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야의 고수 동호인’ 출신 박주선
프로데뷔 후 가장 험난했던 올시즌 여정
작년 11~12월 부친-장인-고모 연달아 하늘로
시즌 마지막 8차전서 통산 2번째 8강행
“설 명절 맞아 고인분들이 힘껏 끌어준 덕분”
“설 명절이라 그런지 돌아가신 아버지, 장인어른, 고모님이 더 보고 싶네요”
박주선은 ‘동호인 올스타팀’으로 불리던 프롬, SM소속 동호인으로 활동하던 재야의 고수 출신이다. 이런 그가 지난 20-21시즌에 트라이아웃을 통과, PBA 투어에 데뷔해 이번까지 5시즌 동안 1부 투어에서 뛰고 있다. 큐스쿨 강등은 단 1회에 불과하다. ‘2023 월드챔피언십’에 진출해 16강에도 오르기도 한 실력자다.
이처럼 순탄하다면 순탄한 길을 걸어온 박주선의 이번시즌 여정은 개막전부터 7차전까지 험난했다. 최고성적은 32강(2차), 그외 4개 투어에선 1승씩(64강진출), 승리조차 맛보지 못한 투어(128강 탈락)도 2회나 된다.
그러던 박주선이 지난달 28일, 설 명절 기념 대회이자 시즌 마지막 정규투어인 8차 ‘웰컴저축은행 PBA챔피언십’서 개인통산 두 번째로 PBA 1부 8강에 진출하며,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게 된 박주선은 여세를 몰아 커리어 첫 준결승까지도 노렸다. 그러나, 8강전에서 맞붙은 ‘스타’이자 ‘친한 동생’인 조재호(NH농협)에 세트스코어 1:3 패배를 당하고 만다.
“(조)재호가 사정없이 잘 쳐 버려서, 허허”
박주선은 8강전 직후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조재호의 실력에 엄지를 치켜세웠고, 경기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했다(조재호는 해당투어 최종 준우승).
소감에서는 만족감도 느껴졌다. 시즌 막판 호성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둬 큐스쿨 강등 위기에서 탈출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제자 김보름(LPBA선수) 등 8강전 현장을 찾은 박주선의 응원단 측 얼굴에서도 아쉬움보다는 기대 이상의 성적에 대한 기쁨이 더 크개 느껴졌다.

‘유종의 미’ 달성과 관련해 박주선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 장인어른, 고모께서 도와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지난해 11~12월을 떠올렸다. 시즌 7차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 직전 무렵부터 연달아 세 차례나 사랑하는 가족들의 상을 치러내야만 했던 시기다.
“작년 마지막 두달 간은 선수로서의 훈련은커녕,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버거울 정도로 심리적으로 너무나도 힘드누시기였습니다. 고인이 되신 세 분 모두 저를 열렬히 응원해주셨던 분들이세요. 특히, 고모님께서는 병환으로 몸이 불편하신데도 제 경기를 모두 챙겨보시곤 하셨죠”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의 곁에서 그의 샷 하나하나에 온 힘을 다해 응원을 보내주고 있는 어머니, 아내, 후원사(미쯔이가와 큐, 오랜 인연인 SM당구재료와 건설업체 현서이앤씨 등)를 위해 다시금 큐를 움켜쥐었다.
이러한 새 각오로 출전한 이번 8차전서 통산 두 번째 8강진출을 이뤄냈다. 그로선 지난 22-23시즌 4차 휴온스 챔피언십 이후 2년3개월여만의 쾌거였다.
이 기세를 발판삼아 박주선은 “차기 시즌에는 생애 두 번째 월드챔피언십 진출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를 전하며 주먹을 불끈 쥔다.
이어 “하늘에 계신 분들, 가족, 후원사, 지인 등”을 재차 언급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수개월여의 비시즌기에 연습장(서울 논현동 뉴코리아당구장)에서 “이 악물겠다”고 다짐하며 열의로 가득차 보이는 눈빛을 반짝였다.
박주선이 과연 우리 민족의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설 명절에 받은 좋은 기운을, 차기 25-26시즌 시작점까지 쥐고 가 터뜨릴 수 있을까. 기대해본다.

[일산=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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