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부의 벽, 친구(조명우)를 넘고 깼다… 윤도영 ‘전국 첫 메달’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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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원도 양구군에서 폐막한 ‘2025 대한당구연맹회장배 전국3쿠션 당구대회’ 전문선수부 남자3쿠션에서 윤도영(사진)이 선수데뷔 후 처음으로 성인부 전국무대 메달(동메달) 획득에 성공하며 도약을 위한 발판을 다졌다. 사진은 시상식서 한 손에는 메달, 다른 손으로는 ‘엄지척’하며 활짝 웃고 있는 윤도영.

 

 

 

그날 윤도영(서울당구연맹)은, 승리보다 더 큰 해방감을 맛봤다.

최근 강원도 양구에서 폐막한 ‘2025 대한당구연맹회장배 전국3쿠션당구대회’. 윤도영은 이 대회 전문선수부 남자3쿠션 부문에서 성인부 생애 첫 메달, 즉 동메달 하나를 손에 넣었다. 선수 등록 10년 만에 딴 소중한 성취였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입상자 특유의 들뜬 환희보다도, 오래된 감정을 조용히 내려놓은 사람의 얼굴에 가까웠다. 진한 미소를 보인 건 시상식 직후 취재진의 요청 때 뿐.

“그냥… 후련했어요.”

그 짧은 소감에는 오랜 시간 자신을 짓눌러왔던 무게가 녹아 있었다. 그 이유는 경기 이력만 봐도 분명해진다. 이번 대회 16강전, 윤도영은 큐대 너머에서 절친이자 스타선수인 조명우(서울시청/실크로드시앤티)를 마주했다. 학생 시절부터 함께 해온 친구였지만, 성인 무대에서 조명우는 언제나 ‘넘기 어려운 이름’이자 ‘작아지게 만드는 상대’였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긴장은 안 됐어요. 명우가 친구라 그런지, 마음이 오히려 편했어요. 그래서 제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정신상태였던 그는 마침내, 절친인 조명우를 상대로 공식전 첫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그 순간, 지난 10년간 움츠러들었던 자신을 비로소 제대로 일으켜 세웠다.

 

‘절친’ 조명우와의 대회 16강전서 샷에 집중하고 있는 윤도영.

 

윤도영은 1998년생, 선수 등록 10년 차다. 아버지를 따라 당구장을 드나들다 큐를 잡았고, 고등학교 1학년 무렵, 원래 꿈꾸던 배드민턴 선수의 길을 접으면서 본격적으로 당구선수의 길에 들어섰다. 그 직후 학생부 전국무대에서는 수많은 메달을 쌓았지만, 성인부에 입성하면서는 현실의 벽이 높았다.

성인부에서는 32강을 넘기조차 힘들었고, 유명 선수들 앞에선 스스로 무너졌다. 그랬던 그의 마음의 ‘벽’에 첫 금이 간 건 지난 3월. 같은 양구에서 열린 ‘국토정중앙배’ 32강전에서 차명종을 꺾고 처음으로 8강에 오르면서다.

윤도영은 그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후련했어요. 내 안에서 뭔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감정은 이번 대회에서 절친 조명우를 꺾으며 더욱 증폭됐고, 그는 그 여세를 몰아 8강전에서 베테랑 송현일(안산시체육회)까지 제압, 생애 첫 전국 성인부 준결승 무대를 밟았다. 비로소 ‘성인부의 벽’을 눈앞에서 넘어서던 순간이었다.

 

조명우와의 16강전 승리 후 파죽지세로 4강까지 달려온 윤도영, 그러나 경기 초반부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상대인 안지훈에게 승리를 내줬다. 사진은 준결승전 직후, 상대였던 안지훈이 ‘후배’ 윤도영에게 샷에 관한 조언을 해주는 모습.

 

이어진 4강전 상대는 안지훈(전북당구연맹). 이 경기에서 윤도영은 초반부에 큐 감각이 살아나지 않으며 42:50(32이닝)으로 패했지만,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간의 부단한 노력들이 가시적인 성과(전국대회 동메달)로 이어졌고, 이를 밑천 삼아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더 크고 깊은 의미였다.

윤도영은 자신이 달라졌다고 느낀다. 기술도, 몸도, 마음도.

먼저 기술에 관한 진보는 이러한 연유였다. “예전엔 감각적으로만 쳤어요. 잘 될 땐 좋았지만, 안 될 땐 정말 무너졌죠. 그런데 요즘은 당구 이론을 정말 열심히 공부해요. 유튜브 영상도 닥치는 대로 보고, 왜 되는지 왜 안 되는지를 머리로 정리하죠.”

이어 그는 자신 있게 이렇게 말한다. “기복, 절반 이상은 줄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체력 증진을 위한 노력도 있었다. 윤도영은 2023년 말부터 배드민턴을 다시 시작했다. 당구에 집중하려면 체력이 필수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났다. 1년 3개월째 이어져온 관계는 그의 삶을 조용히 바꿔놓았다.

“(여자친구가)항상 말해줘요. ‘포기하지 마’라고. 그 말이, 우리 사이의 좌우명처럼 됐어요. 거의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좋아하던 술도 거의 끊었어요.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도 맑아졌죠.”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이번 메달은, 저 혼자 이룬 게 아니에요. 여자친구 덕분이에요.”

한편, 윤도영은 청각장애 등급을 지닌 선수다. 어린 시절, 머리를 크게 부딪힌 사고로 청력을 일부 잃었다. 다행히 의사소통에는 큰 불편이 없고, 그는 대한당구연맹 대회는 물론 지역 장애인체육회 소속 선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강원도 홍천군 대표로 전국장애인체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장애를 이유로 큐를 멈춘 적 없었던 그가, 심리적 벽까지 걷어낸 지금이다. 윤도영의 남은 2025년도 전국대회 일정들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양구=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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