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한이 국제무대에서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16일 새벽, 허정한(경남당구연맹)이 ‘2024 튀르키예 앙카라3쿠션월드컵’ 결승서 베트남의 바오프엉빈을 50:31(26이닝)로 무찌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 감동의 여운이 가득한 시상식 직후의 허정한과 연락이 닿았다. “그저 기뻐요. 하하.” 그의 우승소감은 이러했다. 지난 2016년 12월, 이집트 후루가다 대회 이후 무려 8년여의 세월이 흘러 재차 맛본 ‘우승의 감정’은 이룰 말할 수 없이 짜릿한듯했다.
그리고는 “사실, 결승전 직전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고 털어놨다. 그 대상은 고 김경률이었다.
지난 2010년, 김경률은 튀르키예 안탈리아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3쿠션월드컵 우승의 쾌거를 이뤄냈다. 그렇게 튀르키예 땅에서 피어난 좋은 기운은 이후 최성원(2012,안탈리아) 조재호(2014,이스탄불)에게도 이어진 바 있다.
이를 결승전 직전 떠올린 허정한이다. 이에 대해 “경률이에게 ‘형에게 우승의 기운을 달라’고 빌었는데, 그 바람을 하늘에서 들어줬나봐요.”라고 전하고나서 그는 아주 잠시 말을 멈췄다. 고인을 떠올리는 듯 했다.
이어, 추억에서 나온 허정한은 이번 대회에 앞서 마음속에 굳게 새겼던 각오도 들려줬다.
“앞선 4개 대회서 모두 32강 조별리그 탈락했어요. 그것이 연장될 경우 (월드컵랭킹 14위권 선수에게 주어지는)시드권이 날아가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이번 대회는 ‘갖고 있는 온 힘을 다 쏟아넣겠다’는 각오로 임했습니다.”
그 각오가 그를 결승전까지 이끌었다고 한다. 또한 결승에서는 “관중석에서 저를 힘차게 응원해주던 우리 선수들 덕분에 더 힘을 낼 수 있었다”며 한국 선수단에 고마움을 전했다.
허정한의 응원군은 또 있었다. 아내(정문영씨) 등 가족을 언급하며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그를 “십수년간 케어해줬다”는 오성규 전 파이브앤식스 대표와 업체 식구들, 아내와 함께 운영중인 클럽(청주 MVL 당구클럽) 관계자들에게도 허정한은 우승의 영광을 돌렸다. 루츠케이 큐, 프로라젝스(에비앙) 등의 후원사도 그의 감사 리스트에 포함돼 있었다.
한편, 허정한은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18일, 남원으로 몸을 이끌 계획이다. ‘제19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생활체육당구대회 및 2024 남원 전국당구선수권대회’ 일정 때문이다.
“17일 한국에 도착하면 초저녁일 겁니다. 공항 근처에서 몸을 뉘이고 다음날 바로 남원으로 향해야죠. 하하”
강행군이 예정돼 있다. 그럼에도 수화기 넘어로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매우 밝았다. 8년여만에 월드컵 정상탈환에 성공한 그가 이제 전국대회 우승컵 사냥을 위한 채비에 나설 예정이다.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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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허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