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생 김민준, ‘국토정중앙배’ 포켓성인부 3위
8강서 ‘랭킹9위’ 경규민 제압, 4강서 아쉽게 석패
’14세의 전국대회 4강진출’, 역대 최초
선생님 ‘당구여제’ 김가영, 전화로 제자에게 “기특”
아버지(김택균씨) “예상보다 빠른 입상, 자랑스러”
당구연맹 전국대회 역대 최연소 입상자가 지난 25일 양구에서 탄생했다. 주인공은 2011년생 ‘포켓볼 특급 유망주’ 김민준(익산 부송중2)이다.
올해 14세인 김민준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 이번 ‘제13회 국토정중앙배 2025 전국당구대회’(국토정중앙배)에 학생부 대신 포켓10볼 일반부(성인부) 출전을 선택, 큰형-삼촌뻘 국내 강자들을 연파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며 시상대에 섰다.
김민준은 24일 예선 패자조를 통과해 본선(8강)에 진출, 25일 ‘전국대회 우승자’ 및 ‘전국체전 대표’ 출신의 랭킹9위 강호인 경규민(인천)과의 8강전을 9:7로 이기며 준결승 무대로 향했다.
‘14세의 전국대회 4강진출’은 “역대 최초”라는 것이 대한당구연맹 사무국 측의 설명이다.
이제 막 청소년기에 접어든 14세의 어린 선수가 성인부에서 4강에 오르자, 25일 대회 현장에서는 전도유망한 특급 기대주가 결승에 오르길 바라는 기류가 서서히 형성돼갔다.
또한 “(김민준의 결승진출이)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도 일각에서 등장했다.
그러나 김민준은 ‘랭킹3위’ 이준호(강원)와의 4강전서 접전 끝에 7:9로 패하게 된다. 아쉬운 석패이자, 세트스코어 4:2에서 당한 역전패였다.
그러나 이는 대단한 사건임은 틀림 없는 사실이었다. 김민준 자신뿐만 아니라, 10대 유망주가 귀하디귀한 포켓볼계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경사와도 같은 일이었다.

김민준은 초교 5학년(12세)이던 지난 2022년, 세계주니어선수권 17세 이하 한국대표로 발탁돼 최연소 국가대표 기록(종전 14세)을 새로 써 화제가 된 바 있다. 2023년과 작년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를 누볐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는 중등부의 나이로 성인부 선수들 틈바구니에 뛰어들어 경쟁력을 키웠다. 작년 전국대회 성인부에서는 단 1승에 불과했지만, 1년새에 급성장해 오늘의 기쁨을 쟁취해낸 것이다.
이런 김민준의 경사를 그의 선생님이 전화로 축하해줬다.
준결승전이 끝나자마자 즉각 제자의 전화벨을 울린 선생님은 과거 당구연맹에서 ‘포켓여제’로 군림하다가 요즘에는 프로당구 무대에서 ‘캐롬여제’로 거듭나 대단한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김가영(현 LPBA, 하나카드 팀)이다.
지난해부터 사제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이 휴대전화를 사이에 두고 축하와 감사를 주고받았다. 5분여의 통화가 끝난 직후 김민준에게 스승의 축하 내용을 묻자 “쌤이 기특하데요”라고 알려줬다.

“쌤이 ‘전보다 실력이 많이 늘었다’시며 저의 성인부 첫 입상을 축하해주셨어요. 그리고 성인 선수들과의 대결임에도 기세에서 밀리지 않았다고 ‘기특하다’고 하셨어요. 머리를 비우고 ‘내 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해서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 ‘역대 최연소 전국대회 입상자’의 탄생을 선생님 외에도 대회장 현장의 수많은 이들이 축하해줬다. 선배 선수들은 물론, 시도 연맹 관계자들, 당구계 인사들이 14세 소년의 기분 좋은 현재와 찬란해질 미래를 위해 박수 보냈다.

이런 현장의 분위기에 김민준의 아버지(김택균씨)가 흐뭇함이 가득 담긴 미소를 지으며 아들을 바라봤다.
김택균씨는 지난 2023년 11월부터 아들을 성인부 경기에 출전시켜왔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김)민준이가 학생부 경기에 출전해 입상한다면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성장을 위한 동기부여를 받진 못하리라 판단, 아들이 성인부에 나가도록 했죠. 져서 우는 경우가 허다했으나, 저는 조금씩 조금씩 부족한 점이 보완되고 있다고 믿었는데 이번 대회에.덜컥 입상을 해버렸네요. 사실 최소 1년은 더 걸릴 줄 알았거든요.”
이 말을 전하며 김택균씨는 힘든 과정을 뚫고 스스로 기쁨을 쟁취해낸 아들이 “참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리고는 동메달을 어루만지던 아들에게 “아빠가 경기 잘 하라고 어제 꼼장어 사준 게 힘이 좀 됐지?”라고 하자, 아들이 “응”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부자가 눈을 마주치며 서로에게 눈웃음을 날려 보낸다.
이렇게 올시즌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게 된 김민준이다. 이어질 대회에서 이루고 싶은 바를 물으니 즉각 “욕심이 생겼어요. 다음에는 우승할 겁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크게 반짝인 14세 김민준이 그 빛을 쭉 밝혀나갈 수 있을까. 향후 행보가 궁금해진다.
[양구=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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