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낮 경기 고양시 킨텍스 PBA 전용경기장. 프로당구 ‘웰컴저축은행 PBA 팀리그 2025-26’ 시즌 개막전. 개막 세리머니의 최종점을 찍은 것은 다름 아닌 한 초등학생의 큐였다.
초등학교 6학년 구성욱 군. 아직 앳된 손끝에서 나온 큐는 테이블 위를 조심스레 가르며, 장축을 타고 흐르듯 움직였다. 이른바 ‘스네이크 샷’. 곡선으로 휘어진 흰 공은 양 코너에 놓인 두 개의 목적구를 차례로 맞췄고, 경기장에는 감탄이 번졌다.
구성욱 군은 현역 PBA 1부투어 선수 구자복의 아들이다. 불과 얼마 전, 남원에서 열린 전국당구선수권대회 초등부 캐롬 1쿠션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활약이 이번 개막전 시타자로 나서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시타를 마친 구 군은 “큐 미스가 날까봐 무척 떨렸다”고 털어놨다. 경기장을 나서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안은 그는, 그러나 그 긴장을 이겨낸 듯 환한 표정으로 본지와 마주했다.
그가 이날 준비한 샷은 원래 ‘3-6-7 포메이션’이었다. 하지만 “기왕 하는 김에 더 색다른 샷을 선보이고 싶어 스네이크 샷을 택했다”고 한다. 이 샷을 완성하기까지, 그는 일주일 넘게 큐를 잡았다. 그리고 그 곁엔 늘 아버지가 있었다. 두께, 각도, 힘 조절까지 세세하게 코칭을 도왔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은 이날 부자(父子)는 손뼉을 마주쳤다.

아버지 구자복은 지난해 12월 ‘하이원리조트 PBA 챔피언십’에서 8강에 오르며 프로 커리어의 분기점을 만들었다. 그 현장엔 아들 구성욱 군도 함께 있었다. 아버지의 큐를 직접 보며 쌓아온 동경심은 점점 커졌다.
“경기장을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 해요. 이런 무대에서 활약하시는 아버지가 참 존경스러워요. 저도 아버지처럼…”
이 말을 남긴 구 군은 큐 가방을 품에 꼭 안았다. 그 가방 안에는 이날 시타 후 품에 된 큐가 담겨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세계적인 선수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가 구 군에게 선물한 큐다. “원래 좋아하던 선수였는데, 이제는 더 좋아하게 됐어요.” 구 군의 얼굴엔 웃음이 피어났다.

또 다른 롤모델은 “스타일이 시원시원해서 좋아한다”는 조재호. 그렇게 그는 산체스와 조재호, 그리고 아버지 구자복 사이에서 당구선수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인터뷰 말미, 부자는 전용경기장 입구의 PBA 로고 앞에서 나란히 섰다. 지금은 아버지의 이름이 더 익숙한 공간이지만, 머지않은 미래엔 그 로고 아래 또 하나의 ‘구 씨’ 이름이 함께 걸릴지도 모른다.
한편, PBA팀리그는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9일간 개막 라운드가 진행된다. 이후 내년 2월까지 총 5개 라운드와 포스트시즌을 통해 시즌 우승 팀을 가릴 예정이다. 우승 상금은 1억원, 정규 라운드 MVP 수상 선수에게는 100만원, 포스트시즌 MVP에게는 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이날 개막 경기는 오후 1시30분부터 지난 시즌 우승팀 SK렌터카와 준우승팀 우리금융캐피탈의 맞대결을 시작으로 오후 4시30분 웰컴저축은행-하나카드, 크라운해태-하이원리조트가 경기한다. 이어 오후 7시30분 휴온스-NH농협카드, 오후 10시30분 하림-에스와이의 경기로 첫 날 경기가 종료된다.
[일산=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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