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가 끝나고 말한 것처럼 이번 대회는 출발이 좋지 않았다. 고민을 많이 했다. 잠도 잘 못잤다. 컨디션 조절을 열심히 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계속해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고, 컨디션을 찾아가려 노력하다 잘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이어졌다.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포지션 플레이를 할 때가 됐다고 느껴서 많이 연습했다. 높은 레벨로 넘어가기 위해선 당연했지만, 오히려 평소에 잘 할 수 있었던 것도 불안해졌다. 실력이 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과정인 만큼, 지금도 애를 쓰고 있다. 이번 대회의 전체적인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장타는 꽤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이러한 부분들도 어떻게 밸런스를 맞춰 잘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 이번 시즌 2차투어 4강전에서 스롱 선수에게 패배했다. 오늘 경기와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 그때는 집중을 제대로 못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칠 수 있는 공을 제대로 치지 못했다. 스스로에게 화가 많이 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 대회는 스타트가 좋지 않아서 마음을 조금 비우기도 했다. 할 수 있는 것들만 찾아 가려 최선을 다하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 스롱 선수가 6세트에 오구 파울을 범했을 때 승리에 대한 확신이 들었는지.
= 처음에는 스롱 선수가 오구 파울을 했는 지 몰랐다. 그런데 생각보다 내가 받은 포지션이 쉽지 않아 실망했다(웃음). 내가 예전에는 타임 파울과 오구 파울을 많이 하는 선수였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오구 파울이 나오는 게 파울을 얻은 선수에게 크게 좋지는 않다. 파울 직후 나오는 포지션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김용기씨, 어머니 박종분 여사와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김가영 우승자
◆ 2세트에 스롱 선수의 행운의 득점으로 아쉽게 세트를 내줬다. 그럼에도 3세트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어떤 마음가짐이었나.
= 특별한 마음 가짐 보다는 경기에 집중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운은 상대에게도 따르고, 나에게도 따를 수 있다. 운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운 역시 게임의 일부일 뿐이다.
◆ 이번 시즌에 스롱 선수와 LPBA를 양분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구도가 이어질 것 같은지.
= 항상 말해왔지만, 3쿠션에 있어서는 내가 한참 후배 격이다. 제가 처음에 3쿠션을 할 때 이미 스롱 선수는 경험 면에서 월등한 게 느껴졌다. 경기 운영 능력을 비롯해 나는 아직 부족한 게 많다. 많은 사람들이 라이벌이라 하지만 나는 그런 부분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또 어린 선수들이 많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좋은 선수가 우승을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 최근에 같은 팀 소속의 무라트 나지 초클루 선수가 쓴소리를 했다고.
= 나에게 스트로크가 좋지 않다고 했다(웃음). LPBA에 있는 다른 선수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그들을 보고 가서 공부하라고 했다. 충격을 조금 받았다.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 그렇지만 초클루가 아니면 그 정도의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줄 선수는 거의 없다. 나에게 뭐가 부족하고,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지 잘 알고 있다. 경기가 끝나고도 더 연습 해야 한다고 했다. (초클루가 언급한 선수는?) 그건 말 할 수 없다(웃음).
◆ 반대로 김가영 선수가 초클루 선수에게 따끔하게 얘기하는 부분이 있나.
= 보통 팀리그 할 때 얘기한다. 남자 선수들은 애버리지가 높아도 질 때가 있지 않나. 그럴 때 초클루에게 “우리팀 에이스인데 져서는 안 된다”고 얘기한다. 초클루 선수와 내가 든든하게 버텨줘야 다른 선수들도 마음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다. 저나 초클루가 흔들리면 팀이 무너지는 만큼, 집중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