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개월만에 초고속 1부行’ 64세 노장 김정규… “이제 진짜 시험대에 섭니다. 허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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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 64세. ‘늦깎이 프로선수’ 김정규(사진)가 치열했던 큐스쿨을 경쟁을 뚫고, 프로데뷔 후 불과 5개월만에 초고속으로 1부무대에 입성한다. 그 소감을 최근 그와 만나 직접 들어봤다. 인터뷰는 그의 훈련장인 서울 논현동 뉴코리아당구클럽에서 진행됐다.

 

 

“노장선수 한 명이 1부에 입성한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요. 허허.”

올해 만 64세. ‘늦깎이 프로선수’ 김정규는 본지의 인터뷰 요청에 이같이 말하며 웃어 보였다. 그러나 그 미소 속에는 차기 시즌을 향한 큰 기대감과 그것을 뒷받침해 줄 승리를 향한 굳은 결의가 담겨 있었다. 물론,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시선에 대한 압박감 또한 공존중인 상태였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올 4월 말, 그의 훈련장인 서울 논현동 뉴코리아당구클럽에서 마주한 그는 치열했던 큐스쿨 통과 소감을 전하면서, 조용하지만 단단한 ‘1부 데뷔’ 각오를 드러냈다.

“큐스쿨에서는 정신적으로 굉장한 압박이 있었습니다. 그걸 이겨내고 나니 성취감이 정말 색다르더군요. 젊은 시절과는 또 다른 느낌이랄까요. 이제 곧 맞을 1부에서는 내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도 참 궁금합니다.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하고요.”

김정규는 지난해 12월, PBA 드림투어(2부) 5차전을 통해 2009년 이후 15년 만에 현역 복귀를 선언했다. 불혹을 넘어 환갑을 훌쩍 지난 나이에 당구 큐를 다시 잡은 것이다. 그리고 곧 이어진 6차전에서 8강에 진출하며, 그는 다시 한 번 과거 한국 3쿠션계를 최정상권에서 호령하던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이 각인시켰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올해 4월, 큐스쿨 무대에 오른 그는 치열한 경쟁을 통과, 당당히 1부 승격을 이뤄낸 것이다. 프로 데뷔 단 5개월 만에 일궈낸, 그야말로 ‘초고속 승격’이다.

그리고 오는 6월 개막 예정인 2025-26시즌 PBA 1부투어. 이 무대는 당구연맹 선수와 지도자(국가대표 감독-아카데미 원장)를 거쳐, 이제 다시 프로선수로서 ‘당구 인생 제3막’을 연 김정규에게 또 한 번의 새로운 도전이자,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 ‘요즘 당구’를 익히기 위해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고, 스타일도 바뀌었다. 변화의 속도를 좇는 일이 “벅차지만, 다시 선수가 돼 당구의 원리를 새로 파는 과정이 평생 큐를 들었던 내게는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는 김정규다.

이처럼 기대와 설렘, 그리고 약간의 불안과 압박. 그 복잡한 감정들이 머릿속에 뒤엉킨 가운데 큐를 들고 선 김정규. “오랜 지도자 생활을 접고, 거의 20년만에 나를 위해 큐를 드는 요즘이 행복하다”는 그다. 이런 그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공개한다.

 

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정규.

 

프로데뷔 단 5개월만에 1부투어로 향하게 됐는데, 소감은.

=오래전 전국대회에서 우승했을 때의 기쁨과는 결이 다른 기쁨이 느껴진다. 출중한 실력을 갖춘 후배들이 워낙 많잖나. 그래서 무척 치열했던 큐스쿨에서 후배들과과 경쟁해 이겨냈다는 점에 큰 성취감을 느꼈고, 그에 따라 자신감도 크게 상승했다.

 

부담감도 없진 않을 텐데.

=나를 아는 팬 분들이 아직 당구계에 있다. 그분들은 과거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기대할 터인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하는 우려감이 없진 않다. 한데, 이번 1부 승격으로 그 기대감을 다소 충족시켜줘 다행이기도 하다. 지금은 우려보다는 설렘이 조금 더 크다.

그리고 프로당구만의 룰인 ‘(뱅크샷)2점제’에 더 익숙해져야 한다. 처음에는 경기 애버리지가 훨씬 잘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샷 선택에 있어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2점제를 직접 접하고서는 그 생각을 접게 됐다.

지난 시즌동안 프로에서 뛴 후배들은 이런 점들에 적응이 돼 있잖나. 실력도 과거 대비 일취월장해 있고. 그에 따른 압박감을 지난 5개월간 드림투어와 큐스쿨을 뛰면서 제대로 느꼈다.

 

설렘의 이유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나는 우리 한국당구의 프로화에 대한 열망이 대단히 큰 사람이었다. 고대하던 그 일이 이루어졌고, 그 판에서 선수로서의 마지막 투혼을 불살라보고 싶었다. 또 타인을 위해 큐를 들었던 세월을 헤아려보니 20여년이나 되더라. 그래서 이번엔 나를 위해 큐를 들고 싶어, 늦은 나이임에도 과감히 프로무대로 뛰어든 것이다.

그러면서 삼은 우선 목표가 ‘1부진출’이었고, 그것이 생각보다 빠르게 이뤄졌다. 그래서 다가올 차기 시즌을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2부 경험밖에 없는 내게는 다가올 1부가 진정한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90세가 되더라도 큐 들 힘만 있다면, 공 치고 있을 것”이라고 전하며 허허 웃은 김정규. 그는 3개의 공이 놓인 테이블을 가리키며, “나는 이것을 떠나서 살 수 없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있나.

=훈련, 체력 보완에 힘쓰고 있다. 매일 아침 6~7시에 집 근처 공원으로 가 10,000보를 꼭 채우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낮 11~12시 경, 훈련장으로 와 선수의 큐를 놓았던 오랜 세월동안 변화된 것들(공과 테이블 상태 등)을 살피고, 내가 어떤 걸 바꾸어야 하는지 체크해 연습에 임한다. 실전감각은 동호인들과의 연습경기로 찾도록 한다.

 

현 훈련장은 임정완 프로당구협회 경기위원장이 운영중인 곳이다. 그가 프로선수로 데뷔한 선배를 위해 자신의 구장을 훈련장으로 제공했다고 하던데.

=그렇다. 참 고마운 일이다. 업장을 총괄해야 하는 사장 입장에서는 공 치는 현역 선배의 존재가 큰 부담거리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임 위원장이 흔쾌히 “형님 여기에서 치세요”라고 해줬다.

 

김정규의 후배이자 훈련장 업주인 임정완 프로당구협회 경기위원장이 함께 카메라 앞에 앉았다. 임 위원장은 연습구장을 물색중이던 ‘선배’ 김정규에게 흔쾌히 “형님, 저희 구장으로 오세요”라고 해준 이로, 이에 김정규는 크게 감동했고, 지금도 그 고마운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변화를 좇아 연구하는 과정이 벅차진 않은지.

=(미소를 지으며)물론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사실 젊었을 적이라면 그 변화에 대한 적응기가 지금보다는 훨씬 빨랐을 것이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스윙할 때 속도감 다르다. 즉, 타격을 가했을 때 회전력이 당시와 다르다는 말이다. 그것 때문에 당구에서 핵심 요소인 두께감이 달라질 수 있다. 그 과거와 현재 사이의 최선의 지점을 찾아가면서 감각을 살리고, 그에 신체를 맞춰가는 과정이 솔직히 쉽진 않다.

 

한편으론 변화 연구과정이 즐겁기도 하며, 본지 칼럼을 작성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맞다. 선수로서 맞는 그 일들이 평생 공을 쳐온 내게는 마치 ‘삶의 활력을 찾아주는 과정’과도 같아 즐겁기도 하다.

또, (당구)연구 과정으로 체득한 경험들이 설득력 있는 글을 쓸 데 좋은 재료들이 된다. 칼럼은 내 생각을 독자들에게 설득하는 글이잖나.

 

다소 포괄적인 질문이다. 현역으로 복귀한 지금, ‘대선배김정규가 보기에 과거 당구계와 대비해 가장 달라진 점을 꼽는다면.

=기술의 진보, 시스템의 변화다. 사람(선수)의 변화로는 후배들의 일취월장한 실력 향상을 언급하고 싶다. 우리 때만해도 공을 감각에 의존해 치는 경향이 뚜렷한 편이었다. 지금은 철저하게 자신만의 이론에 입각해서 공을 치는지, 그 의도가 샷 하나마다 분명하게, 그리고 강력하게 느껴지더라. 지금의 후배들이 거의 다 그런 당구를 치더라. 그러면 기복이 적어진다. 그 점이 선배로서는 기특하면서도, 선수로서는 참 무섭더라. 내가 오늘도 (당구)연구에 열심인 이유다. 선수라면 응당 그래야 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치열한 프로무대에서도 대단한 업적을 쌓은 후배들이 여럿 있다. ‘제자로 유명한 강동궁과 ‘17세 영건김영원 등이 그러한데.

=(강)동궁이. 허허. 어제 여기(훈련장인 뉴코리아당구장)에 와 인사를 나누고 공을 함께 쳤는데, 과거 내가 알던 동궁이와 아예 딴판으로 달라져 있더라. 공이 굉장히 여유 있고, 편안해졌다. 과거에는 회전력과 힘에 의한 공들을 구사했다면, 지금은 두께와 회전을 적절히 조화하면서 최적·최선의 샷을 찾아 공을 친다. 기술적인 원리들이 샷마다 표현되게 끔. 절정 고수 같더라.

김영원. 실력을 떠나 나는 그 젊은친구를 보면서 조명우, 김행직 등이 생각나더라. 그들은 내 눈에 ‘외로운 사자들’로 보였다. 그들이 성장하던 때에 비해 지금은 당구를 위한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런 점에 입각해, 자신이 갈 길을 잘 걷고 있는 정상급 선수들 외 우리 선수들이 좋아진 환경을 잘 활용하면서 자기발전에 더 집중하길 바라는 바다.

 

“나도 후배들에게 배우고 있어요. ‘구닥다리 공; 소리 듣지 않으려고. 허허”

 

다음은 선수 김정규에 관한 질문이다. 외국선수들과의 대결이 기대될 듯하다.

=당연하다. 과거에는 국제대회에서나 가능했던 외국선수와의 경기가 프로무대에서는 수시로 가능해졌다. 그것도 국외가 아닌 국내에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큐를 잡은 선수로서의 각오는.

=배워야 한다. 간혹 공을 치다보면 후배들이 당구에 관해 질문해온다. 그럴 경우 최대한 자세히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얼마나 간절하면 그러하겠나. 헌데 그 마음은 나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당구를 접하다보니 나도 후배들에게 많이 물어본다. 소위 ‘구닥다리 공’이라는 소리를 듣기는 싫다. 하하.

나는 당구를 떠나서는 절대로 살 수 없는 사람이다. 아마 90세를 넘어 고령자가 되어서도 간신히 큐를 들 힘만 있다면, 어딘가에서 공 치고 있을 게다. 단언할 수 있다. 하하.

 

[서울 논현=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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