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팀 선수들? 다 에이스에요. 저 빼고요.”
하나카드 하나페이 리더 김병호의 자평이다.
팀을 책임지는 자리, ‘리더’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잘하면 본전, 못하면 욕먹기 딱 좋은 자리가 리더다. 특히 스포츠에서는 ‘희비(喜悲)’의 경계를 수시로 넘나들면서, 팀원보다 몇 곱절 되는 부담감에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거나, 안도에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19일 저녁, 하나카드 리더 김병호가 딱 그러했다. 에스와이 바자르와의 ‘PBA팀리그’ 준플에이오프 2차전서 손으로 이마를 짚거나,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때론 목청껏 응원하는 김병호의 일거수일투족이 중계카메라에 수시로 포착됐다.
천신만고 끝에 팀의 플레이오프행이 확정되자 김병호는 단전부터 끌어올린 복식 호흡으로 크게 포효했다. 그리곤 마지막 7세트의 승자 Q.응우옌을 가슴이 터져라 끌어안았다.
어제(18일)에 이어 ‘승장’으로서 위풍당당하게 회견에 나선 김병호에게 승리소감을 묻자, 다소 엉뚱하게도 팀원들 자랑을 줄줄이 이어 나갔다.
“경기 보셨죠? 초클루가 산체스에 역전하고 2승 따낸 거요, 어제는 (김)가영이가 엄청났잖아요. 응우옌은 경기를 마무리했고, (신)정주도 잘했어요. (김)진아까지 저희 팀 멤버들은 너무나도 좋아요.”
사실상, 1차전 후 기자회견의 ‘리플레이’였다. “우리 팀원들… 잘해요(또는 좋아요)”로 운 떼고 끝맺음한 당시 답변이 어림잡아 80% 이상. 팀원들이 그의 큰 자부심이고, 그들에 관한 자랑이 곧 소감인 듯했다.
이어 김병호는 ‘정규리그 최종1위’ NH농협카드와의 플레이오프(20일 1차전 시작)도 “충분히 승산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에이스인 초클루, 김가영 등이 절대 NH농협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
이러한 그의 ‘팀 자부심’ 원천은 무엇일까. 힌트는 앞선 기자회견 내용에 있었다. 하나카드가 “팀워크를 넘어 패밀리십으로 끈끈하게 다져진 팀”이란 것. 선수들간은 물론 선수단 가족 간의 유대감마저 높아 사석에서도 수시로 모일 정도라고 한다.
그 유대감을 원동력 삼은 하나카드는 14일 극적인 ‘정규리그 5라운드 우승’부터, 19일 짜릿한 ‘준플에이오프 2차전 승리’까지 차례로 일궈냈다.
다만, 김병호 자신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못해 냉혹했다. “우리 팀에서 저만 잘하면 됩니다.” 너스레가 아닌 진지한 표정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한 자평이었다.
한편, 회견을 마치고 귀가하던 김병호를 잡아 ‘단독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이에 흔쾌히 응한 그는 곧 두리번거리더니 “그럼 우리 초클루도 함께 찍어주세요”라며 옆에 동료를 세웠다. 얼굴에는 만족감인지, 뿌듯함인지 모를 미소가 서서히 피어났다.
이로써 19일 팀리그 공식 및 비공식 일정이 모두 종료됐다. 20일부터는 ‘팀원 바보’ 김병호 주장이 이끄는 하나카드와, ‘슈퍼맨’ 조재호가 지휘하는 NH농협카드 그린포스가 플레이오프A에서 ‘파이널행’을 두고 맞붙는다.
‘팀원 바보’ 김병호의 통솔력이 팀을 어느 지점까지 인도할지 궁금하다.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