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던 경기를 주최측이 느닷없이 끊어버렸고, 무려 3시간여 후에 재개된 경기에선 결국 졌다. 배석한 지도자가 없어 ‘공식항의’조차 못했다. 게다가 그 대회는 스누커선수로서 13년만에 출전한 국제대회였다.
지난 17일, 황용(서울시청)이 겪은 황당사건이다. 황용 입장에서 가해쪽은 대회 주최측인 아시아당구연맹(ACBS) 카타르당구연맹(QBSF) 측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카타르 도하 ‘2024 아시아스누커선수권대회’(아시아스누커선수권) 예선 A조 첫 경기서 황용은 5프레임까지 파키스탄의 무함마드 라이스 센자이에 프레임스코어 3:2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6프레임 직전, 주최측이 갑자기 양 선수에게 ‘경기중단’을 통보한다. “경기종료 예정시간이 넘어 예정됐던 다음 턴 경기를 치러야 해 (황용-센자이 경기를)일시 중단한다”는 것.
“재개는 2~3시간 후.” (경기)재개시간을 물은 황용에게 주최측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마저도 정확한 재개 시점이 아니었으며, “(재개 시간을)홈페이지로 확인하라”는 다소 무책임한 처사까지 이어졌다고.
이러한 비상식적인 주최측의 처사에 크게 당황한 황용. 강하게 항의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이번 우리 대표팀은 ‘공식항의’ 가능한 지도자 없이 파견된 상황.
이에 그는 개인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데 그쳤고, 이후 하염없이 수시간동안 경기 재개를 기다려야만 했다.
결국, 한참 올라가던 기세가 꺾인 황용은 재개된 경기서 6~7프레임을 연거푸 빼앗겼다. 최종결과 3:4 역전패. 소중한 선수권대회 첫 경기 승리가 상대에게 넘어갔다.
이 경기 포함, 그의 예선 A조 최종전적은 1승3패로, 만약 첫 경기에서 이겨 2승을 챙겼다면 조2위까지 주어지는 16강진출 티켓도 노려볼 수 있던 터였다.
황용에 따르면, 배정된 경기시간이 모두 소요됐다고 도중에 끊긴 경기는 현재(대회 5일차)까지 자신의 경기가 유일해 더 억울하다고.
21일 오후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밝힌 심정이다.
그러나 곧 그는 “선수권에 출전한 선수들을 보고 많이 배워 만족한다”며 허허 웃었다.
한편, 그는 이번 대회에서 테이블 적응에 애를 먹었다는 점도 털어놨다. “(이번 아시아선수권 테이블이)우리나라 테이블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상태가 좋아 오히려 적응이 어려웠다”는 것.
경기전, 우리 선수들에게 허락된 테이블 적응 시간은 단 5분(연습시간)에 불과했다. 경기를 치르면서 적응해나가야만 했던 그들이다.
황용은 ‘경기 중단’ 에피소드 때보다, ‘테이블’과 관련한 얘기 때 더욱 데시벨을 높였다.
“국내 스누커경기용 테이블은 거의 다 2010년대 초중반 제조된 테이블이에요. 그보다 상태 좋은 테이블에서 우리 선수들이 연습하고 대회를 치를 수 있다면, 지금보다 국제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길 바라봅니다.”
지난 2011년 이후 무려 13년만에 스누커선수로서 태극마크를 달고 맞은 황용의 국제대회는 이렇게 막 내렸다.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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