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 이길남 교수(대한당구연맹 경기력향상위원)
스누커의 탄생
당구 종목별 종주국을 살펴보면, 캐롬은 프랑스, 포켓은 미국, 스누커는 영국이다. 그리고 요즘 뜨고 있는 HeyBall은 포켓 당구의 일종이지만, 종주국은 중국이라 할 수 있다. 스누커는 19세기 말 인도에 주둔하던 영국군 장교가 병사들의 무료한 시간을 달래려 고안했다고 한다. 그 이후 영국과 영연방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프로 스누커 당구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WPBSA(World Professional Billiards and Snooker Association : 세계프로 스누커 잉글리시 빌리아드 협회)라는 단체가 있다. 영국 브리스톨에 본부를 두고, 1968년에 설립되었다. 1885년 영국에서 처음 당구 기구가 설립된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1946년 설립된 PBPA(Professional Billiard Players Association : 프로 당구선수협회)가 1968년 지금의 WPASA로 통합되었다. 세계 최초의 프로 당구 기구이다.
스누커의 대중화
1968년 프로 스누커 협회의 출범에는 중요한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컬러 TV 보급이다. 영국은 1967년 BBC 2에서 처음 컬러 TV 방송을 시작하여 1969년부터 모든 채널에서 컬러 방송을 했다. 컬러 TV 시대의 도래로 여러 색깔의 공을 사용하는 스누커 경기의 TV 중계가 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스누커의 대중화가 시작될 수 있었다.
대회 규모, 상금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많은 기업들의 광고 및 스폰서가 이어지고, 이에 더해 시대별로 걸죽한 스타들도 탄생했다. Steve Davis, Alex Higgins, Stephen Hendry, Jimmy White, Ronnie O’Sullivan 등이 그들이다.
스누커의 세계화
영국과 영연방을 벗어나 스누커 시장의 다변화와 세계화가 꾸준하게 진행되었고, 그 중심에는 아시아 시장이 있었다. 딩준후이가 2005년 차이나 오픈에서 우승하기 이전까지는 아시아 스누커 중심지는 태국이었다.
태국에는 1990년대 초반 프로 스누커 대회에서 3차례 우승한 태국 스누커 전설 James Wattana가 있었다. 금년 시즌에도 5명의 태국 선수(여자 선수 2명 포함)가 프로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태국에 WPBSA의 스누커 아카데미가 설립되었다. 중국에는 2013년에 가서야 스누커 아카데미와 WPBSA 연락사무소가 개설되었다.
현재 영국 다음으로 세계 스누커를 지배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영국과 협력도 활발하다. 앞에서 언급한 딩준후이 덕분이다. 18세 소년 딩준후이가 2005년 차이나 오픈 결승에서 1억 1천만 명의 중국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영국의 전설 스티븐 핸드리를 9 : 5로 격파하고 우승을 자치했다.
그 이후 중국에는 수많은 딩준후이 키즈가 나타났다. 금년 시즌을 기준으로, 128명의 프로 스누커 선수 중 잉글랜드, 스코트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등 대영제국 선수 80명 다음으로 많은 20명의 중국 선수들이 프로 스누커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독일 벨기에 아일랜드 스위스 에스토니아 우크라이나, 호주 이란 태국 인도 홍콩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이집트 미국 브라질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금년 시즌 중국에서 3개 프로 스누커 대회가 개최되었지만, COVID-19 이전 2018/2019 시즌에는 5개의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금년 프로 스누커 대회는 영국, 독일, 중국, 태국 등에서 24개 대회가 계획되어 있으나, COVID-19 이전인 2018/2019 시즌에는 영국, 아일랜드, 독일, 벨기에, 라트비아, 튀르키예, 지브랄타, 중국, 인도, 홍콩, 태국 등에서 28개 대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아직은 COVID-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않았으나 점점 좋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2024/2025 시즌에 스누커와 포켓 9볼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사우디 아라비아 체육부, 올림픽위원회, 그리고 사우디 당구 스누커 협회(Saudi Arabi Billiard & Snooker Federation)에서 Matchroom과 향후 10년간 사우디에서 스누커와 포켓 9볼 대회를 대규모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WST(World Snooker Tour)에 의하면, 2024년 8월 31일부터 9월 7일까지 Saudi Arabia Riyadh에서 총상금 2백만 파운드로 ‘Saudi Arabia Snooker Masters’라는 4번째 메이저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대회는 WST의 공식 랭킹 타이틀 대회로 128의 프로 투어 선수들과 6명의 사우디 국내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다. 대회 규모가 가장 큰 World Championship의 총상금이 239만 5천 파운드(우승상금 50만 파운드), 두 번째로 큰 UK Championship이 120만 5천 파운드(우승상금 25만 파운드)임을 감안할 때, 우승상금 역시 30만 파운드를 넘어 40만 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WNT(World Nineball Tour)에 의하면, 2024년 6월 3일부터 8일까지 Jeddah에서 ‘World Pool Championship’이 열린다고 한다. 총상금이 1백만 달러이다. 기존의 포켓 대회의 총상금 규모가 20만 달러 정도이고, US Open Championship이 37만 5천 달러임을 감안할 때, 우승상금은 최소 10만 달러는 넘어 2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WPBSA 산하 기구들
WPBSA는 스누커 당구의 모든 사업을 이끄는 World Snooker Ltd.의 주식 26%를 소유한 제1 주주이다. World Snooker Ltd. 산하에 WST(World Snooker Tour), WSF(World Snooker Federation), WDBS(World Disability Billiards and Snooker), WWS(World Women’s Snooker), World Seniors, World Billiards, World Players 등의 조직이 있다.
WST 활동
WST는 WPBSA 산하 기구 중 가장 중요한 조직으로 세계프로스누커 대회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금년(2023/2024) 시즌을 기준으로 볼 때, 128명의프로 투어 시드 선수들이 영국을 비롯하여, 독일 중국 태국 등지에서 24개 대회를 치르고 있다.
대회 우승상금을 살펴보면, 먼저 3대 메이저 대회(triple Crown) 중의 하나이자 최고 대회로 시즌 마지막에 열리는 World Championship은 50만 파운드(약 8억 4천만원)이다. World Championship은 영국 세필드에 소재한 Crucible Theater라는 곳에서 열린다. 그래서 세필드의 Crucible Theater를 스누커의 메카라고도 한다. 세필드 지역에는 많은 스누커 아카데미가 있다.
우승상금이 20만 파운드를 넘는 대회로는 또 다른 메이저 대회인 UK Championship과 The Masters가 있는데, 이들 대회 우승상금은 각각 25만 파운드(약 4억 2천만원)이다. 메이저 대회는 아니지만 중국에서 개최된 상하이 마스터즈의 우승상금도 21만 파운드(약 3억 5천만원)이다. 나머지 대회의 우승상금은 일부 10만 파운드에 못 미치는 몇 개 대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0만 파운드에서 20만 파운드 정도이다.
우승상금과 관련해서 포켓의 HeyBall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포켓 대회 우승상금은 스누커 대회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런데 HeyBall 대회 우승상금으로 500만 위안(약 9억 2천만원), 300만 위안(약 5억 5천만원)이 걸린 대회가 생겼다. 소위 ‘쩐해전술(錢海戰術)’이라는 차이나 머니로 중국식 8볼인 HeyBall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포켓이나 HeyBall 종목에서는 프로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기구는 아직 없다. 상금 규모를 감안하면, 곧 출현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동안 세계 당구 대회에서 최고의 우승상금 기록은 스누커가 차지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Heyball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전체적인 대회 규모나 상금액은 아직 스누커가 더 많고 크지만, 스누커의 자존심이 조금은 무너진 느낌이다.
시즌 상금이 100만 파운드를 넘는 선수들도...
단일 시즌 상금으로 100만 파운드(약 16억 7천만원)를 넘은 최초의 프로 스누커 선수는 2018/2019 시즌 World Championship에서 우승하여 50만 파운드 우승상금을 챙긴 Judd Trump 선수이다.
그런데 금년 시즌에는 아직 7개 대회가 치러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금액이 이미 100만 파운드를 넘은 선수가 2명이나 나왔다. 금년 시즌에만 동일하게 4회 우승을 달성한 Ronnie O’Sullivan과 Judd Trump이다. Ronnie O’Sullivan이 약 111만 파운드(약 18억 7천만원) 상금으로 상금 순위 1위를 달리고 있고, Judd Trump가 약 101만 파운드(약 17억원) 상금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금년 4월 20일부터 시작되는 World Snooker Championship에서 이 두 선수 중 누군가 우승한다면 150만 파운드(약 25억원)를 달성할 수 있다. 머지않아 단일 시즌 상금액이 200만 파운드(약 33억원)를 넘어서는 선수가 나올 수도 있어 보인다.
[방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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