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구, 스포츠로서 살아남으려면 바뀌어야 합니다.”
대한당구연맹 제3대 서수길 회장이 정식 취임식에서 당구계 전체에 종목의 생존 조건들을 던졌다. 핵심 키워드는 ‘보는 맛(재미)’ ‘관중’ ‘젊은 세대’ ‘여성’ 등 4가지다.
18일 오후 5시, 서울 잠실 DN콜로세움. 서수길 회장이 단단히 각을 세우고 취임사를 했다. 행사 자체는 격식에 따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으나, 그의 발언은 형식을 깨는 솔직함과 단호함이 잔뜩 묻어나 있었다.
“당구, 보는 재미가 없다. 지루하다”
임기 단 3개월차 신임 회장의 입에서 나온 이 직설적인 표현에, 취임식 현장의 시도 연맹 회장과 후원사 관계자, 선수 등 130여명이 잠시 정적을 맞았다.
말만 한 것이 아니었다. 같은 날 오전에 열린 ‘회장배 초청대회’부터 변화를 줬다. 경기 인터벌은 과감히 줄였고, 공 닦기 같은 루틴도 생략했다. 보는 스포츠로 거듭나기 위한 첫 실험이었던 셈이다.
그러면서 “당구가 대중과 가까워지려면, 그 전에 ‘보는 맛’이 살아나야 한다”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관중이 있어야 스포츠 콘텐츠가 된다”
그는 위 주제의 연장선상 격으로 ‘관중 없는 대회’에 대한 문제를 꺼냈다. 지난 3월 양구에서 열린 ‘국토정중앙배’에서 관중석이 텅 빈 장면을 떠올리며 “정말 놀랐다”고 회상하면서.
“스포츠가 콘텐츠가 되려면, 그 중심엔 관중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서 회장은 “당구 대회의 구조 자체가 이제는 관중을 위한 무대로 바뀌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당구의 주인이 누구냐는 질문에도 그는 명확했다. “선수나 지도자가 아니라, 시민(대중)”이라는 것. 경기를 소비하는 이들, 당구대회장을 찾는 일반 대중이 곧 당구의 미래라는 의미로 풀이됐다.
관련해 그는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예로 들었다. “트랙이 없으니 관중이 선수 숨소리까지 들으며 경기를 즐긴다. 관중과 선수가 가까우면, 선수는 긴장하겠지만 관중은 훨씬 몰입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당구 대회장을 관중이 몰입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탈발꿈 시키는 구상 중인 듯했다.

“젊은 세대 없는 스포츠? 죽는다”
그의 과감한 진단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당구는 지금 너무 올드하다”가 다음 주제였다.
젊은 세대와 단절된 스포츠는 결국 생명을 잃게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는 1쿠션처럼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종목으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바꿔 말하면, 당구의 진입 장벽을 낮추자는 것이다.
“여성을 유입시켜야 한다”
이어 서수길 회장은 ‘여성’이란 단어를 꺼냈다. 관련 예시로 그는 e스포츠를 언급했다.
“e스포츠를 보세요. 선수 99%는 남성이지만, 팬의 99%는 여성입니다. 여성 팬들이 대포폰으로 가까이서 촬영하고, 응원하고, 열광합니다. 당구도 그런 방식으로…”
또한, 여성을 포함한 젊은 세대까지 아우르며 그들이 당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돼야 당구가 스포츠로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점들을 발전 원동력 삼아 “선수들이 당구를 통해 인생의 경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저의 사명이자 당구계나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 및 다짐했다.
그런 후 포부를 밝혔다. “대한민국의 당구가 글로벌로 나아가고, 지구촌 전체를 리드하는 대한민국 당구계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취임식 앞서 ‘회장배 초청당구대회’
차명종–박세정, 캐롬 혼복
고태영–권보미, 포켓 혼복
최경림, 스누커 각각 우승
취임식에 앞서 오전 10시부터 신선한 ‘변화’를 주며 열린 ‘대한당구연맹회장배 초청당구대회’ 입상자는 다음과 같다.

캐롬 혼성복식에서는 차명종(인천체육회)-박세정(경북)이 우승했다. 결승서 손준혁(부천시체육회)-김하은(남양주)을 25:12(19이닝)로 이겼다. 준우승 손준혁-김하은에 이어 공동3위는 허진우(충남체육회)-허채원(한체대), 허정한(경남)-염희주(광주)다.

포켓9볼 혼성복식 1위는 고태영(경북체육회)-권보미(강원)다. 결승서 김수웅(서울시청)-진혜주(광주)를 세트스코어 5:2로 꺾었다. 2위 김수웅-진혜주에 이어 경규민(인천시체육회)-임윤미(서울시청), 하민욱(부산시체육회)-김정현(경남)이 공동3위.

스누커 종목 우승은 최경림(광주)이 차지했다. 결승서 허세양(충남체육회)을 55:32로 눌렀다. 허세양에 이은 공동3위는 김영락(대전), 황용(서울시청)이다.
입상자별 상금은 캐롬·포켓 우승 200만원, 준우승 120만원, 공동3위 80만원이다. 스누커는 우승 100만원, 준우승 60만원, 공동3위 40만원 순이다.

한편, 취임식 가운데서는 대한당구연맹 공식 후원사들이 소개됐다. 미니쉬라운지, 허리우드, 시모니스 등이다.
[잠실=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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