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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말레이시아서 교사·스누커선수 ‘투잡’, “해외살이 이유? 스누커 때문”

 

 

“해외살이 이유? 스누커 때문이죠”

지난 5일 치러진 ‘2021 방콕-촌부리 아시아실내무도경기대회’ 스누커 여자 국가대표 선발전에 해외 살이 중인 선수가 출전했다. 박정민(부산당구연맹,25)이다. 말레이시아에 거주 중인 그가 짬을 내 한국에 온 것.

박정민은 선발전을 2위(1위는 김보건)로 마치며 태극마크를 손에 쥘 수 있었다. 17살 때인 지난 2017년 ‘아시바가트 아시아실내무도경기대회’ 첫 경기서 패한 기억이 있는 박정민으로선 약 7년만에 소중한 설욕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2021 방콕-촌부리 아시아실내무도경기대회’ 스누커 여자 국가대표로 선발된 박정민(우)과 김보건. 사진제공=대한당구연맹.

 

박정민은 현재 말레시이사에서 국제학교 영문학 교사로 일하고 있다.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급하게 짐을 싸 선발전 전날(4일) 새벽에 입국했다”는 그는 “시차 적응하자마자 바로 경기를 뛰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다행”이라며 안도와 기쁨을 동시에 전한다.

올 3월 ‘제12회 국토정중앙배 전국당구대회’ 때도 잠시 귀국해 스누커 부문에 출전(16강)한 박정민이다. 이에 그에게 ‘해외 살이’의 이유를 묻자 “스누커 때문”이라고 답한다.

한국은 스누커 불모지나 다름없다고 한다. 경기 환경은 열악하고, 선수층은 빈약하다. 여자 선수는 적다 못해 희귀한 존재다. 국내 전국대회 상황만 보더라도 캐롬, 포켓볼 종목은 모두 여성부 경기가 별도로 치러지나, 스누커만은 여성부가 따로 없다.

 

고교시절 전국대회 스누커 종목 학생부 경기에 참가해 입상한 박정민. (큐스포츠뉴스 DB)

 

이러한 현실은 박정민이 국내에서 거주하던 2010년대 초반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박정민은 최혜민 등과 함께 소수의 ‘여자스누커 기대주’로 주목받던 선수였다. 이런 그가 고교 졸업하자마자 돌연 호주행 비행기를 타 타즈매니아주의 국립 대학(타즈매니아 대학교) 영문학도가 됐다.

어릴 때부터 수학선생님 어머니, 체육선생님 아버지를 보고자란 박정민은 영문학 교사의 길을 걷기로 했단다. 이렇게 펜을 들게 된 그였지만,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스누커 큐는 절대 놓지 않았다.

3년간의 호주 생활로 학사학위를 취득한 박정민은 이번엔 영국으로 향한다. 맨체스터 대학(유니버시티 오브 맨체스터)서 ‘인터내셔널 에듀케이션’ 석사과정을 밟으며 두 차례나 장학금을 받는 등 학업에 매진했다.

 

석사과정을 밟은 영국 ‘유니버시티 오브 맨체스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 중인 박정민.

 

영국에서도 박정민의 스누커 활동은 이어졌다. 이에 대해 그는 “사실 석사과정을 영국에서 밟은 이유는 영국이 스누커의 본산이라서”라면서 “그만큼 크고작은 대회가 많더라. 저는 저희 학교 대표로 대학 스누커 대항전에 나가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 와중에 보조교사로 일하던 박정민은 작년부터 말레시이사에 터를 잡고 현지 국제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말레이시아는 한국보다는 스누커 인프라가 충만한 수준이다. 하우스대회에 참가하는 동호인들의 실력도 만만찮다. 말레이시아 현지의 하우스대회는 128강부터 시작하며, 참가선수 대다수가 남성들이다.

 

해외에서 석사 학위까지 취득 후 교사의 길을 걷고 있는 박정민은 그 와중에도 결코 스누커 선수로서의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사진은 해외 살이 중 대회에 출전해 입상한 박정민(좌측서 두 번째).

 

박정민은 이런 대회에 수시로 출전하며 실전감각을 차곡차곡 쌓아 왔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5일, ‘아시아실내무도경기대회’ 스누커 국가대표로 선발되기에 이른다. 7년만에 출전하는 이 대회에서 박정민은 개인전뿐만 아니라 김보건과 함께 복식전에도 출전한다.

또한, 박정민은 올해 국제대회를 넘어, 무려 20년만에 당구가 정식종목에 편성된 ‘2030 도하 아시안게임’ 출전까지도 희망하고 있다. 이를 목표로 생계를 위해 바쁜 일상에서 어떻게든 짬을 내, 큐를 더 강하게 움켜쥔다는 그다.

이런 그가 끝으로 바람을 남겼다. “스누커가 국내에서 보급화를 이뤄, 저와 같은 여자 선수들이 많아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스누커 저변이 열악하기 때문에 제가 해외살이를 시작하게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생계와 꿈을 동시에 쫓기 위한 선택인 셈이었죠. 그리고 저는 아직도 스누커 선수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응원해주세요”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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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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