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구계에 ‘켈미’라니, 다소 낯설게 들린다. 40년 전통의 스페인 스포츠 의류 브랜드 켈미(KELME)는 원래 축구와 농구 등 프로 스포츠 무대에서 더 익숙한 이름이다. 그런데 최근 대한당구연맹 심판, 국가대표 선수, 동호인에 이어 경북·대구·울산 당구연맹이 켈미 유니폼을 공식적으로 입게 됐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피파스포츠 배일수 전무가 있다.
2016년의 축구심판 은퇴, 그리고 당구와의 만남
배일수 전무는 20년 가까이 대한축구협회 공인 심판으로 활동했다. 2016년 12월, 심판 생활을 마무리한 그는 운동으로 단련된 습관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 당구장을 찾기 시작했다.

“축구 때문에 매일 뛰었죠. 그런데 은퇴하고 나니 할 게 없어져서, 동료들과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마침 친한 후배가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거기서 캐롬 3쿠션을 처음 접했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당구는 곧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졌다. 이병규 전 경북당구연맹 회장을 만나면서 그는 행정에도 발을 들였고, 지금은 경북당구연맹 전무로서 본격적인 실무를 맡고 있다.
현재 그는 구미시청 환경공무직으로 15년째 근무하며, 대한축구협회 심판 강사와 평가관으로도 9년째 활동 중이다. 공무직·강사·행정가라는 서로 다른 자리에서 일하지만, 공통점은 모두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이다.
켈미와 맺은 20년 인연
“처음에는 외부이사로 시작해 심판복과 축구 유니폼 홍보를 돕는 역할이었죠. 이후 심판을 은퇴한 뒤에는 피파스포츠에서 켈미를 직접 맡아 현장 중심의 후원 실무까지 담당하게 됐습니다.”
축구장에서 당구장으로 무대를 옮긴 지금도, 그의 관심은 늘 ‘현장’에서 출발한다.
“필요한 순간, 필요한 사람에게”
“당구계엔 아직도 자기 돈으로 유니폼을 마련하고, 대회를 준비하는 선수와 동호인들이 많습니다. 식사나 숙소 지원조차 없는 경우도 다반사죠. 저는 그런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후원이란 게 단순히 물품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정말 필요한 순간, 필요한 사람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진짜 필요한 건 책상 위 숫자가 아니라, 선수 한 명, 동호인 한 명이 체감할 수 있는 후원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철학은 곧 피파스포츠와 켈미의 당구계 후원으로 이어졌다. 대한당구연맹 심판복, 국가대표 유니폼, 대회 출전복 등 현장의 요구에 맞춘 지원이 구체적으로 현실화됐다. 프레데터 당구연합회와 전국당구동호인연합회 등 동호인 당구계로의 후원도 물론이다.

축구와는 다른 당구계의 후원 현실
켈미는 스페인 풋살 국가대표팀, K리그, 농구, 배구 등 다양한 프로 구단과 국가대표팀을 후원해 온 브랜드다. 그러나 당구계는 사정이 전혀 달랐다.
“여기는 선수 계약금도, 큰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벌의 유니폼, 한 사람의 응원’이 가장 현실적인 후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같은 현실 인식이, 최근 세 지역 연맹과의 계약으로 구체화됐다.
3개 지역 연맹과 맺은 ‘실질적 계약’
경북(회장 김석호), 대구(회장 한상호), 울산(회장 이동하) 당구연맹은 최근 켈미 국내 총판사 ㈜피파스포츠와 2년간 공식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단순한 명목상의 협약이 아니다. “정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름엔 대회복, 겨울엔 트레이닝복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복장이라도 지원받고 싶다”는 선수들과 임원진의 요청이 적극 반영된 결과다. 실제 현장 미팅과 꾸준한 실무 협상 끝에 이뤄진 계약이었다.
배 전무는 이를 “사람이 사람을 연결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한다. 축구 심판, 평가관, 당구 동호인, 행정가까지. 그의 길은 늘 사람과 현장이 중심이었다.
“앞으로도 피파스포츠와 켈미는 이름값이 아닌, 현장과 사람을 위한 실질적 후원을 계속할 겁니다.”
한국 당구계에 켈미라는 이름이 스며든 데에는, 현장과 사람을 잊지 않은 단 한 사람의 땀과 신념이 있었다.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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