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꼭 할 거라 했는데”… 15세 김현우, 심장수술한 어머니께 바친 ‘김행직 꺾고 8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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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김현우(칠보중)가 15일 오후 ‘2025 남원 전국당구선수권대회’ 16강전서 국내 당구계의 간판스타 중 하나인 김행직(전남·진도군청)을 40:37(26이닝)로 꺾는 이변을 연출, 자신의 전국대회 성인부 커리어하이(8강진출)를 찍었다.

 

 

15세 김현우(칠보중)가 ‘2025 남원 전국당구선수권대회’에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다.

그리고 그 약속은 단순히 기록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심장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어머니를 위한 것이었다.

김현우는 15일 오후 남원 춘향골체육관에서 열린 남자3쿠션 일반부 16강전에서, 국내 당구계의 간판스타 중 하나인 김행직(전남·진도군청)을 40:37(26이닝)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 승리로 김현우는 성인부 전국대회 첫 8강 진출이라는 개인 최고 성적을 작성했다.

 

‘스타’ 김행직을 상대로 한 경기 막판, 승리까지 단 한 점만을 남겨둔 김현우(좌)가 테이블 위 공 배치를 바라보며 다음 샷을 구상하고 있다.

 

경기 직후 인터뷰 테이블에 앉은 김현우는 처음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빠에게 자랑할 거예요.”

 

8강진출 확정 후 경기장 로비에 마련된 시상식장에서 아버지(우)와 함께 기념촬영 중인 김현우.

 

현장에서 함께하지 못한 어머니 이야기가 조심스레 이어진 건 그 다음이었다.

“어머니가 약 2주 전에 심장 수술을 하셨어요. 오늘 경기는… 꼭 이겨서 인터뷰 하고 싶었어요. 그 각오를 남원에 오기 직전에 어머니께도 전했었죠.”

본지와의 인터뷰로 그 바람을 우연찮게 이뤄낸 셈이 됐다.

어머니의 사정을 꺼낸 뒤, 김현우는 잠시 입술을 다물고 시선을 내려 깔았다. 마른 침을 삼키는 그 짧은 공백 속에, 말로 다하지 못한 감정이 잠겨 있었다.

 

지난해 11월 열린 ‘전국학생당구대회’에서 어머니(좌)와 함께 기념촬영 했던 김현우.

 

기자는 지난해 11월 열린 ‘전국학생당구대회’에서 김현우의 어머니가 아들의 경기를 묵묵히 지켜보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와 달리 이번 대회장에는 아버지가 자리했다.

김진철 씨(55)는 아들의 모든 경기를 빠짐없이 현장에서 지켜보며, 때론 멘탈 코칭도 해주는 존재다. 이 날도, 체육관 밖 복도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를 마친 김현우는 체육관 중계용 테이블을 힐끗 바라봤다. 준결승부터는 생중계 무대다. 8강전을 넘으면, 어머니에게 경기 장면을 통해 직접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쳤는지도 모른다.

“이 순간 어머니께 가장 하고 싶은 말은요… 사랑해요.”

그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긴 미사여구 없이 담백한 한 마디였지만, 그 말로 인터뷰 테이블의 감정은 뜨거워졌다.

그리고 곧 아버지 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감을 묻자, 김진철 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아내가…”

그렇게 말문을 연 그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다행히 큰 고비는 넘겼고, 지금은 회복 중입니다”라고 짧게 덧붙였지만, 가장으로서의 복잡한 마음은 말없이 전해졌다.

잠시 뒤, 부자는 시상대 아래서 카메라를 향해 서로의 손을 뫃아서 하트를 그렸다. 그 손끝은 어머니이자 아내를 향해 전하는 가족의 방식이었다.

 

 

김현우는 이제 8강전을 준비한다. 이번 대회 전까지 성인 전국무대에선 64강이 최고 성적이었지만, 그는 지난 한 달 사이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편하게 할 겁니다. 사실 압박을 받을 때마다 심장이 크게 요동쳐서, 그게 늘 문제였거든요. 지난 달 대회에선 64강에서 1점 차로 졌어요. 참 쓰라렸죠. 그런데 오늘은 마지막 1점 남겨두고도 그보다는 덜 떨렸어요. 그게 제겐 좋은 신호였어요.”

어린 선수의 진심은 담백했고, 그가 쥐고 있는 큐에는 말보다 깊은 무게가 실려 있었다.

남원의 체육관은 이제 마지막 날, 김현우는 8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소년은 어머니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한 점 한 점을 쌓아가고 있다.

그 마음이, 다음 경기, 다음 이닝에도 흔들리지 않기를.

 

[남원=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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