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골(先骨, Ferrule)에 대하여
큐의 맨 앞에 있으며 동물의 뼈나 뿔을 가공해서 만들었다고 해서 선골(先骨), 혹은 선각(先角)이라고 부릅니다. ‘송골’, ‘성골’ 등으로 부르는 것은 뜻에 맞지 않으므로 ‘선골’, 혹은 ‘선각’으로 고쳐 불러야 합니다. 영문으로는 Ferrule이라고 부릅니다. 당구 역사의 초기에는 주로 코끼리의 이빨, 즉 상아를 사용하는 일이 많았습니다만, 현재는 코끼리 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수지를 주로 사용합니다. 흔히 알고 있는 Ivorine 선골은 상아(Ivory)를 대체한 모조 상아를 뜻합니다.
먼저, 선골을 잘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 선골에 무엇인가 이상이 생긴다면 대부분 비슷한 상황들입니다. 깨지거나, 초크 물이 들어 시퍼렇게 변색하거나, 사포를 자주 사용하여 총알처럼 닳은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개인용 큐가 아닌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하우스 큐이기 때문에 손님들의 강한 타구에 의한 선골 파손에 대해서는 예방할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변색이나 변형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예방법이 존재합니다.
초크 가루에 물들어 변색하는 것은, 너무 절약 정신이 투철한 나머지 초크에 깊은 구멍이 날 때까지 교체하지 않고 사용하여, 초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일반 손님들이 마구 돌려가며 초크를 칠하는 까닭에, 선골 주변으로 가루가 묻게 되는 것입니다. 개인 큐와 개인 초크를 사용하는 분들과 달리 일반 손님들은 올바르게 초크를 사용하는 방법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 손님 모두가 초크를 바르게 사용하도록 가르치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차선책을 구한다면, 초크의 구멍이 깊어지기 전에 교체하는 것이지만 다소 아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초크의 양면을 사용하거나, 구멍이 깊어질 때 위쪽부터 일정 두께를 잘라 반 토막을 사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요즘엔 구멍이 깊이 파인 초크를 갈아내는 기구도 시판이 되고 있더군요.
손님들이 사포를 사용하는 주된 이유는, 큐에 손때나 이물질이 묻어있어 큐 동작이 매끄럽지 않게 느껴질 때, 그리고 선골이나 팁 옆면의 모양이나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정도인 듯합니다. 큐를 항상 깨끗하게 관리하고, 선골과 팁의 모양을 항상 잘 다듬는다면 사포를 사용하게 되는 빈도가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일부 초보 업주님들의 경우에는 ‘그게 가능할까?’ 반문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만, 실제로 큐가 잘 관리되고 있는 클럽에서는, 손님들이 줄이나 사포를 찾는 일 자체가 그렇지 않은 클럽보다 매우 적습니다.

선골이 깨지거나, 다소 무른 특성으로 버섯처럼 벌어지게 되면 많은 분이 불량이 아니냐며 큐 제작사를 탓하기도 하십니다만, 사실 선골이 깨지는 것은 큐 상대에게 매우 좋은 일입니다. 흔히 오토바이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의 헬멧이 깨져야 머리(뇌)를 덜 다치게 된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선골이 깨어짐으로써 공과 팁이 부딪칠 때 일어나는 충격에서 큐의 상대가 보호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골이 돌처럼 단단해서 절대로 깨어지지도 옆으로 벌어지지도 않는다고 하면 결국 선골이 목재를 파고들게 되기에, 큐 상대의 수명은 지금보다 반 이하로 줄어들게 됩니다.
선골에 금이 가거나 사포질을 많이 해서 그 모양이 총알처럼 되어버렸다면 그것을 교체해야 할 필요가 생기게 됩니다. 바이스 프라이어, 펜치 등을 사용하여 선골을 떼어냅니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선골이 상대에 접합된 방식에 대한 것입니다. 선골의 안쪽은 비어있으며 이 빈 곳에 상대의 끝을 깎아 요철 형식으로 끼우고 고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선골의 가격은 매우 저렴합니다. 거래하시는 재료상서 얼마든지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그 크기도 매우 다양하며 업장에 비치하신 큐 선골과 같은 규격(굵기)의 선골을 미리 준비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깨지거나 닳아진 선골을 잘 빼내셨다면 이젠 새로운 선골을 끼워 넣으실 차례입니다. 사실 선골 교체작업에 있어 중요한 공정은 선골을 빼내는 일이며 끼워 넣는 일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습니다. 선골의 안쪽과 상대 끝의 요철 부분에 본드를 바른 후 약간의 시간을 두어 본드의 점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잘 끼우셔서 완전히 굳을 때까지, 만 하루 정도 기다리시면 됩니다. 이때 사용하시는 본드는 순간접착제보다는 일반 공업용 본드가 좋습니다.
사실 선골을 떼고 붙이는 일에는 어려운 부분이 없고 초보자도 할 수 있는 정도의 작업입니다만, 선골 교체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갈아 끼운 선골의 굵기가 상대의 굵기와 맞아지도록 갈아내는 일입니다. 선반 기계를 갖추고 있는 곳에서는 쉽게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당구장이 대부분이라 보기 좋게 갈아낼 수 없어서 공방에 의뢰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강한 타구, 혹은 큐를 넘어트려 깨지는 것까지는 예방하기가 힘듭니다만, 큐와 팁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선골의 변색과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귀찮다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그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은 클럽 업주로서의 전문성을 외면하고 클럽의 매출 부진을 단지 경기가 어렵다는 것에만 전가하는 무책임한 일입니다. (010-3366-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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