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대천명’.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낸 뒤, 하늘에 운명을 맡겼던 하나카드 하나페이였다.
14일 23/24 ‘웰컴저축은행 PBA팀리그’ 정규시즌 5라운드 최종일 1경기를 ‘3점승’이 아닌 ‘2점승’ 후, 자력우승이 불발돼 하루종일 마음 졸이던 하나카드 팀이다.
마지막 4경기 막바지에서야 5라운드 우승 및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돼 속앓이를 끝낸 이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기자회견에 참석한 하나카드 팀 선수들의 얼굴은 기쁘면서도 안도감이 한가득 해 보였다.
무려 10시간 이상이나 1경기~4경기 동안 마음고생한 하나카드 팀의 5라운드 우승 및 포스트시즌 진출 소감을 기자회견을 통해 들어봤다.
회견에는 주장 김병호를 비롯, 5라운드 MVP 김가영, 사카이 아야코, Q.응우옌이 팀 대표로 참석했다.
Q. 우승 소감은.
김병호(팀 리더) = 이번 시즌 마음 고생이 심했다. 제가 원래도 조금 늙어 보이지만, 몇 년은 더 늙은 것 같다.(웃음) 우리 팀원 모두가 에이스다. 너무 감사하다. 우승 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
사카이= (한국어로)감사합니다. (이후 일본어)우리 팀의 팀워크가 4~5라운드 사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럴수록 우승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힘을 낼 수 있었고, 실제로 우승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김가영 = ‘우승을 할 수 있겠다’ ‘없겠다’는 생각은 원래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생각이 없었다. 이번 라운드 역시 잘 할 자신은 있었는데, 우승할 자신은 없었다. 나름대로 잘 했다고 생각하는데, 우승까지 하니 정말 좋다.
꾸옥응우옌 = 먼저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정규 라운드는 종료됐지만)팀과 함께 다음 일정인 포스트시즌까지 소화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다.
Q. 첫 경기서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었는데, 자력 우승을 하지 못했다. 마지막 경기인 크라운해태-NH농협카드의 경기 결과를 어떻게 기다렸나.
김병호 =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전기리그 때 NH농협카드 덕분에 우승을 한 적이 있다. 이번라운드 역시 딸(김보미)의 활약에 힘입어 우승했다. 마지막 경기 결과를 기다리면서 NH농협카드가 풀세트 패배해도 우승하는 상황이었으니 충분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거라 생각했다. 사실 구단주(이호성 대표)님이 오셔서 긴장을 정말 많이 했다. 혹시나 질까 봐, 그냥 헛걸음하실 것을 생각하니 정말 힘들었다. 사실 김가영 선수가 이번 라운드에 활약이 정말 좋았는데, 드라마를 쓰고 싶었나 보다. 하하.
김가영 = 이기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최선을 다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소극적이진 않았나 생각했었지만, 역시 그에 대해 경기력이 방어 위주가 아니었나 하는 팀원들의 피드백이 있었다. (김병호) 김가영 선수가 원래 정말 공격적이고 시원한 선수다. 생각이 많아 보였다. (김가영) 제가 잘 할 때는 꼼꼼하게 생각을 많이 한다. 그게 잘 쳤다는 반증이다. (웃음) 포스트시즌에는 작전을 잘 짜겠다.
Q. (김병호) 주장으로서 마음 고생이 많았는데.
김병호 = 사실 4라운드까지 이렇게 좋은 멤버를 데리고 하위권에서 멤돌고 있으니 죽을 맛이었다. 너무 힘들었다. 우리 팀은 최소한 상위권에서는 놀 수 있는 팀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했었는데, 처음에 무엇인가가 잘 안됐던 것 같다. 이후 해탈한 느낌으로 선수들이 기량을 회복하기 시작하면서 많이 좋아졌다. 4라운드부터 팀워크가 너무 좋아졌다. 회사의 도움도 컸다.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웃으면서 경기하자는 말에 감동을 받았다. 더욱 팀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Q. 사카이 아야코 선수는 팀리그가 처음인데, 소감은.
사카이 = 이렇게 팀리그를 처음 경험하면서 경기 포맷 자체가 생소했다. 짧은 점수제로, 팀으로 경기하는 자체가 처음이다 보니 힘든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팀원들이 친절하게, 서로 가르쳐주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다 보니 팀워크도 생겼다. 당구에 이외에도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면서 팀워크가 더 좋아진 부분이 있다. 팀 동료들이 너무 좋다.
Q. 오늘 경기에서 퍼펙트큐를 달성할 뻔 했는데, 마지막 샷 칠 때 어떤 생각을 했나.
= 항상 실수하지 않는 공이었는데 실수를 했다. 치기전에 신중했고, 중요한 샷이기 때문에 생각을 많이 했는데도 불구하고 충돌이 있었다. 그래서 초클루가 웃었다. 긴장도 했지만, 라인을 빗겨나가지 않게 쳐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Q. (응우옌) 본인의 세트가 끝나고 아내와 격한 포옹을 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응우옌 = 경기가 끝난 후에 행복한 기분으로 포옹했다. 나의 승리로 스코어 2:2가 되는 순간이라 힘든 경기였는데 그것을 이겨냈다는 기쁜 마음에 꼭 끌어안았다. (김병호) 초클루 선수의 아내, 응우옌 선수의 아내까지 오늘 정말 울고 웃었다. 그들까지 같은 식구라 생각하고 항상 같이 식사하고 스케줄을 함께 소화한다. 우리는 초클루 아내를 팀 매니저라 부른다. (김가영) 여자 선수들은 초클루와 친한 것만큼 그의 아내와 친하다. 여장부 스타일이다. 정말 가족같다. 경기서 패배하고 인상을 쓰다가도 응우옌의 어린 딸을 보면서 팀원 전체가 웃는다.
Q. (김가영) 5라운드 독보적인 역할을 했다. 많은 기대를 받았는데 어깨가 무겁진 않았나.
= 타이밍이 좋았다. 저 혼자 잘 해도 팀이 잘하지 못하면 티가 나지 않는데, 이번에는 제가 잘 한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나머지 팀원들도 같이 잘해주니 더 눈에 보였던 것 같다. 제가 잘했는데 팀이 졌거나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면 묻혔을거다. MVP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팀원들이 잘했다. 팀원들 덕분이다. 정말 고맙다.
Q. 김진아 선수의 출전 명단 제외 이유는.
= (김병호) 0.1%라도 승리 확률을 올리고 싶었다. (김)진아와 많은 이야기를 한다. 지난해 1년간 저와 4세트 혼합복식을 맡았다.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연습을 정말 열심히 한다. 잘 치기도 하고. 막상 경기장 오면 얼어버리는 느낌이 있다. 중간에 살아나는 기미도 보였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가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진아와 오랜 이야기를 나누었고, 진아 역시 수긍해주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프다. 모두 아시겠지만 진아가 못 치는 선수가 아니다.
Q. 포스트시즌 김진아는.
= 같이 해야 한다. 당연하다. 같이 연습하면서 많은 이야기하겠다.
Q. (응우옌) 역시 팀리그를 처음 경험했을텐데, 팀리그에 대해 느끼는 점은.
= 지난 시즌 처음 하나카드에 들어왔을 때 정말 기뻤다. 팀 자체에 정말 큰 만족을 했다. 지난 시즌이 종료되고 나서, 매니저와 얘기했을 때 내년에도 꼭 하나카드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잘 치러서 내년에도 꼭 같이 뛰고 싶다. 한국에서 큰 가족이 생긴 것 같아 너무 기쁘다.
Q. (응우옌) 팀 경기가 어렵다 하는 부분도 있나?
= 혼자서 플레이 할 때와 복식 경기 등에서 오는 다른 종류의 부담감이 있긴 하지만, 내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현재 매우 만족하고, 행복하게 경기하고 있다.
Q. (김병호) 주장으로서 팀을 챔피언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이번 PS 각오는
= 지금 상황에서는 NH농협카드, SK렌터카 등 이번 시즌 상대적으로 약했던 팀들을 상대로도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너무 팀워크가 너무 좋다. (김가영) 부담스럽다(웃음) (김병호) 부담가지라고 얘기 하는거다.(웃음) 우리 모든 팀원들의 기세가 올라서고 있고, 저만 잘 하면 잘 하면 될 것 같다. 특별한 전략보다는 선수간 끝까지 믿어줄 수 있는 믿음과 응원이면 된다. 저도 직접 경험해보니 뒤에서 나를 응원해주는 소리를 들으면 밑바닥부터 가슴에 차오르는 무언가가 있다. 그런것들을 나누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