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임용 대신 포켓볼 큐” 제주 20대 현웅규… 선수 3개월, 강자들 제치고 오픈대회 결승行 ‘파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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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방향을 바꾼 청년이 있다. 한때는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20대가, 이제는 포켓볼 큐를 들고 당구대 앞에 선다. 그리고 선수 등록 3개월 만에 선수와 실력파 아마추어 선수들이 대거 몰려든 당구대회에서 결승 무대를 밟았다.

주인공은 제주도당구연맹 소속의 현웅규(98년생)다.

 

무명선수의 반란, 2번째 공식대회서 결승진출

지난 4~5일 열린 ‘2025 유니버설코리아 포켓9볼 코리아오픈’에서 현웅규는 강호들을 연이어 꺾으며 결승 무대까지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더욱 놀라운 건 이 대회가 그의 선수데뷔 후 두 번째 공식 출전이었다는 사실. 첫 출전이었던 3월 ‘국토정중앙배’에서는 16강에서 멈췄던 그가, 불과 석 달 만에 돌풍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 출전자 가운데 현웅규는 이름값만 보면 그저 ‘무명’이었지만, 그의 큐는 묵직했다. 쟁쟁한 실력자들을 제치고 결승에 오른 그는 아쉽게도 국내 남자포켓볼 랭킹 4위 김수웅(서울시청)에게 4:9로 패배, 우승을 놓쳤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현웅규’라는 이름 석자는 전국에 또렷이 각인됐다.

“저도 놀랐습니다. 운도 많이 따랐고, 부족한 점도 많았어요. 오히려 어서 연습하러 가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처음 맛보는 입상의 기쁨보다 연습에 대한 갈망이 앞섰다는 그의 말이 인상 깊다.

 

고교 시절 우연히 잡은 큐, 지역 유명 동호회서 활동

포켓볼과의 첫 만남은 우연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를 따라 들어간 제주 포켓볼 클럽 ‘창꼬’(대표 유지훈, 제주연맹 포켓볼 경기이사)에서 처음 큐를 잡았다. 작은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그날 이후 그의 마음은 완전히 달라졌다.

꾸준한 연습 끝에 고3 시절(2017년 무렵)엔 지역 유명 동호회 ‘스킬(SKILL)’에 가입했고, 이후 전국 대회 우승 경력까지 쌓으며 제주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사범대생서 선수로

평생 후회하기 싫어 부모님 설득

제주 PBA 월드챔피언십 보고 꿈

대학에 진학한 현웅규는 제주대 사범대 과학교육학부에서 ‘물리’를 전공하며 교사 임용을 준비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늘 포켓볼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다 “선수의 길을 걸어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점차 머릿속을 지배했고, 결국 ‘분필’ 대신 ‘큐’를 들겠다는 큰 결심을 내리게 됐다.

작심을 한 그는 지난해 말,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에 앞서 제주도당구연맹에 선수 등록 의사를 밝힐 당시, 연맹은 “부모님의 허락 없이는 불가”라는 조건을 제시했는데 그 요건을 충족해낸 것이다.

이렇게 현웅규는 올해 3월, 정식으로 제주당구여맹 선수로 등록하게 된다.

한편, 그를 선수의 길로 이끈 또 하나의 계기는 제주에서 열린 프로당구 PBA 월드챔피언십이었다.

화려한 무대 위 치열한 승부에 가슴이 뛰었고, 자신도 그러한 무대에 선수로서, 주 종목인 포켓볼로 서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나아가 최근 해외에서 선전중인 한국 포켓볼 선수들처럼 국내외로 힘차게 뻗어가고픈 욕심도 생겼다. 이때부터 포켓볼은 더이상 취미가 아니게 됐다.

이런 강한 열망을 가슴에 품고 선수의 길로 들어서게 된 그는 신이 났다. 흥이 잔뜩 실린 큐를 들고, 매일같이 신나게 연습에 매달렸다. 짧게는 4시간, 길게는 10시간. 제주 지역에서는 ‘연습벌레’로 통할 만큼 큐를 놓지 않는 선수로도 유명하다. 이는 유지훈 제주연맹 이사의 전언이다. 그러면서 “(현)웅규는 악바리”라고 덧붙인다.

 

제주가 주목하는 차세대 기대주

“2~3년 내 ()민욱형 따라잡고파

현웅규는 제주 토박이다. 그의 성장은 제주도당구연맹이 가장 가까이서 즐겁게 지켜봐왔다. 특히 남자 전문선수층이 얇은 지역 현실에서 20대 신예의 등장은 매우 고무적인 일.

이런 현웅규의 롤모델은 동향인 제주도 출신이자 국가대표로도 유명한 하민욱(부산시체육회). 이를 밝히며 현웅규는 “2~3년 안에 실력으로 민욱이형을 따라잡고 싶어요”라는 당당한 포부를 드러냈다.

한편, 현웅규는 전공을 살려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간강사로 뛰곤 한다. 그렇게 번 돈을 모두 당구에 투자한다고 했다. 이를 서울로의 포켓볼 원정 훈련비로 거의 다 쓴다고. “버는 족족 다 당구에 써요.” 웃으며 하는 말이지만, 그 안엔 절박함이 있다. 그리고 당구로, 당구선수로서 성공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부끄럽지 않은 하루하루를 위해”

이제 선수로서 첫 발을 내디는 셈인 현웅규. 그에게 선수로서의 포부, 즉 미래에 관한 질문을 하자, 현재에 관한 답이 나온다.

“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거예요. 열심히 사는 지금 이 시간이, 저한텐 제일 소중합니다.”

현재에 충실하겠다는 그. 소중한 순간순간들로 빚어낼 20대 포켓볼 기대주의 미래를 기대해보자.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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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당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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