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김창금 기자]
“국산 당구공의 줄무늬, 그거 단순한 것 아닙니다.”
지난 22~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스포엑스)’ 개막식에서 눈길을 끄는 당구용품 중 하나가 국산 헬릭스 공이었다. 공에 짧은 가로줄 무늬 3개가 박혀 있는데, 프로당구 피비에이(PBA)의 공식 사용구여서 팬들에게는 익숙하다.
공을 제작한 김종희 코스모스 대표는 “벨기에산 아라미스가 주도하는 세계 당구공 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뿐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국산 용품이라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선수로 20년간 활동했던 김종희 대표가 당구공을 본격 개발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 그는 “4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2014년 시제품을 내놨다. 이후 성능을 개선했고, 공의 회전력과 방향 변화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줄무늬를 넣은 공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초기 당구공은 코끼리 엄니인 상아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상아와 똑같은 탄성을 가진 화학물질로 대체됐다. 구의 형태를 완벽하게 이뤄내야 하고, 작용 반작용의 크기가 일정하며, 표면도 매끄러워야 한다.
김 대표는 “완벽하게 둥글어야 칠 때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느낀다. 좋은 공은 쳐보면 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의 회전력과 강도를 직관적으로 쉽게 알 수 있게 한 줄무늬 당구공은 경쟁사 제품과 차별성을 지닌다. 김 대표는 “단순한 무늬 같지만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디자인이다. 그냥 배치한 것이 아니라 규칙성이 있다.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공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시장에서 스리쿠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포켓볼에 비해 낮지만, 스리쿠션 공은 강한 스트로크에 금이 가지 말아야 하며, 내구성 또한 좋아야 한다. 코스모스는 중국과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 지역 20개 나라에 포켓볼과 헬릭스 공을 수출하고 있다.
김 대표는 “피비에이 출범의 영향으로 국내 당구공 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외국산 수요를 추월했다고 판단한다. 후발 주자이지만 디자인과 기술력에서 세계 정상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스포엑스에서는 헬릭스를 비롯해 프롬(테이블)과 고리나(당구천∙큐), 빌리존(스코어보드) 등의 브랜드가 피비에이 전시관에 입점해 ‘K-당구용품’을 세계에 알렸다.
(사진=P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