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수의 포켓볼 프리즘 23화]
당구 종목 중에서 진입장벽이 가장 낮은 종목을 꼽으라면 포켓볼이다. 세계적으로 저변이 넓고 인프라가 조성돼 쉽게 접할 수 있어서다.
그 장점이 한국에서도 먹힌 시절이 바로 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다. 당시 미디어를 매개 삼아 서구문화가 우리 사회에 물밀 듯이 몰려와 스며들었다. 즉, 그들의 문화가 익숙해져갔던 시절이다. 익숙해진 것 중 하나가 바로 포켓볼이었다.
‘세계문화산업의 정점’ 미국 내에서도 ‘문화콘텐츠 허브’ 격인 할리우드의 영화 속에서 우리는 초특급 스타들이 큐를 잡고, 포켓볼을 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톰 크루즈 주연의 1986 년 작품 『컬러 오브 머니』를 든다.
이런 사회적인 배경을 타 우리 사회가 포켓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가 하나둘 큐를 잡아갔고, 후에는 종목의 성행으로 이어진다. 그 촉매제 역할을 제대로 한 인물이 자넷 리 선수다.

이런 점들로 인해, 당시는 필자에게 한국 포켓볼이 눈부신 발전을 이룬 시기로 기억된다.
그러던 포켓볼이 한국 당구계에서 무너져내려 간 점이 참 안타깝다. 근본적인 원인을 추측해본다면, 종목 간의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사실 몰락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 이 자리에서 밝히진 않겠다).
몰락의 시점은 2000 년대 중반 무렵이다. 급작스러운 붕괴는 아니었다. 서서히 침몰해갔다. 그렇게 20년이 넘게 흐른 지금, 과거의 성행했던 모습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앞서 말했듯이, 포켓볼은 국제적으로 저변이 대단히 넓은 당구 종목이다. 게다가 국가대항전에서 스누커에 이어 중심 종목으로 귀한 대접받는다.
이는 한국의 사정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불과 5년 뒤로 다가온 ‘2030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당구의 대회 재진입이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과거 아시안게임 당구종목(스누커 포켓볼 캐롬)에 걸린 금메달 개수(총 10개)를 고려했을 때, 포켓볼에는 3개정도의 ‘금’이 걸릴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전체의 30%에 해당한다.
이에 우리 한국당구계는 포켓볼과 관련한 분위기 전환이 시급하다고 보여진다. 그것을 위한 노력들에 갈급한 마음을 갖고 살아왔던 필자다. 과거 대비 위상이 쇠퇴한 한국 포켓볼의 발전 방향을 묻노라면, 정확한 답변이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해결방안은 강구해 봤다.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은 바로 ‘유 ·청소년 활성화’다.
그에 따른 구체적인 방안 첫 번째로 ‘아이리그’(대한당구연맹 사업) 의 적극적인 활용을 제안한다.
과거에는 주요 포켓볼당구장들이 종목 마니아들의 거점지가 돼 동호인과 선수, 심판 등 포켓볼계 인적 자원들의 산파 역할을 해왔다. 지금은 그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구장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고, 경제상황도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그러니 과거의 산파 역할을 이제 ‘아이리그’ 사업에 맡기자는 말이다.

두 번째 구체방안은 초 ·중 ·고 당구연맹 창설이다. 학생당구를 위해 유입되는 자원을 집중시켜, 유청소년을 위한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구축, 직접 교육하거나 이를 전국 시도에 전파토록 하는 방안이다.
이런 두 가지 큰 틀을 세운다면, 그 외 부분들에는 다른 형태로 잔가지가 퍼질 것이다. 어린 당구인들이 늘어나면 자원수급이 원활해지면서 포켓볼전문학원, 포켓볼 구장, 청소년 수련관 등 교육기관이 생겨나면서 포켓볼 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켓볼 자원을 확보하는 일은 전체 종목의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포켓볼로 입문하여 캐롬, 스누커로 전향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아울러, 유·청소년 당구 활성화 방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당구 종목의 생존과도 직접 연관되어 있는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다. 이를 당구계통 지도자분들이 이 점들을 한 번씩 곱씹어 보시길 간절히 바라는 바다.
물론 필자의 생각이 올바르지 않을 수도, 틀릴 수도 있겠다. 다만, 손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발전을 위한 고민이라도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이런 생각들을 털어놓았다.
대한민국 당구 종목 및 포켓볼 종목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오늘도 깊은 고민에 잠겨본다.

[글=이완수 인천광역시체육회 당구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