 “큰 재미”라고 설명했다.
“후회없이 경기하라”는 ‘주장’ 엄상필의 조언
“4시즌 지난 요즘 뼈저리게 느끼는 중”
서한솔은 LPBA 원년시즌(19/20) 준우승 및 4강 등으로 혜성처럼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그러나 3번째 시즌부턴 입상권에서 조금씩 멀어졌고, 지난 시즌엔 8개 투어 중 5개 투어에서 64강 이하 성적을 거두며 부진의 늪을 헤맸다.
생각만큼 성적이 따르지 않자 서한솔은 ‘이 경기가 빨리 끝났으면’이란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해갔고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무너져가는 내 모습을 내가 보는 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한 그는 심지어 “경기도중 눈물이 차오를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 팀리그에서 팀은 우승(22/23시즌) 등으로 상승세를 탔지만, 서한솔 개인성적은 신통치 않았다는 평가가 많아 마음고생 했다고 한다.
“우승당시 제 승률은 우리팀 승률(약 54%)보다 훨씬 낮은 33%에 그쳤죠. 솔직히 구멍이었어요. ‘나만 없다면’이란 생각도 해봤죠.”
그러나 서한솔은 과거를 털고 앞으로 나아가는 걸 택했다. 자신을 향한 채찍질을 멈추기로 한 것. 따라서 올시즌은 마음을 비운채 돌입했다는 그다. 이런 서한솔에게 ‘과거의 서한솔’이 겪은 경험은 큰 자양분이 되고 있다.
그 덕에, “(최선을 다해)후회없는 경기를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선수들의 재산”이라던 팀 주장 엄상필의 조언이 어떤 의미였는지 4시즌만에 제대로 알게 됐다는 서한솔이다.
“저만의 ‘4가지 멘탈관리법’ 공개합니다”
아울러, 서한솔은 “변수에 일렁이던 멘탈을 평온한 상태로 유지하는 방법도 익혀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창 부진할 땐 작은 틈만 보여도 ‘혹시 공이 빠지는 거 아냐?’ ‘키스나진 않을까?’ 등의 불안감이 먼저 뇌리에 파고들었어요. 최근엔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침투하기 전, 긍정적인 생각을 먼저 머릿속에 떠올리려고 노력해요. 그것이 제 루틴이 돼가고 있어요.”
이는 한없이 바닥으로 꺼져가던 기운을 북돋기 위해 멘탈 관련한 여러 서적을 찾아보고, PBA에서 마련해준 멘탈코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스스로 노력해서 찾아낸 결과물이었다.
“사람들은 대체로 부정편향이 있는데, 스포츠선수들은 더욱 그렇데요. 때문에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넣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에 저는 경기에 앞서 4가지 문장을 속으로 읊으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으려 합니다.”
1번=클럽경기든 대회장 경기든 모두 다 똑같은 당구경기일 뿐이다.
2번=더 잘치려고 하지 말자, 즉 연습한대로 내가 갖고 있는 것만 다 쏟아넣자.
3번=못 친 샷은 잊어버리자.
4번=이미지를 확실하게 그리고 엎드리자.
“이를 경기전에 3창 반복한다”는 서한솔이다.
“외모로 주목? 솔직히 부담”
“팬클럽 ‘솔방울’, 감사해요”
“데뷔 당시 꿈보다 더 꿈같은 현재”
‘바비인형’ ‘당구계 한가인’ 등, 서한솔을 수식하는 별명들이다. 기분 좋으면서도 “부담된다”는 서한솔은 “프로선수인 만큼 경기는 물론 평소에도 최대한 단정된 모습으로 보여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외모로, 그에 못잖은 실력으로 첫 시즌부터 이름을 알린 서한솔은 그덕에 여러 행복한 기억을 저장할 수 있었다.
먼저 부모님을 뿌듯하게 한 기억이다. 평소 당구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요청으로 최근 아버지 지인들과 당구를 쳤는데 “딸이 너무 예쁘고 착하다” 등 칭찬 세례에 아버지의 입이 귀에 걸렸다고.
이어 “당구인생에서 가장 힘들던 시기에 큰 위로가 돼줬다”는 그의 팬클럽 ‘솔방울’(네이버카페)을 언급하며 서한솔은 두 손을 모아 감사했다.
“팀리그 시작할 때 쯤 탄생한 팬클럽이에요. 회원은 100여명 정도 계세요.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주셨고, 또 일어난 뒤 가장 기뻐해주신 분들이죠. 제가 그분들로 인해 느끼는 행복한 감정이 그분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행복한 감정을 전하던 서한솔은 “프로데뷔 당시 꿈꿨던 것보다 훨씬 꿈같은 요즘의 성과들”이라며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매일매일이 성취감에 가득 차 있어 행복하다”는 것.
이어 선수로서의 각오를 전하며 서한솔은 인터뷰를 매조졌다.
“스포츠 팬은 선수를 보며 경기를 즐기잖아요? 앞으로 수 싸움 잘하는 선수로 성장해서 팬분들이 보며 즐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팬에게 신선함을 주는 스포츠선수요. 더불어, 당구에 대한 제 진심이 전달되는 선수가 되고파요.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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