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은퇴’ 작심했던 22살 강민혁, 큐 다시잡고 첫 ‘태극마크’… “기적, 어머니의 헌신·응원 덕”

‘조기은퇴’까지 작심했던 22살의 어린 선수 강민혁(사진)이 다시 큐를 잡고 2개월만에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쟁취,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두 차례나 ‘조기은퇴’를 작심했던 22살의 젊은 선수가 어머니의 도움으로 심기일전, 큐를 다시 잡고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주인공은 대구당구연맹 소속 강민혁(2003년생)이다.

당구계 관계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그 사연 속으로 들어가본다. 인터뷰는 전화통화로 진행됐다.

 

전국구급 영건들과 ‘亞선수권’ 대표에 

강민혁 “기적같은 일”… 시련 끝 보상이기도

심리적 슬럼프 극심, ‘선수포기’ 선언 두 차례

흔들리는 아들 다잡아 준 어머니 

 

강민혁 등 한국의 젊은피 6명이 지난 7~8일 대한당구연맹 주최 ‘제13회 아시아캐롬선수권’ 남자3쿠션 U22 대표 선발전을 거쳐 국가대표로 뽑혔다.

‘국대 출신’ 김한누리(화성) 조영윤(서울), ‘작년 전국대회 8강돌풍’ 김도현(상동고부설방통고), ‘중등부-고등부 우승경험자’ 송윤도(홍등중) 나태형(고양) 등이 강민혁과 함께 대표로 뽑힌 이들이다.

전국구급 영건들의 빛나는 업적들 사이에서 강민혁의 최고 입상성적(학생부 8강)은 빛남이 조금 덜해 보였다.

이를 강민혁도 겸허히 인정했다. 고2 때인 2020년 10월, 선수등록한 뒤 5년여간 도드라지는 성적이 없었다는 그는 그래서 이번 선발전 결과 자신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며 허허 웃었다.

 

‘제13회 아시아캐롬선수권’ 남자3쿠션 U22 대표로 선발된 6인. (왼쪽부터)김도현, 송윤도, 나태형, 조영윤, 김한누리, 그리고 맨 우측에 강민혁이 자리했다.

 

게다가 그 ‘기적’은 혹독했던 시련기를 벗어나 얻게 된 보상과도 같은 결과여서 개인적으로 더욱 뜻깊었단다.

강민혁은 지난해 중반과 올해 1월, 두 차례나 선수생활을 접으려 했었다. 말 못할 여러 사정으로 인해 심적 슬럼프에 빠지게 됐고, 큐를 더 이상 들 수 없는 지경까지 심리적 상황이 악화돼서다.

이렇게 심신이 피폐해져가던 그를 곁에서 다잡아 준 이가 바로 그의 어머니다. 아들의 힘든 상황을 충분히 공감해주면서도, 아들의 재개를 위해 수시로 격려와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고.

“작년에는 11월까지 무려 8개월간, 당구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이를 어머니께서 이해해주셨죠. 그 과정을 거쳐 겨우 마음을 다잡았는데 올 초에, 심적 슬럼프가 또 왔어요. 그때는 어머니께서 ‘네 스스로 택한 길이니 끝까지 가보라’시며 꺼졌던 당구 열정을 되살리도록 해주셨어요.”

최근의 부침을 겪고서 각오를 새로하고 출전한 대회가 바로 이번 아시아캐롬선수권 U22 대표 선발전이었고, 강민혁은 생애 첫 국가대표 발탁이란 영광까지 거머쥐게 된 것이다. 시련을 이겨내니 예상치도 못한 큰 것을 얻은 셈이다.

 

어머니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본지에 보내온 강민혁. “대중에 얼굴 알려지는 걸 꺼려하지는 어머니께서 아들을 위해 큰 마음 먹고 사진촬영에 임해주셨다”는 후문도 함께 알려왔다.

 

이처럼 심도 깊은 사연을 털어놓은 강민혁에게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후회 없이 내 모든 것을 쏟아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란다. 이어 자신을 응원해주는 이들에게 각오를 전달하는 도중 “어머니에게는…”이라며 잠시 말을 중단했다. 짐작컨데 애써 눈물을 참는듯했다.

3분여 간 감정을 추스리고서는 눈물 섞인 목소리로 “어머니께서 아프시지 않고 저와 형과 함께 건강하게 행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민혁의 모친은 대구 북구 칠곡에서 치킨집을 운영 중이다. 연중 휴무일은 설-추석 당일 딱 이틀뿐이다. 그 와중에 그의 모친은 간혹 짬을 내 수학 과외를 뛰기도 하며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있단다. 강민혁은 그것이 감사하고 또한 가족 간 사이도 좋아 행복하지만, 한편으론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노라면 “아들로서 씁쓸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亞선수권? 마음은 우승, 현실적 목표는 본선行”

 

그래서 강민혁은 더욱 큐를 강하게 쥐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그를 어릴 때부터 대견해하며 응원해 온 대구 당구계 관계자들도 또한 그 의지의 이유이기도 하다. 대구 칠곡 소재 연습장(양빵당구장)서 밤늦게까지 훈련에 매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단다.

여담으로, 어머니가 운영중인 치킨집은 제법 장사가 잘 돼 성황이라고. 이에 강민혁은 어머니의 요청으로 종종 치킨집 일손을 돕는다고 전했다.

끝으로 강민혁은 생애 첫 국가대표로 나서는 대회에서의 목표를 세우며 생애 첫 인터뷰를 마쳤다.

“아시아캐롬선수권 목표요? 마음은 우승컵을 바라보고 있죠. 하지만 현실을 고려하면 본선진출만 해도 감지덕지죠(웃음). 올해 22살이 돼 입대를 생각중입니다. 아마 곧 다가올 아시아선수권이 주니어로 나가는 마지막 대회겠죠. 그런 만큼 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강민혁이 자신의 연습장인 대구 칠곡 소재 양빵당구장에서 샷 포즈를 취하며 촬영한 사진.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사진=강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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