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혜미-남윤형, ‘당구친구’이자 ‘연인사이’
64강서 강동궁-이장희 꺾고, 우승까지
168개 팀이 출전한 대장정의 끝, 가장 빛난 건 ‘합(合)’이었다. 처음으로 열린 ‘2025 프로당구선수협회장배 전국 프로선수&동호인 스카치대회’ 결승전에서 최혜미-남윤형 조가 임태수-손부원 조를 30:23으로 꺾고, 초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결승전 막판 35이닝째, 스코어는 28:23. 긴장감이 극도로 흐르던 순간, 최혜미가 날카로운 1뱅크 샷을 성공시키며 승리에 바짝 다가섰고, 남윤형이 이어진 3뱅크 샷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졌고, 스코어보드는 최종 30:23을 기록했다.
최혜미는 이번 대회 4강 진출 팀 중 유일한 여성 선수였다. 동호인 남윤형과는 수원 인계동 ‘봉 빌리어드클럽’에서 평소 함께 호흡을 맞춰온 당구 파트너이자 연인 사이다. 이틀 전 준결승 진출 직후 “합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던 말은 결승 무대에서 현실이 됐다. 당시에는 연인 관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우승 후 본지에 이를 밝혔다.
우승 상금은 1,000만 원. 결승 직후 남윤형은 “우승상금 거액인 1000만 원은 어머니 용돈, 구경 온 친구들 밥 사줘야겠다”고 웃었고, 최혜미는 “대회를 열어주신 황득희 프로당구선수협회장께 감사드린다”며 “응원 와준 정수빈 선수, 가족 등 많은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들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정수빈-한지승 커플과 평소 스카치를 치면서 합이 잘 맞는다고 느끼던 차에 이 대회가 열려 도전하게 됐고, 우승까지 하게 됐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클럽 핸디가 나란히 30점인 두 사람은 “서로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자신 있는 공을 책임지는 방식이 통했다”며, 결승전 막판 이어진 1뱅크(최혜미)-3뱅크(남윤형) 연속 득점에 대해선 “자신 있는 샷이 우연히 순서대로 온 것”이라고 웃었다.
64강전에서 강동궁 선수와의 맞대결을 언급하며 “이기자고 농담 삼아 말했는데, 실제로 이기고 나니 한 판씩만 이겨보자는 마음이 우승까지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심판이 배정된 16강부터는 낯설어한 남윤형이 초반 힘들어했지만, “이 무대를 즐기며 추억을 만들자는 마음이 오히려 경기에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상금은 “무조건 반반”이라고도 강조했다.
결승에 앞서 최-남 팀은 최혜미의 소속팀 월컴저축은행의 새 동료가 된 다니엘 산체스로부터 직접 코칭을 받았다. 그것이 “기술적인 조언뿐만 아니라 심적인 위안까지 받았다”며 “그것도 큰 힘이 됐다”고 두 사람은 말했다.
준우승 임태수-손부원 조, 하이런상까지
상금+’부상 큐 4자루’ 싹쓸이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임태수-손부원 조는 서울연맹 출신의 동갑내기이자 ‘사부-제자’ 관계로 알려진 팀.

이들은 8강전에서 대회 최고 하이런인 16점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고, 결승 무대에서도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준우승 상금 250만원에, 하이런상까지 수상하며, 준우승 부상품(500만 원 상당 M.P.Cues 큐 2자루)에 하이런 부상품(동일 제품 2자루)을 더해 총 4자루의 고급 큐를 손에 넣었다.


공동 3위는 20년 우정으로 뭉친 정해명-이재선 조와 ‘전-현 프로선수 조합’ 최우진-장경선 조에게 돌아갔다. 이들에게는 상금 125만원이 지급됐다.
이번 대회는 프로와 동호인의 팀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으로, ‘우정’화 ‘호흡’ 등을 모토로 삼아 총 168팀이 출전했다.
아울러, 경기도체육회의 재정 지원 아래 열린 이 대회는 8강전까지 유튜브 누적 시청자 16만 명을 기록(대회 주최측 전언)하며 차기 개최 가능성을 밝혔다.
대회 주최측 프로당구선수협회 황득희 회장은 “차기 년도 ‘프로당구선수협회장배 전국 프로선수&동호인 스카치대회’는 더욱 성대하게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양=이상연 기자 / 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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