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했습니다!”
씩씩하게, 그리고 오랜만에 우승 소감을 밝힌 스롱 피아비. 그야말로 ‘캄보디아 특급’의 귀환이었다.
스롱 피아비(우리금융캐피탈)는 6일 밤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5-26시즌 2차전 ‘하나카드 LPBA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절친 김보라를 세트스코어 4:1(11:2, 3:11, 11:10, 11:9, 11:2)로 꺾고, 1년 5개월 만에 LPBA 왕관을 되찾았다. 개인 통산 8번째 LPBA 우승이다.

내준 세트는 단 1개뿐이었으나, 3·4세트는 치열한 시소게임이었다. 스롱은 두 세트 모두 1점차(11:10, 11:9)로 승리하며 승부처를 지켜냈다.
이번 우승으로 스롱 피아비는 2024년 2월 ‘크라운해태 LPBA챔피언십’ 이후 497일 만에 LPBA 정상에 복귀했다.

우승상금 4,000만 원을 추가하며 통산 누적상금 3억원을 돌파(3억 2,282만원)을 돌파했다.
이날 결승전은 경기 못지않게, 두 선수의 인생 서사로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스롱과 김보라는 오랜 시간 훈련과 일상, 자선단체 ‘피아비한캄사랑’에서 함께 대표(스롱)와 이사(김보라)로 활동해온 당구계 대표 절친. 그러나 오늘만큼은 우정도 잠시 접어두고 LPBA 정상을 두고 맞붙었다.

결승 직후, 뜨겁게 싸운 두 선수는 서로를 꼭 안아줬다.

시상식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김보라는 “지난 1년간 스롱이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네가 너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하며 직접 만나지는 않았고, 대신 통화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우승 기자회견에서 스롱 피아비는 “개인사정으로…”라며 그간의 사연을 전했다. 집이 이곳저곳으로 옮겨졌고,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쳤다. 스롱은 남편의 응원 속에 일산에 새로 정착해 홀로 살고 있으며, 캄보디아 봉사도 계속하고 있다. 상금이 없던 기간에도 자비로 봉사 활동을 이어온 것. 이 사연을 모두 알고 있던 김보라의 따뜻한 위로에 스롱은 “친구는 언제나 저를 이해하고 좋아해 줘서 고맙다”고 진심을 전했다.
스롱 피아비의 우승은 결승에서만 완성된 게 아니었다.
준결승(5일)에서는 오래전 ‘두 태양’ 구도를 이뤘던 옛 라이벌 김가영(하나카드)과 맞붙었다.
한때 LPBA 우승 공동 1위(7승)였으나, 근 1년여 간 김가영이 통산 15승·8연속 우승을 이어가며 스롱의 존재감은 흐릿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스롱은 4강에서 세트스코어 3:1로 김가영의 독주에 종지부를 찍었다. 김가영의 통산 16승, 9연속 우승 도전을 자신의 큐로 저지했다.
스롱은 이번 대회 64강에서 정예진(25:11·애버리지 1.250), 32강 한슬기(3:1), 16강 사카이 아야코(3:1), 8강 김상아(3:0·애버리지 1.222)까지 흔들림 없이 승리했다.
스롱 피아비에게 이번 우승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선 의미로 남았다. 다시 되찾은 라이벌과의 경쟁, 그리고 친구와의 승부까지 모두 이겨내며, LPBA 한여름 밤을 자신의 서사로 채웠다.
비록 아쉽게 우승컵 획득은 실패했지만, 김보라의 서사도 대단했다. 최고 8강이던 성적으로 출발한 이번 투어에서 ‘일본 레전드’ 히다 오리에 등을 격파하며 결승진출로 자신의 프로무대 커리어하이를 진하게 찍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는 김가영도 모습을 드러냈다.

주최측이 대회별 최고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웰컴톱랭킹’ 상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김가영은 64강에서 김채연을 상대로 2.500의 애버리지를 기록해 해당 상을 수상했다.
[일산=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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