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우승 이승진, “나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인생 가장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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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 베리테옴므 PBA 챔피언십우승 이승진 공식 기자회견

 

우승 소감.

= 너무 행복하다. 나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인생 가장 행복한 날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이번 대회는 운이 좋았다. 내가 잘했다기 보다는 상대 선수들이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결승전을 돌이켜 보면 공이 잘 맞지는 않았지만, 최성원 선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에게 기회가 많이 생겨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4세트에 최성원 선수가 역전승을 하면서 불안하기도 했다. 최성원 선수가 발동이 걸리기 시작하면 못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출범 때부터 PBA에서 뛰었다. 이렇게 우승하는 날이 올 거라 생각했나.

= 이런 날을 바라보고 당구를 하진 않았다. 앞서 우승 시상식에서도 말했지만, 프로당구가 출범하면서 ‘당구를 하기 전에 PBA에서 뛰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PBA에 왔다. 외국에 가지 않아도 세계적인 선수들을 PBA에서 만날 수 있고, 내 당구 역량을 늘릴 수 있겠다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우승자 이승진이 대회타이틀후원사인 에스와이 홍성균 부회장으로부터 상금 1억원을 받고 있다.

 

5세트 2:10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행운의 뱅크샷 득점이 나왔는데.

= 제가 공을 잘못 쳤는데, 득점이 들어갔다. 사실 기분은 덤덤했다. 점수 차가 꽤 있었고, ‘이게 기회가 될 수 있겠다’란 생각으로 집중하려고 했다.

 

고향인 대구에서 많은 분들이 응원하러 찾아왔는데.

=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저를 작게 후원하시는 분들을 비롯해 친구 내외가 새벽부터 일찍 올라와 4강부터 응원해줬다. 부산에서도 큰 형과 조카, 서산에 사는 지인들도 얘기도 없이 경기장에 와서 깜짝 놀랐다. 식구들과 지인들을 비롯해 20명 가까이 경기장에 오셨다.

 

당구는 언제 시작했나.

= 고등학교 때 친구가 당구를 조금 친다고 해서 당구장을 따라가봤는데, 재미가 있어서 금방 빠져들었다. (당구를 이후 계속 친 건가?) 군대를 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당구를 놓은 적이 없다. 선수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 당구 종목이 생기면서 국가대표에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서른 즈음에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당구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나.

= 2009년도에 아내와 결혼했는데, 그때 대구에서 당구장 매니저를 하고 있었다. 결혼하고 아내에게 1년만 당구 선수를 하겠다고 했다. 당시에 몇 차례 입상을 했지만, 2000만원 정도 적자를 냈다. 그래서 당구장을 차렸다. 당시에 선수를 그만두고 당구장을 운영했지만, 당구를 치지 못해서 선수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10년 전에 당구장을 그만뒀다.

 

대회 정상에 오른 이승진이 시상식 후 아내 안애란(53)씨와 입을 맞추고 있다.

이번 우승이 선수를 하면서 가장 많은 상금인가.

= 그렇다. 그때 당구장을 정리하면서 받은 돈 보다 더 많다. 1억원이라는 큰 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웃음).

 

이번 시즌 PBA 첫 국내 우승자다. 많은 선수들에게 축하 연락을 받았을 것 같은데

= 맞다. 정말 많은 연락이 왔다. 기억에 남는 메시지는 PBA에서 활약하는 많은 후배들에게 “저희에게 희망이 됐다”는 메시지가 기억에 남는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이번 우승을 하기 전에 가장 마지막 우승이 언제인가.

= 2016년 국토정중앙배에서 1쿠션과 3쿠션을 한 게 마지막 우승이다. 당시 1쿠션 결승전에서는 강동궁(SK렌터카), 3쿠션에선 조재호(NH농협카드)를 꺾고 우승했다. 그때도 적은 나이가 아니었던 만큼 우승을 할 거란 생각을 못했다. 당시에 1쿠션 시합이 새벽까지 진행됐고, 오전 9시에 3쿠션 결승전을 치렀다. 주위에선 1쿠션 결승전을 포기하고, 3쿠션 결승전에 집중하라는 얘기도 했는데, 나는 시합하는 게 너무 즐거워서 결승전에 모두 나갔다.

평소 대회에 나설 때 루틴이 궁금하다.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당구장이 문 열기 전인 오전 9시부터 2시간 정도 혼자 연습을 한다. 이후에 연습장에서 동호인들과 게임을 하고, 오후 6~7시쯤에 집으로 돌아간다. 주위에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니 “우렁각시 숨겨놨냐”고 얘기하기도 한다(웃음). 그래도 선수라면 컨디션 관리를 잘해야 하기에 이런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대회 정상에 오른 이승진이 시상식 후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 하고 있다..

 

PBA 초기에는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지난 시즌부터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비결이 무엇인가?

= 당구가 늘었다. 지금도 당구가 계속 는다. 많이 배우는 것 같다. 톱랭커, 젊은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나보다 수월하고, 정확하게 칠 때가 많아서 선수들에게 많이 물어보기도 한다. 또 경기들을 보면서 혼자서도 연습하며 부족한 부분을 고친다. 늘 배우려는 마음이다. 지금도 당구가 늘고 있다는 게 기분이 좋다.

 

현재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들도 있다. 선배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 가장 먼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선배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 당구가 있을 수 있었다. 나이와 시간에 상관 없이 힘든 길을 다져왔기에 지금과 같은 환경이 생길 수 있었다. 많은 연세에도 선배님들이 지금도 당구를 하시는 이유가 그저 당구가 좋아서 일 것이다. 건강 잘 챙기셔서 오래도록 당구를 즐기셨으면 좋겠다.

 

10년 만에 우승을 했다. 또 이 자리에서 이승진 선수를 볼 수 있을까?

= 내가 또 할 수 있을까?(웃음) 물론 하고 싶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우승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우승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관 없다. 나는 그저 당구가 좋고, 당구 칠 때가 가장 행복하고 즐겁다.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대구에서 KTX를 타고 킨텍스로 오는 순간도 너무나도 설레고 행복하다.

 

[방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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