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재의 中 헤이볼대회 참가기] “韓 10명 출전, 황용 32강… 亞국가들 이미 사활, 우리도 꼭”

10명의 한국 당구선수들이 최근 중국 텐진에서 열린 ‘2025 조이 헤이볼 마스터즈-슈퍼투어’에 참가했다. 이에 동행한 이근재 스누커선수(대한당구연맹 선수위원회 부위원장)의 참가기를 통해 대회 현장의 규모와 분위기, 한국당구의 헤이볼 도입 필요성 및 가능성 등을 살펴본다. 사진은 대회장인 중국 텐진 소재의 우칭 스포츠 센터(Wuqing Sports Center) 내 경기장에서 게임중인 선수들.

 

 

[편집자주]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9일까지 중국 텐진에서 열린 ‘2025 조이 헤이볼 마스터즈-슈퍼투어’는 우승상금만 4억이 넘는 대형 대회였다. 한국선수단은 남녀 총 10명이 출전한 가운데 황용이 쟁쟁한 선수들을 뚫고 32강진출이란 호성적을 냈다. 이 일정에 동행한 이근재 스누커 선수(현 대한당구연맹 선수위원회 부위원장)의 눈을 통해 중국 헤이볼대회의 대단한 규모를 자세히 살펴보고, 한국당구의 헤이볼 도입 필요성·가능성까지 타진해본 참가기를 소개한다.   

 

지난 4월 28일, 한국의 스누커·포켓볼 남녀선수 10명이 중국 텐진에 도착했다. 나(이근재)를 비롯해 백민후 황용 이종민 김수웅 고태영, 한소예 권보미 진혜주 이하린 선수가 3일 뒤(31일) 열릴 ‘2025 조이 헤이볼 마스터즈’ 투어에 나서게 됐다. 중국 헤이볼대회에 첫 출전하는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대회 개막을 기다렸다.

 

‘2025 조이 헤이볼 마스터즈-슈퍼투어’에 출전한 우리 선수단. 왼쪽부터 이근재, 한소예, 고태영, 진혜주, 이하린, 김수웅, 이종민, 백민후 선수. 황용과 권보미 선수도 참가했다.

 

‘조이 헤이볼 마스터즈’는 시즌제로 치러진다. 4개 정규투어 후 왕중왕전 격인 ‘그랜드 파이널’로 시즌의 대미를 장식한다.

하나의 정규투어에서는 중국 현지 선수만 출전하는 ‘디비전1 투어’, 중국·외국 선수가 함께 겨루는 ‘슈퍼투어’가 연달아 열린다. 성별 관계없이 남녀 선수가 함께 겨룬다.

이번 텐진 일정에서 우리 선수단이 출전한 건 올시즌 마지막 정규투어의 ‘슈퍼투어’였다. 중국선수부, 외국선수부 별도로 치러진 예선을 통과한 각부 최상위 16명씩 총 32명이 본선 토너먼으로 향하게 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회 32강에 진출한 황용 선수.

 

한국에서는 황용 선수가 치열했던 외국선수부 예선을 뚫고 32강에 진출, 선전했다. 본선에만 진출했음에도 불구, 황용 선수는 상금 600만원을 받았다. 그만큼 ‘조이 헤이볼 마스터즈’ 투어에 걸린 판돈 규모는 대단하다.

정규투어 우승상금을 보면, 중국 국내대회인 ‘디비전1 투어’에는 8만 3,000달러(한화 약 1억 2,155만원)가 걸렸다. 국제대회인 ‘슈퍼투어’ 우승상금은 27만 8,000달러(약 4억원)에 달한다. 시즌 막판 왕중왕전인 ‘그랜드 파이널’ 우승자가 수령하는 상금액은 무려 10억원에 육박한다.

상금 외 지원도 짱짱하다. 외국 참가자들은 주최측인 조이빌리아드(중국 대형 당구용품업체)로부터 숙박비-항공료 등을 지원받는다. 이번 대회에서는 숙박비가 나왔다.

선수들이 뛸 대회장 규모도 어마어마했다. 이번 ‘슈퍼투어’ 대회장은 중국 텐진 소재의 우칭 스포츠 센터(Wuqing Sports Center)였는데, 다수의 카메라와 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방송용 메인 경기장을 포함, 37대의 테이블이 대회를 위해 비치됐다.

 

이근재 선수가 감탄했다는 대회 메인 경기장 전경. 천장에는 대형 여러대의 스크린이 설치돼 있고, 아래 메인 경기장은 방송중계에 맞춰 넓고 화려하게 장식돼 눈길을 끈다.

 

그에 더해, 연습용으로 깔려진 테이블이 32개나 됐다. 일정 사용료만 지불하면, 관리 잘 된 테이블에서 맘껏 연습할 수 있었다. 이에 우리는 대회 개막까지 3일간의 훈련기간 동안 따로 훈련장을 잡지 않아도 됐다.

총 69개의 테이블이 쫙 펼쳐진 시설과 그것을 수용하는 거대한 대회장 규모를 처음 접하는 나는 입이 떡 벌이질 수밖에 없었다.

 

총 69개의 테이블이 쫙 펼쳐진 시설과 그것을 수용하는 거대한 대회장 규모의 중국 헤이볼 경기장.

 

큰 판돈과 외국선수에 대한 지원, 어마어마한 시설. 헤이볼의 근원 종목인 스누커와 포켓볼을 치는 전세계 선수들이 요즘 중국을 눈 동그랗게 뜨고 보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다.

그 경향이 현장에서 진하게 느껴졌다. 헤이볼 종주국인 중국은 물론, 싱가포르 베트남 일본 인도 등의 아시아권 포켓볼 강국 톱랭커 상당수가 헤이볼대회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중 몽골의 경우 이번 대회에 30명 이상의 선수가 대거 출전했다. 해당 국가 관계자에 따르면, 주종목을 포켓볼에서 헤이볼로 아예 전향하는 경향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꼭 큰 판돈 때문만은 아니다. 헤이볼이 지금부터 5년밖에 남지 않은 ‘2030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아시아권 국가들이 해당종목 육성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대회 일정 중 한데 모여 식사중인 한국 선수단.

 

우리도 이를 따라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우리 선수들의 실력을 감안하면, 부단히 노력한다면 입상권에 들 수 있다고 본다. 헤이볼은 수비적인 운영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우리 선수들은 그 수비 운영에서 절대 떨어지는 편이 아니다. 오히려 좋은 편이다. 부족한 건 경험이다. 이를 대한당구연맹 등을 비롯한 당구계가 신경써준다면 헤이볼 종목에서 승산이 있을 것이다.

이번 텐진 일정에서 많은 것들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됐다. 대단한 규모에 놀랐고, 헤이볼과 관련한 글로벌 당구선수들의 동향을 파악했다. 우리 한국선수들의 가능성 또한 봤다. 이를 종합해 아래의 한 마디를 당구계 모든 분들에게 남긴다.

 

“헤이볼, 한국도 꼭 쳐야 합니다”

 

끝으로, 자비로 숙박비 항공료를 부담하면서 우리 선수단의 중국 현지 통역, 대회 일정 체크 등 여러 업무를 도맏아준 안광욱 동호인(한국 내 활동중인 중국국적 포켓볼 동호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안광욱 동호인(우측)은 자비로 숙박비 항공료를 부담하면서 우리 선수단의 이번 중국 헤이볼대회 현지 통역, 대회 일정 체크 등 여러 업무를 도맏아줬다고 한다. 사진은 지난해 2월, 월드풀라이프 동호회 소속으로 ‘제1회 포켓9볼 한국오픈’에 출전했던 당시 4강진출 기념촬영중인 안광욱 동호인. 그 옆은 동호회 동료인 황금철 동호인.

 

[글-사진=이근재 스누커 선수/대한당구연맹 선수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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