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큐에 ‘우승 키스’한 초클루, 아내는 없었다
“장모님 심장병, 아내가 간호중… 9월에 함께”
초클루는 결승전이 끝난 뒤, 큐에 짧은 키스를 남겼다. ‘프로무대 두 번째 우승’의 큐 키스였다. 미소를 머금은 채 관중석을 바라보던 그. 그러자 킨텍스 PBA 전용구장을 가득 채운 환호가 터져 나왔고, 돌아온 ‘튀르키예 에이스’는 그렇게, 다시 정상에 섰다.
이번 우승은, 위용을 되찾은 ‘스페인 전설’ 산체스를 꺾고 거머쥔 상징적인 승리였다.
그리고 한 가지, 조금은 아쉬운 장면. 첫 우승 당시 함께 기쁨을 나눴던 ‘승리의 여신’, 아내 에멜 초클루는 이번만큼은 현장에 함께하지 못했다. 당시 기자회견 직후 부부가 담긴 사진이 본지(월간지) 표지를 장식한 바 있다.
관련해 그는 “장모님의 심장 상태가 좋지 않아 통원치료 중인데, 아내가 간호를 하고 있다. 그러나 9월에는 함께 한국에 올 것 같다”면서, 이번 투어기간 중 “외로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팀(하나카드) 동료들이 있어, 특히 김가영 선수가 함께 해줘서 버틸 수 있었다”고 전했다.

477일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
23일 밤 9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 2025-26시즌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 결승전. 무라트 나지 초클루(하나카드)가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웰컴저축은행)를 세트스코어 4:1(15:12, 15:11, 15:8, 6:15, 15:4)로 꺾었다.
초클루는 이번 승리로 2024년 3월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이후 477일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프로 통산 두 번째 정상을 밟았다. 결승 진출 또한 278일 만이다.
초클루는 이로써 통산 62전 42승 20패(결승 포함)의 성적을 기록하게 됐으며, 누적 상금 2억 5750만원(PBA 11위 해당)을 돌파했다. 산체스와의 PBA 첫 맞대결에서도 값진 승리를 따내며 존재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다시 부활한 ‘스페인 전설’ 산체스
결승에서 패했지만, 산체스 역시 이번 대회 내내 안정된 경기력과 폭발적인 순간을 동시에 보여줬다.
이로써 한참 남은 올 시즌 개인투어는 물론, ‘웰컴저축은행’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새로 맞을 팀리그 활약상에 대한 기대감을 드높였다.
투어 초반만 위기, 이후에는 “역시 초클루”
이번 대회 초반, 초클루는 위기에 몰렸지만, 이후엔 여전히 강했다.
128강 첫 경기에서 이강욱과 2:2 무승부 끝에 승부치기로 간신히 생존한 그는, 이후 경기에서 급격히 안정감을 되찾았다. 64강에서는 ‘튀르키예 동료’ 사와시 블루트를 3:0으로 꺾었고, 32강에서는 ‘팀 동료’ 신정주(하나카드)를 상대로 3:2 승리를 거뒀다.
16강부터 4강까지는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D. 응우옌, 김남수, 다비드 사파타(우리금융캐피탈)를 차례로 스트레이트로 제압하며 결승에 올랐다.

스페인 ‘전설’ vs 튀르키예 ‘택시기사 출신’
‘51세 동갑내기’ 챔피언의 격돌
결승전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외국인 강자의 첫 맞대결이자, ‘51세 동갑내기’ 챔피언들의 자존심이 걸린 승부였다.
한쪽은 ‘전설’이라 불리는 스페인의 다니엘 산체스. 다른 한쪽은 과거 택시 운전사였던 ‘터키 사나이’ 초클루. 두 선수의 경력과 출발점은 달랐지만, 이날 밤 같은 무게의 큐를 들고 같은 테이블에 섰다.
그리고 승리는, 프로 무대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을 증명해낸 ‘택시기사 출신 챔피언’ 초클루의 몫이었다.
그는 이 승리를 통해 다시 정상에 오른 튀르키예의 에이스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결승전 직후 기자회견서 두 선수는 서로를 향해 엄지를 세웠다.
특히 패배한 산체스는 “초클루는 냉철한 선수, 이기기 어려운 선수”라고 말했다.
또 공통된 이야기는 “우리는 오랜 친한 친구”라는 점이었다. 치열한 승부의 테이블을 벗어나 각자의 기자회견 자리에 앉았느나, 마음은 통했다.

하나카드의 ‘개막전 더블 포효’
한편, 이번 개막전은 하나카드 선수들의 연속된 우승으로 더욱 인상 깊게 마무리됐다.
하루 전인 22일에는 김가영이 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차유람을 꺾고 통산 15번째 우승을 기록했고, 이어 23일 밤엔 초클루가 산체스를 제압하며 PBA 챔피언십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25-26시즌 개막전은 PBA와 LPBA 모두 하나카드 소속 선수들의 ‘우승 포효’로 마무리됐으며, 이 흐름이 팀리그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웰컴톱랭킹 수상, 황형범
최근 ’10세에 지역 평가전 우승’ 아들 황재윤과
이번 대회 ‘웰컴톱랭킹’의 주인공은 황형범이었다.
128강에서 윤순재를 세트스코어 3:0으로 꺾으며 기록한 애버리지 3.462는, 이번 개막전 단일 경기 최고 수치였다. 단단한 수구 컨트롤과 간결한 타법이 빚어낸, 베테랑의 완성형 경기력이었다.
시상식에는 최근 지역 평가전에서 만 10세의 나이로 전국랭커를 꺾고 화제를 모았던 아들 황재윤(11살) 군도 함께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아버지가 트로피를 받는 순간, 옆에 선 ‘새싹 당구소년’의 눈빛도 빛나고 있었다.
[일산=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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