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다니엘 산체스 기자회견]
◆ 우승 소감
= 우승해서 당연히 행복하다. 대회 전부터 경기하는 내내 우승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한 경기, 한 경기 잘 풀어가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그저 지금이 행복하다.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우승까지 해내서 정말 기쁘다.
◆ 경기 시작부터 컨디션이 좋았다. 이른 시점에 우승할 수 있겠다고 예상했는지
= 첫 세트를 잘 치르고 컨디션이 좋다는 것을 느꼈다. 3세트까지 잘 마무리했지만 경기 내내 애버리지 6점대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엄상필이 잘하는 선수인 것을 알고 있었다. 우승에 필요한 네 세트를 따내기 전까지는 방심하지 않았다.
◆ 우승하는 순간 어떤 생각을 했는지
= 우승 순간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머리가 하얘졌다. 마지막 한 점에 모든 집중력을 쏟았다. 마지막 득점을 하고도 기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팀 동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우승했다는 것을 체감했다. 거의 울뻔했다. 우승 후 울지 않는다는 스스로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눈물을 삼켰다. 정말 기쁘다.
◆ 우승 후 의자에 앉아 한참 생각에 잠겼는데
= 우승 후 축하를 받은 뒤 긴장이 완전히 풀렸다. 힘들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의자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지난 1년 동안 잘 풀리지 않았다.
128강이나 64강에서 탈락하고 승부치기에서 패하는 것을 보여주는 게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지난 30년간 나는 32강이나 16강에서 떨어지는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항상 준결승 이상 올랐다.
사람들이 ‘산체스는 끝났다’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 그런 이야기에 이 우승컵으로 답하겠다. 이번 우승으로 정신적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해소됐다. 어려운 시기에도 꾸준히 열심히 연습했다.
일산에서 생활하면서 당구 말고는 할 게 별로 없었다. 매일 오전 9시 30분에 당구장에 간 뒤 오후 10시까지 연습에 매진했다. 중간중간 휴식도 취했지만 정말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했다.
◆ 한국 생활은 어떤가
= 가족들이 한국에 함께 살지는 않는다. 내가 가끔씩 가족을 보러 스페인으로 간다. 2차 투어가 끝나고 한 달 정도 스페인에 갔다. 스페인에서는 당구 연습을 하지 않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 돌아온 뒤 연습에 몰두했다. 한국에서는 이반 마요르와 주로 훈련한다.
내 친구들이나 당구 선수들이 함께 훈련하거나 쇼핑을 함께 한다. 한국에 며칠 머무르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르다. 혼자서는 음식을 사거나 옷을 사는 것도 쉽지 않다. 친구들이 도와줘서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 24-25시즌에 우승 기록을 추가할 수 있을까
= 우선 지금 우승을 즐기겠다. 2주 후 4차 투어에서는 첫 라운드에서 탈락할지도 모르는 게 당구다.
◆ 스페인에 있는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가족들이 새벽일지라도 내 경기를 지켜본다. 어머니는 83세인데도 모든 경기를 생방송으로 지켜본다. 가족들이 나의 가장 열렬한 팬이다. 가족 단체 채팅방에서도 나를 응원해준다.
4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도 나를 항상 응원해 주셨다. 항상 가족들에게 감사하다.
◆ 베트남에서 우승한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 당구와 평생을 함께했다. 아직 당구하기에 나는 젊다. 70대도 칠 수 있는 게 당구다. PBA에서도 나를 증명하고 싶었다. 적응이 아직 느리지만 더 나아질 것이다.
이번 우승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하노이도 뇌리에 남을 것이다.
[방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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