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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회 동반우승 꿈”… 예비 프로당구 부부, ‘빈틈많은 남자’ 이상대-‘유쾌한 여자’ 박다솜 [당구가족]

 

 

[편집자 주] 냉엄한 스포츠 판에서 따뜻한 휴머니즘을 찾는 대중에게 흔하지만 높은 확률로 감동을 주는 소재가 있다. 바로 가족 이야기다. 100라는 당구계서도 그간 숱한 감동의 가족스토리가 써졌다. 그 역사들을 큐스포츠뉴스가 당구가족시리즈로 소개한다. 이번에는 백년가약을 앞둔 예비 당구가족이상대박다솜 커플이다.

 

“생각보다 빈틈이 많아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남자” (박다솜)

“예상치를 초과한 유쾌함으로 기분좋게 해주는 여자” (이상대)

서로의 이런 매력에 끌린 남녀가 오는 5월26일 백년가약 맺는다. ‘프로당구 커플’ 이상대(43)-박다솜(34)이다.

1년 넘는 달달한 연애 끝에 결혼 전 최종관문 격인 양가 상견례까지 마쳐 “큰일은 다 치렀다”는 이-박 예비부부를 지난달 말, 인천 연수구 킹 빌리어드클럽에서 만났다. 둘의 일터이자, PBA 1부리거인 노병찬의 클럽에 인터뷰 테이블을 꾸렸다.

인터뷰 당시, 두 사람은 신혼집(인천)에 살림을 차린 지 한달이 넘은 상태였다. 26살 때부터 전주→평택→화성으로 거처를 옮겨가며 오래 홀로살이해온 이상대는 “이제 항상 함께 할 사람이 생겨 좋다”며 예비신부를 쳐다봤다. 박다솜은 “저도요”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 ‘당구가족’ 시리즈의 주인공은 ‘예비 부부’인 이상대(왼쪽)-박다솜 커플이다. 두 사람은 1년 넘는 연애 끝에 오는 5월26일 화촉을 밝힌다고 전해 수많은 축하를 받은 바 있다. 그 결실을 맺기까지의 과정을 이-박 커플에게 직접 들어봤다.

 

22년 말, 사석에서 첫 대면

박다솜의 김밥 드실래요?” 한마디에

호감생긴 이상대 다솜이에 관해 궁금해져

근황을 전한 뒤 서로를 마주 보며 활짝 웃는 이-박 커플. 그 미소의 출발점은 지난 2022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소는 박다솜이 일하던 인천 부평구 싸부캐롬클럽이다.

해당 클럽을 우연히 방문한 김임권이 고향(전북) 동생이자 막역한 사이인 이상대를 호출했고, 그렇게 이-박 커플은 사석에서 처음으로 대면하게 된다.

“김밥 드실래요?” 박다솜이 멀뚱히 앉았던 이상대에게 식사를 권했다. 그리곤 별 대화 없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이 끝났는데, 그 한마디에 남자는 여자에게 호감이 생겼다.

“성격이 참 좋아 보였어요. 하하. 그래서 (박)다솜와 친분 있는 (김)임권이 형 지인에게 다솜이에 관해 이것저것 물었죠.”

다음은 만남을 이어갈 차례였다. 다만, 남자는 낯가림이 심했고, 여자는 단둘만의 만남이 부담스러웠다. 이에 지인들과의 모임에 합석하는 형태로 남녀의 두 번째 만남이 성사됐다.

이제 두 사람의 휴대전화에는 서로의 전화번호가 저장됐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지난 23년 1월 말. 22/23시즌 PBA 7차전을 치른 이상대의 휴대전화에 문자가 도착했다. “경기 잘봤다”는 박다솜의 문자 메시지였다.

그 시기를 기점으로 남녀는 소위 ‘썸’을 탔다. 그해(23년도) 월드챔피언십 시기에는 서로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는 사이로 발전했다. 서로 간의 호감도가 급상승한 건 상대에게서 ‘반전매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란다.

박다솜은 “겉보기와 다르게 오빠(이상대)는 생각보다 빈틈이 있는 사람”이라며 “그런 점에서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이상대 또한 “순한 성격인 줄 알았던 (박)다솜이가 알고보니 장난끼 많은 사람이었다”고 서로를 알아가던 시기를 기억하고는 “말수가 적은 저를 맞춰줘 고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를 전하는 박다솜의 톤은 밝은 편이었고, 이상대는 그보다는 다소 낮은 데시벨로 과거를 꺼내놨다.

 

 

시즌 영광의 순간에도 함께한 이박 커플

결혼승락 위해 박다솜 부모님과 대면

지난 23/24시즌. 두 사람은 가장 빛나는 순간에도 함께였다.

이상대는 시즌 개막전서 승승장구, 결승까지 오른다. 프로데뷔 후 첫 우승을 노린 그였지만 ‘신입생’ 세미 사이그너에게 그만 세트스코어 0:4로 완패한다.

그때 연인인 박다솜의 반응은? “결승전 끝나자마자 다솜이가 ‘이상대에게 사이그너란?’이라며 웃더라고요.” 이를 전하는 이상대도 허허 웃는다.

이에 박다솜의 변론이 이어졌다. “완패하거나 아쉽게 진 경기 후에는 위로가 가슴에 와닿지 않는 걸 잘 알아, 일부러 그랬다”는 것. 또한 “당시 오빠가 너무나도 완벽하게 결승까지 올라갔어요. 대회마다 꼭 맞닥뜨리는 고비가 하필 결승에 온 것이죠”라는 연인을 위한 해명도 덧붙였다.

그로부터 약 3개월 뒤인 시즌 4차전. 이번엔 서로의 처지가 바뀐다. 박다솜이 개인통산 첫 준결승에 올랐고, 이상대는 이를 응원하는 위치가 됐다.

그 직전인 8강전. 준결승 진출을 이뤄낸 박다솜이 프로데뷔 후 가장높은 곳에 오르게 된 감격에 겨워하던 순간, 딸 몰래 경기장에 와 응원을 보내던 아버지가 눈에 들어왔단다.

‘몰래온 손님’에 놀라 토끼눈을 뜬 딸을 향해 아버지는 특유의 굵은 목소리로 “잘했어”란 축하를 건넸고, 이를 들은 박다솜은 한참동안 눈물을 펑펑 흘렸다.

연인인 이상대는 이를 현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지켜봤다. “내 게임도 아닌데 진이 다 빠지더라”며 혀를 내두른 그는 “그간 제 경기를 지켜봐온 다솜이의 감정이 그제서야 제대로 이해됐다”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 이상대를 더욱 긴장케 한 건 당시 여자친구의 아버지, 즉 현재의 장인어른을 처음 대면하게 됐다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안면을 튼 두 남자는 연인과 딸의 이어진 4강전도 함께했다. (아쉽게 박다솜은 준결승서 사카이 아야코에 패한다)

 

이날 이상대-박다솜 커플의 인터뷰 장소는 PBA 1부리거인 노병찬(맨 오른쪽)이 운영중인 인천 연수구 킹 빌리어드클럽서 진행됐다. 인터뷰 당일, 이상대의 고향(전북) 형이자 막역한 사이인 김임권(맨 왼쪽)도 클럽에 모습을 보였다. 장장 1시간의 인터뷰 후 이-박 커플과 김임권, 노병찬 등 4명이 클럽을 간판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예비 사위용 발렌타인 30년산개봉돼다

이상대, 예비 며느리에 위해 메시지·기도 등 정성

시즌 최고의 순간을 경험한 이상대-박다솜 커플은 그해(23년) 말, 충북 제천으로 향한다. 정확한 목적지는 박다솜의 부모님 댁이었고, 목적은 혼사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었다.

이상대는 “(박)다솜이 보다 9살 많은 저를 아버님 어머님께서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해 긴장됐고, 무지 떨렸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우려는 기우였다. 박다솜의 아버지는 딸의 연인을 크게 환영했다. 그날 이상대를 맞은 예비 장인어른은 ‘발렌타인 30년산’을 개봉했는데, 이는 미래에 맞을 사위를 위해 수년간 봉인돼온 술이었다고 한다.

박다솜도 연인인 이상대만큼이나 부모님의 반응에 기분 좋게 놀랐다고 했다. “아버지는 예전에는 제가 누굴 데려와도 경계의 눈초리 셨는데, 오빠(이상대)는 참 좋아하시더라고요. 평소에 ‘나보다 못생긴 남자는 안돼’라고 하셨는데, 오빠가 잘생겨 보이셨나 봐요(웃음).”

사실, 박다솜은 아버지에게 연인의 정체를 조금씩 알려왔단다. TV중계로 이상대가 나오면 “저 사람이 나 좋다고 쫓아다녀”라고 했다고.

한편, 아들의 행복을 위한 결정을 항상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이상대의 부모님 또한 예비 며느리인 박다솜을 참 예뻐라 한단다.

이와 관련해 박다솜은 “어머님(이상대의 모친)이 제 시합 때마다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시고, 또 교회에서 저를 위해 기도도 해주신다”면서 고마워했다.

 

이렇게 장장 1시간에 걸쳐 상견레 직전까지의 연애사를 풀어놓은 이상대-박다솜 커플은 인터뷰 테이블 위에 청접장을 쓱 놓았다. 식 날짜는 5월26일, 장소는 부천 삼산체육관 컨벤션센터다.

청첩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상대가 “PBA가 제게 준 가장 큰 선물이 바로 다솜이에요.”라고 말했다. 웃음기 제로의 담백한 말투로 전한 진심이었다. 느닷없는 고백에 당황했지만 기뻤던 박다솜은 “인터뷰에 앞서 미리 준비했지? 갑자기 뭐야…”라며 괜한 핀잔을 준다.

눈빛을 교환한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으며 꿈을 밝혔다.

“한 투어에서 남녀부 우승컵을 두고 동시에 세리머니하는 저희의 모습을 꿈꿉니다. 얼마나 기쁠까요. 하하.”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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