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때보다 더 독하게, 프로선수니까”… ‘똘이장군’ 드림투어 8강行, 그의 시간(64세)은 빠르게 거꾸로~

 

 

본지의 필진이자 한국당구계 레전드, ‘똘이장군’ 김정규(64)의 당구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 더욱이, 과거로의 회귀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빠르다.

김정규는 앞선 PBA 드림투어 5차전을 통해, 늦깎이 프로선수로의 데뷔를 알려 화제가 됐다. 그로선 지난 2009년 이후 무려 15년만의 현역 복귀였다.

곧이어 그는 당구팬들이 과거 대한민국 3쿠션계를 호령하던 그의 예전 모습을 추억하게 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6일, 김정규는 2024-25시즌 드림투어 6차전서 8강에 진입했다. 64강서 ‘애버 2.188’을 찍으며 이창열을 16이닝만에 35:15로 돌려세웠고, 32강서 이국성을 접전끝에 35:33으로, 16강서 김영진을 35:22로 제압했다. 5차전 성적(128강)은 진작에 훌쩍 뛰어넘었다.

7일 낮 11시 예정된 드림투어 6차 8강전서 김정규(60년생)는 자신보다 21살이나 어린 후배 박지호(81년생)와 맞붙는다. (또다른 8강 대진은 조좌호-최종복, 구민수-조방연, 윤순재-이선호)

전북 익산 출신인 김정규는 전라도에서 ‘똘이(장군)’이란 애칭으로 불리던 고수 중의 고수였다. 상경한 뒤에는 당시 적수가 없던 ‘황제’ 고 이상천의 아성에 도전해 승리하는 등 일화들로 당시 당구계에 일대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전국무대 꼭대기 권에서 늘 굳건했으며, ’98 방콕 아시안게임’ 동메달 등으로 국가대항전 무대에서도 활약했다.

한데, 이처럼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속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백전노장인 그조차도 “프로무대에서 뛰는 후배들의 기량이 대단하다”며 혀를 내두른다. 때문에 “젊었을 때보다 더 독하게 이 악물고 공을 친다는 각오로 (프로무대에)임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그가 8강진출 당일인 6일 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내용이다.

자신의 당구시계 초침을 거꾸로 돌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64세 프로당구 신인선수, ‘똘이장군’의 요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과거 대한당구연맹 회장 이취임식 행사 당시 김정규. 사진=김정규

 

▲프로데뷔 후 2번째 투어인 드림투어 6차전서 8강진출이란 호성적을 냈는데, 벌써 실전 감각이 꽤 회복된 것인가.   

=아니다. 운이 좋았다. 나는 (득점이 수월한)좋은 공을 좀 받은 편이었고, 상대 선수들은 그렇지 않았을 뿐이다.

 

▲현역복귀한 선수 김정규의 활약상을 반가워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 말을 들으니 매우 기분이 좋다. 그리고 감사하다. 한편으론 ‘아직까지는 젊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지만, 간혹 젊은 후배들이 내 앞에서 조심하는 등의 상황을 마주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김)철민이형(72세) 등이 여전히 공치는 걸 보고 다시금 ‘아직까지는’이란 생각을 하며 각오를 재정비한다. 누군가 이렇게 말하더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뒤늦게 프로무대에 뛰어들었지만)나는 아직 한창이다. 하하.

 

▲프로선수 후배들과 직접 맞부딪혀본 소감이 궁금하다. 

=공들을 다 잘친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공을 칠 때 감각 의존도가 높을 경우 경기력의 기복이 심할 수 있다. 반대로 스스로 정립한 이론에 근거해 치는 공은 기복이 적다. 프로선수 후배들은 대개 후자의 경우였다. 게다가 PBA룰인 ‘뱅크샷’ 연습도 상당히 잘 돼 있더라. 이에 나는 더욱 이를 악물고 연습하려고 한다. 젊었을 때보다 더 독하게.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경기중인 김정규. 사진=큐스포츠 DB

 

▲현재 연습은 어디서 어떻게 하고 있나. 

=3개월여 전부터 서울 논현 뉴코리아당구장을 연습장 삼아 훈련하고 있다. 해당 구장에 상주중인 현역 PBA 후배 선수들이 스파링 파트너다.  20~30살 나이 많은 선배를 소위 ‘천덕꾸러기’ 취급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을 도와주는 고마운 이들이다. (훈련장에 관한 내용을 전하던 김정규는 “지난 13년간 운영하던 아카데미는 코로나19 여파 등의 상황들이 겹쳐 접었다”고 전했다)

 

▲프로데뷔 신인 선수인데 목표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워 이뤄나갈 여유가 없다. 승부에 대한 집착은 접어두고, 경기경험을 쌓아 실전감각을 되찾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렇게 노력해 1부진출을 이뤄내보고 싶다. 그리고 선수라면 누구든 우승을 꿈꾸지 않는가. 최선을 다해볼 것이다.

 

▲큐스포츠뉴스 독자들에게 전하고 말이 있다면. 

=내게 당구란 인생 그 자체다. 절대 벗어날 수 없는, 혹여 벗어나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이런 나를 기억해줘서, 또 조금 늦은 프로선수로서의 행보를 관심 갖고 응원해 줘 고마울 따름이다. 다만, 이제 8강진출에 불과하다. 치를 경기가 남아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 끝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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