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우승 소감이요? 아내인 오수정 프로에게 조금이나마 면이 선 점이 가장 기뻐요. 하하”
신기웅이 18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 PBA전용구장서 펼쳐진 23/24시즌 ‘프롬 PBA 드림투어’ 4차전 결승서 김영원에 세트스코어 4:0으로 완승을 거두며 우승, 상금 1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우승으로 신기웅은 드림투어 시즌랭킹 40위서 4위로 급상승, 차기 시즌 1부투어 입성이 확정됐다. 2부로 강등 후 1시즌만에 1부로의 재입성이다.
신기웅은 지난 2020-21시즌 챌린지투어(3부)서 데뷔해 드림투어(21-22), 1부(22-23)까지 착실히 올라섰다. 그러나 지난 시즌 90위에 그쳐 다시 드림투어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번 시즌 역시 지난 3개 투어에서 32강, 64강 등에 그쳤으나 이번 우승으로 다시 1부투어 승격을 사실상 확정했다.
드림투어 4차전 시상식 직후, 우승 및 1부승격 확정 ‘겹경사’를 맞은 신기웅에게 그 소감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우승 축하한다. 소감은.
=우리 와이프, 오수정 프로에게 조금이나마 면이 섰다는 점이 가장 기쁘다. 올시즌에 앞서 2부로 강등된 뒤, 제 당구인생 통틀어 가장 열심히 공을 쳤다. 최근 이사한 (강원도)원주 내 PBC클럽에서 못해도 하루 평균 7시간 이상 개인연습 및 게임에 몰입하고 있었다.
Q. 시즌랭킹 4위에 올랐다. 사실상 1부 재진입 확정인데.
=그런가? (그 직후 랭킹표를 본 뒤)신기하고 뿌듯하다. 하하.
Q. 결승서 ‘16세’ 김영원 선수와 맞붙었는데.
=(실력이)어마어마하더라. (김)영원이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지금보다 더 어릴 때부터 봐왔던 선수다. 성장세가 대단하다. 물론 현재 실력도 엄청나다. 솔직히, 나보다 더 잘 치는 선수라는 생각이다. 그만큼 미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다. 너무 어르신 같은 평가였나. 하하.
Q. 결승전을 제외하고, 우승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경기를 꼽는다면.
=‘애버 0.052차’로 가까스로 통과한 256강(40조)을 시작으로 8강까지 모든 경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반 포기상태’에 놓였다가 1점차로 이긴 32강전(김대홍에 35:34 승), 프로데뷔 후 처음으로 풀세트 끝에 승리한 8강전(김종완에 세트스코어 3:2 승)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 고비를 넘기고 맞은 4강 및 결승전은 오히려 마음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들서 운도 많이 따랐다고 본다. (신기웅은 4강전을 무려 3.462의 애버리지를 기록하며 통과했다)
Q. 그런데 이번 투어 목표가 고작 ‘예선통과’였다고.
=그렇다.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마음을 비우고 ‘예선통과만 하자’는 각오로 이번 투어에 임했다. 사실 원주에서부터 공이 잘 안 맞더라. 답답했다. 그래서 조금 일찍 서울로 와(지난 13일 상경) 테이블에 적응하는 등 노력해봤다. 그런데 그 점이 경기 때 꽤 많은 도움이 되더라.
Q. 올시즌 초반부터 무릎 인대파열 부상을 안고 투어에 참가했는데, 현재는.
=부상은 올시즌에 앞선 큐스쿨 때부터 안고 있었다. 당시에는 고통완화용 약물을 투여받고 경기에 임했다. 그직후 수술했고 약 7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당구를 치는 데 문제없던 시점은 약 두 달 전부터다.
그 뒤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고, 잘 못마시는 술조차 아예 금주하는 등 시도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컨디션 유지에 힘썼다. 그 인고의 시간을 오늘 우승으로 보상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
Q. 올시즌 1~3차전(32강·64강·64강)을 돌아본다면.
=의미 없는 것 같다. 심지어 1차전은 보조기 찬 상태로 참가했었고, 운이 좋아 32강에 올랐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절치부심하며 노력했는데, 그 점이 욕심이 돼 화가 되더라. 이에 이번 투어는 마음 비우고 참가한 것이다. 그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Q. 1부승격이 확정됐지만 5~6차전이 아직 남아있다. 각오는.
=마음 편하게 임하겠다. 성적을 내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내 공, 내 스타일을 최대한 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경기를 치르겠다.
Q. 아내인 오수정 선수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잠시 생각 후)내가 당구치는 이유, 바로 우리 아내 때문이다. 동호인 출신인 저는 취미로 공을 치면서 내 사업을 하는 게 마음편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PBA가 출범해 아내가 LPBA 선수로 활동하게 되면서 그에 맞춰 나도 프로무대에 데뷔해 3부부터 출발, 현재에 이르렀다.
이런 제가 아내에게 잔소리를 하나 하고 싶다. ‘내가 노력하는 것만큼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기자=그대로 기사에 적어도 되는지?) 물론이다. (아내인)오수정 프로는 준우승 2회란 성과와 더불어 팀리그에서 방출되는 등 시련도 겪었다. 그 압박감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더 노력해 더 좋은 커리어를 쌓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을 위해 나는 언제나 뒤에서 받쳐줄 테니, (아내는)마음 편하게 당구 쳤으면 좋겠다. 꼭 팀리그 팀 선수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재미있게 쳤으면 한다. 다만, 그 재미를 위한 노력은 아끼지 않으면서 말이다.
Q. 끝으로 응원해주는 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질문 끝나자마자)고리나 임정철 대표님, SM빌리어드 신동혁 대표님 감사드린다. 또 원주에서 저희 부부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며 열렬하게 응원해주는 헐크당구동호회(회장 김태영) 회원분들게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 또한 전하고 싶다. 본격적인 정착 약 7개월차인 저희 부부가 의지할 수 있도록 해주신 분들이다. 감사드린다.
[고양=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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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네일 사진=P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