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가 유명인? 포즈가 조금 특이해서. 하하” 이강우… ‘발로 큐’ 잡고 달린 11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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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개막한 ‘제14회 용인특례시장배 전국장애인당구대회’ 현장. 경기장 한쪽에서, 두 팔 대신 발로 큐를 잡고 경기에 나선 한 선수가 눈길을 끌었다. 충북지역 장애인당구선수 이강우다. 그의 말을 빌리면 “특별한 폼”으로 유명한 장애인당구계 스타선수다. 그를 대회 현장에서 만나 그의 당구 인생을 들어봤다.

 

 

한여름의 열기 속, 용인시에 장애인당구대회의 불이 붙었다. 12일 개막한 ‘제14회 용인특례시장배 전국장애인당구대회’ 현장. 경기장 한쪽에서, 두 팔 대신 발로 큐를 잡고 경기에 나선 한 선수가 눈길을 끌었다. 충북지역 장애인당구선수 이강우다.

“조금 특이하죠. 그런데 뭐, 저 같은 사람 많아요.”

그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는 군 복무 중 사고로 두 팔을 잃고 다시 큐를 잡기까지의 30여 년이 담겨 있었다.

 

 

군 복무 중 사고, 그리고 당구와의 재회

1991년, 군에서 대민 지원 작업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옥수수 농장에서의 그 순간,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이듬해 의가사 제대.

“사고 직후에는 당구 생각도 안 했죠. 그런데 한참이 지나 친구가 당구장을 해서, 뭐 특별히 할 게 없으니까 놀러 가서 치다 보니… 그게 (발로 치는 당구의)시작이었어요.”

의수에 큐를 걸치고, 왼발을 당구대에 올려 큐대를 지지하는 법을 하나하나 익혔다. 처음엔 서툴렀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전국무대의 첫 성과

당구를 새롭게 발로 시작한 그는 충북지역 당구선수로 활약하게 됐다. 2011년,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우승. 2012년 준우승 등의 성적들이 그의 도전을 축하해주듯 찾아왔다.

“대단하다고요? 하하. 그땐 진짜 불편한 사람들끼리만 경기했거든요. 그 안에서는 그래도 제가 성적을 거뒀죠.”

하지만 이후엔 사정이 달라졌다. 각 시·도에서 비장애인 선수 출신의 강자들이 영입되며, 경쟁은 훨씬 치열해졌다.

“성적이야 뭐… 잘 치는 사람 워낙 많으니까요. 저는 즐기는 거죠.”

 

에코프로 온누리스포츠단 소속으로

2021년, 그는 에코프로의 장애인 스포츠단 ‘온누리스포츠단’에 합류했다.

“월급 나오죠, 장비 지원해 주죠, 대회 나가면 경비 지원해 주죠. 장애인 선수들이 이런 지원 받기 힘들거든요. 덕분에 마음 편히 연습합니다.”

 

이강우 선수에게 초크칠을 해주는 이는 같은 충북지역 장애인당구 선수인 김희진 선수(대한장애인당구협회 선수위원장)다. 협회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두 선수는 대회 마다 대단한 호흡을 자랑한다고.

 

“성적보다 즐기는 게 먼저”

이강우 선수는 전국장애인체전, 도민체전 등에서 꾸준히 출전 중이다. 올해 4월 충북 장애인 도민체전에서는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다.

“성적 거두면 좋지만, 이건 즐기는 거예요. 사람들 만나고, 어울리고, 웃고, 그게 더 중요하죠.”

 

 

“장애 있는 분들, 저를 보고 도전해 보시라”

마지막으로, 장애가 있어도 당구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특별한 거 없어요. 성적 목표로 접근하지 말고, 사람 만나고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시작해 보세요. 당구는 인생하고 똑같아요. 잘 되는 날 있고, 안 되는 날 있고. 안 되면 연습하면 되죠.”

그의 큐 끝에서 터지는 한 점 한 점은 단순한 득점이 아니다. 그것은 포기하지 않는 한 사람이 써 내려가는 인생의 점, 그리고 이야기가 된다.

 

[용인=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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