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들과 다크호스들의 활약, 국내 남녀 3쿠션계의 ‘세대교체’ 또는 ‘상향평준화’ 신호탄일수도 있죠. 분명한 것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란 것입니다.”
(김봉수 당구해설위원/대한당구연맹 디비전리그 총괄위원장, 7일 밤 남자3쿠션 결승전 현장서)
남자3쿠션 우승 김준태 29세, 준우승 허진우 29세(김준태가 한 학년 위), 4강 3명이 20대(결승진출자 2명+손준혁), 8강에 20대 4명(김준태 허진우 손준혁 박상준)과 10대 1명(조영윤).
그들과 40대 후반 송현일 서영완 등 다크호스들의 대약진.
여자3쿠션 우승 김하은 19세, 4강 전원 10•20대(김하은 박정현 박세정 최다영).
지난 7일 종료된 ‘2024 경남고성군수배’ 남녀 3쿠션 전문선수부는 신예-복병들의 도드라진 활약으로 당구팬들의 이목을 쏠리게 했다.
남자부가 특히 그러했다. 그 사이 (대회직전)국내랭킹 1~3위, 허정한 조명우 김행직이 각각 8강, 32강, 64강서 대회를 마감했다. ‘랭킹 톱’ 허정한에게 8강전 패배의 쓰라림을 안긴 송현일(49세)은 데뷔 13년만에 전국대회 4강으로 향했다.
또다른 8강전에는 신예급 ’19살’ 조영윤, 선수데뷔 3년차인 ’27살’ 박상준, 약 2년만에 전국대회로 복귀한 ’49살’ 서영완 등이 올라 주목받았다.
이처럼 당초 예상을 벗어나 더욱 치열했던 대회 남자부서 송현일과 더불어 ’20살’ 손준혁이 동메달을 들고 시상대에 서 화제였다.
개인커리어 처음으로 전국대회 8강 문턱을 넘어선 손준혁은 여세를 몰아 4강까지 진출, 그는 물론 당구팬들 또한 오매불망 기다리던 ‘한국 3쿠션 기대주’의 전국대회 성인부 첫 입상 소식을 알렸다.
여자부에선 2000년대생 강세 현상이 재확인됐다. 최근 양강체제를 굳혀가고 있는 ’19살’ 김하은(05년생)- ’20살’ 박정현(04년생)이 1위와 2위, ’20살’ 박세정(04년생)이 공동3위에 올랐다.
이 가운데, 우승자 만큼이나 화제를 모은 선수는 박세정과 함께 공동3위에 오른 1998년생, ’26살’ 최다영이었다.
전문선수 등록 불과 3개월차, 이번 고성군수배가 전국대회 데뷔전인 말그대로 ‘초짜 선수’인 최다영이 좋은 의미의 사고를 친 것이다.
이에 본지가 남녀부 화제의 선수인 손준혁(부천시체육회)-최다영(세종)에게 ‘깜짝 4강’ 소감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시상식 직후 현장에서 곧바로 진행됐다. 손준혁은 7일 밤 고성군 국민체육센터 앞 휴게테이블서, 최다영은 ‘친한 언니’ 이다연과 함께 6일 밤 경기장 내 휴게실에서 각각 이야기를 풀어놨다.
男 동메달, 손준혁 “성인되고 쭉 슬럼프”
“이번 입상으로 자신감 회복”
▲개인 첫 전국대회 4강진출 소감은.
=그간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게 돼 기쁘다.
▲그간 자신감이 떨어졌던 이유는.
=2023년부로 성인이 됐는데, 그 후로 최근까지 전국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이 없어 점차 자신감이 떨어져 갔다. 동시에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게 됐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성인부 첫 8강을 넘어 4강까지 올라 첫 입상에 성공,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4강전 패배 소감 또한 궁금하다. (인터뷰는 허진우와의 준결승전 후 20여분 채 되지 않은 시점서 진행됐다)
=선수로서 당연히 패배의 쓰라림은 있다. 그러나 제 모든 걸 다 쏟아부었기에 후회는 없다. 내 실력이 부족해 진 것이다. 더 열심히 연습할 것이다.
▲이번 대회 중 ‘초크 파손’ 이슈가 있었다고.
=6일 경기를 치르면서 초크가 파손됐다. 따라서 마지막 날(7일) 경기들은 교체한 상대로 치러내야만 했다. 헌데, 대회 개막(4일) 전에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주 사용 상대를 여유분으로 교체해야 하는 이슈가 있었다. 이 ‘여유분 상대를 6일까지 사용하다 초크가 파손된 것이다. 이렇게 손에 익숙한 ‘주 사용’ ‘여유분’ 상대를 모두 못쓰게 돼, 7일날에는 ‘긴급상황 대비용’ 상대로 경기들을 치렀다.
▲그럼에도 좋은 성적을 냈다. 현장에서 많은 축하를 받던데.
=감사할 따름이다. 또 그간 제 성적과 관계없이 항상 저를 응원해주던 부모님, 여자친구, 선생님들(곽병철 김동룡 다오반리 등), 후원사(큐스코 띠오리 유니크론텍 엠알엘엔지 파이브앤식스 등)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다. 이곳(고성군)에 도착 후 4강까지 오른 모든 과정을 상세하게 다 알고 계신 분들이다.
▲앞으로 각오는.
=특별할 것은 없다. 앞서 전한대로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고, 그 점을 원동력 삼아 더 열심히 전진할 것이다. 참, 세계선수권대회(올해는 불참) 3쿠션월드컵 등 국제무대에서도 활약하는 선수가 되겠다. (손준혁은 고교생이던 지난 2022년 서울3쿠션월드컵 본선에 올라 국내 3쿠션계의 희망으로 떠오른 바 있다)
女 동메달, 최다영 “얼떨떨”
“부모님이 기다리던 딸 데뷔전, 희소식 전해 기뻐”
▲첫 전국대회서 메달을 목에 건 소감은.
=얼떨떨할 따름이다. ‘예선이라도 잘 치러내보자’는 생각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당연히 입상에 대한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다. 경기를 치르는 내내 긴장감 때문에 덜덜 떨기도 했고.
▲예선~4강전 가운데 어떤 경기가 가장 떨렸나.
=4강전(대 박정현)이다. 방송중계 경기는 처음이라 무척 긴장되더라.
▲이제 데뷔 3개월차라고.
=그렇다. 6월 ‘남원 당구대회’ 직후 세종당구연맹 측과 논의한 끝에 7월 ‘태백산배’를 끝으로 동호인부 커리어를 마감, 곧바로 전문선수로 등록하게 됐다.
▲선수등록 전까지 소속선수로 뛰던 동호회를 소개한다면.
=대전 JACKPOT 동호회로, 평균연령 30대 초반이며 20대 회원도 꽤 많은 젊은 동호회다. 이 동호회에서 약 2년간 활동했다. 이를 포함해 제대로 공을 친 건 현재까지 3년 정도 됐다.
▲당구는 어떤 계기로 접하게 됐나.
=사실 고교1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당구 아카데미에서 등록, 19살 때까지 김진수 선생님께 공을 배웠었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하고 또 취업하면서 24살 때까지 큐를 잡지 못했다. 그러다가 직장을 나온 뒤 대학 편입(대전대학교)에 성공하면서 고향인 충남 아산을 나와 대전에서 자취를 하게 됐는데, 홀로 있는 시간들을 즐길 취미로 오래전 즐기던 당구를 선택하게 돼 여기(동호인에서 선수까지)까지 오게 됐다. 덕분에 (이)다연 언니도 만났다. 하하.
▲최다영-이다연 두 선수의 인연은.
이다연=자영업자가 꿈이던 저는 20살 당시 당구장 알바하며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삼아 23살 때 당구장을 차렸다. 그 구장에 (최)다영이가 놀러왔고 점차 서로 안면을 터 갔다. 당시 대출을 받아가며 연 구장이었고, 또 코로나 시국이 겹치면서 운영 상 여러 어려움들로 힘들 때인데, 그런 우리 구장에 와준 이들이 참 고마웠다. 다영이도 그중 하나였다. 특히 흔치 않은 여자 동호인 선수라서 얼마나 반갑던지.
최다영=당시 저는 이곳저곳 구장에 가 공치는 게 참 좋았다. 그 와중에 만난 다연 언니가 저도 참 반가웠다. 오늘(4강전이 치러진 지난 6일) 다연 언니가 방송경기 들어가기 전 직접 메이크업을 해줬다. 하하.
▲선수를 벗어난 최다영이 궁금하다.
=현대 대전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이다. 올 3월 편입해 지금 3학년 2학기를 소화중이다. 그 전에는 유사한 학과로 2년제 대학을 나와 웹 유지보수 등 분야에서 종사했었다.
▲끝으로 당구선수 딸의 훌륭한 데뷔전을 본 부모님께 한마디 한다면.
=부모님이 제 데뷔전을 손꼽아 기다리셨다. 저를 학생 때 당구아카데미에 데려가신 아버지는 물론이고,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좋은 소식을 전하게 돼 다행이면서 기쁘다.
또 부모님은 동호인 시절부터 대회 입상만 하면 그렇게 자랑을 하시더라. 하하. 방송중계된 이번 4강전은 운영하시는 가게(충남 아산 소재) TV로 틀어놓고 응원하셨다고 하셨다. 이에 평소 무뚝뚝한 딸인 제가 오늘 만큼은 부모님께 “사랑해요. 그리고 보고싶어요.”라고 전하고 싶다.
[고성=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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