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프로당구 PBA 투어인 23/24시즌 ‘Helix PBA 챌린지투어’ 4차전의 주인공(우승)은 최한솔이었다.
최한솔은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 PBA전용구장서 펼쳐진 대회 결승서 서대현을 세트스코어 3:1로 누르고, 프로데뷔 후 첫 우승을 맛봤다. 게다가, 약 4년간의 전문선수 경험까지 포함해 총 9년 여의 선수생활 중 처음으로 들어 올린 우승컵이란다.
덩달아 그의 시즌 포인트 랭킹도 치솟았다. 중위권인 51위에서 단숨에 ‘1부 직행권’인 3위로 거의 수직상승 했다. 그로선 분명 경사였다.
그러나 시상식 직후 랭킹을 직접 확인한 최한솔은 생각보다 의연했다. “아직 투어가 2개나 더 남아있기 때문에 이 성적에 마냥 만족할 순 없어서”라고.
최한솔은 프로무대 1~3시즌을 드림투어(2부) 리거로서 활약했다. 하지만 3번째 시즌 때 이렇다 할 성적을 못 낸 그는 챌린지투어(3부)로 강등당하고 만다. 올 시즌은 그의 3부투어 2번째 시즌이다.
이어 최한솔은 “지난해 3월부터 약 4개월간 큐를 놨었다”고 털어놓으며 이번 우승이 그에게 큰 가치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가 큐를 놓았던 건 경제적인 어려움 탓이다. 이를 여러 ‘은인’들의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는 최한솔은 “당구에만 매진하게 해준 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꼭 기사로 전하고 싶다”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최한솔의 첫 번째 은인은 다름아닌 황득희였다. 첫 만남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거지가 경기도 수원시인 최한솔은 ‘수원 터주대감’ 격인 황득희의 도움으로 수원당구연맹 선수로 등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선수등록을 도와주신 황득희 선생님께서 자신의 클럽에서 저를 일하도록 해줬고, 또 마음껏 당구를 칠 수 있게 배려해주셨어요. 제겐 너무나도 감사한 분이시죠.”
수원시 영화동 ‘락당구장’ 내 ‘치우공방’ 조윤성 대표도 언급했다. “연맹 선수로 등록할 때부터 저를 눈여겨보신 그분이 지난해 8월부터 저를 여러모로 지원해주고 계신다”라며 고마워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이다. 이날 결승전 직전 “마음 편하게 먹고, 후회없이 치고 오라”는 아버지의 격려와 응원에 아들(최한솔)은 큰 힘을 받았고 강조했다.
사실 최한솔의 부모님들은 아들이 선택한 당구선수란 진로를 탐탁잖아 했다고 한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최한솔은 오직 ‘당구선수가 되겠다’라는 일념 하나를 가슴에 품고 6년간 몸담았던 직장에서 퇴사했다. 성공이 불투명한 스포츠 선수의 세계로 진출한 아들을 지켜보던 부모님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터.
그러나 전문선수를 거쳐, 프로데뷔 후 한 발씩 나아가는 아들의 의지에 부모님은 결국 마음을 돌렸고 “지금은 프로당구 선수 아들을 너무나 자랑스러워 하신다”는 게 최한솔의 설명이다.
이처럼 여러 은인과 부모님을 떠올린 최한솔은 그들을 위해서라도 “안주하지 않고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각오를 전하며 눈을 빛냈다.
인터뷰 직후 휴대전화를 든 그는 수북이 쌓인 문자를 확인하더니 곧 누군가와 통화했다. 축하 통화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 손엔 수화기, 다른 손엔 우승컵을 움켜쥔 그의 얼굴에는 뿌듯한 미소가 점차 번져나갔다.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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