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누커 강자’ 박용준(전남,국내2위)이 현재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중인 ‘2024 IBSF 세계스누커선수권대회’ 예선(스테이지1)을 통과, 본선(스테이지2 조별리그)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대회는 박용준이 처음 밟는 세계선수권이다. 그런데도 지난 29~30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펼쳐진 대회 예선을 3전전승으로 헤쳐나왔다. 특히 프레임스코어 4:1로 승리한 1차전 5프레임에선 센추리 브레이크(한 번의 공격기회에 100득점 이상, 해당 경기에선 117득점 성공)를 치며 이어질 예선 2~3차전의 좋은 흐름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런 박용준과 어제(10월 31일) 연락이 닿았다. 11월 2일 시작되는 본선을 앞두고, 타국 선수들과의 ‘큐 담금질’에 한창이었다. 예선 통과의 기쁨은 이미 그의 뇌리에서 삭제된 눈치였다.
박용준은 본선 조별리그에서 하비브 샤밥(바레인), 아와이스 무니르(파키스탄), 크리차누트(태국) 등 3명과 묶였다.
그 가운데, 박용준은 오늘(11월 1일) 카타르 도하 입성 예정인 ‘대회 본선 시드선수’ 허세양(충남체육회)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에게 허세양은 친한 형이자 의지가 되는 선배 선수라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한편, 박용준으로부터 국내 당구계에 비교적 덜 알려진 현 선수권대회 경기장, QBSF(카타르당구스누커연맹) 아카데미의 규모와 대회 분위기를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다음은 박용준과의 일문일답이다.
▲먼저 예선통과 축하한다. 소감은.
=한고비 넘겼다. 카타르로 날아가기 전 목표가 예선통과였다. 처음 출전하는 세계선수권 무대인만큼 목표치를 크게 높여 잡지 않으려고 했다. 그 우선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그런데 통과 당일(10월30일)만 기뻤고, 지금은 그 감정 대신 본선에 대한 각오만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예선 세 경기(1~3차전)를 복기한다면? 센추리브레이크를 터뜨리기도 했다.
=(타국 선수들과의 경기가)할만하더라. 지난해 11월, 영국 연수 당시 맞붙은 프로스누커 선수들과 나의 실력 간의 격차는 대단히 컸다. 그러나 이번 선수권에서 맞붙은 선수들과 나와의 실력 차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물론 저보다 실력 좋은 선수들이 있긴 있었으나, 월등히 높은 수준의 선수는 아직 보지 못했다.
그리고 센추리 브레이크라. 솔직히 말하면, 기록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스누커에선 한 큐에 72점 이상을 내면 해당 프레임은 거의 이겼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점에만 집중하다보니 117득점을 냈다.
▲예선전을 3전전승으로 통과했는데.
=패자조로 떨어지지 않아 참 다행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전은 조별리그 후 상위 2인이 본선 조별리그에 합류하는 방식이었다. 2승만 거두면 본선행이 거의 확정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수권 예선전은 포켓볼대회에서 널리 적용되는 ‘더블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에 따라, 다이렉트 본선행을 위해선 승자조에서 3연승을 거둬야 했다. 그걸 달성해 패자조로 가지 않아 다행이다. 게다가 예선 마지막 3차전은 2:3→4:3 역전승이었다. 그 당시 심적인 압박감이 상당했다. 하하.
▲본선 조별리그 대진이 나온 상태인데.
=만만찮은 선수들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당구는 큐를 겨뤄봐야 승부를 알 수 있는 것 아닐까. 오히려 나보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과의 대결인 사실이 집중력을 더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타국 선수들과의 연습경기를 치르며 본선에 대비하고 있다. 대회장인 QBSF 아카데미 내에 연습용 테이블이 따로 있더라.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QBSF 아카데미 시설에 관해 설명한다면.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진 건물이 오로지 당구만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1층은 경기장, 2층은 연습장과 카페 등 편의시설, 3~4층은 QBSF 행정을 위한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저는 1~2층만 오가며 지내고 있다. 1층 경기장에는 방송중계용 룸이 별도로 마련돼 있더라. 해당 룸은 3대의 스누커 테이블이 들어갈 정도로 꽤 넓다. 룸 밖에는 경기용 테이블 총 9대가 자리한다.
사실 규모도 규모지만, 경기용 기구와 시설들이 매우 잘 관리돼 있다는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테이블 및 천 상태가 좋은 것은 물론이며, 경기장 출입구마다 보안요원이 배치됐고, 청소인력도 별도로 둬 청결한 경기장 상태를 유지하더라. 지금껏 접해본 모든 스누커 시설 통틀어 최고 수준이었다.
한편, 경기장 얘기와는 별개로 카타르 도하 현지의 날씨가 생각보다 무덥지 않았다는 점도 특이사항이라면 특이사항이겠다. 지난 10월 26일 새벽 1시에 현지에 도착했는데 그 후로 대단히 덥다고 느낀 날은 없었다. 한낮 기온이 영상 32도 정도다. 견딜만한 수준이다.
▲예선을 소화하며 여러 국가 선수들과 만났을 텐데, 다른 나라 스누커 선수들의 사정은 한국과 비교해 어떻던가.
=앞서 언급한 훌륭한 환경(QBSF아카데미 시설)에서 공을 치는 카타르 선수들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하. 또한 중국 홍콩 태국 싱가포르 등 국가 선수들에게 들어보니, 연간 크고 작은 대회에 최소 4차례 출전하면서 실력을 키우고 있었다.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붙은 싱가포르의 ‘준’ 선수(옹 지아 준)는 그런 경험이 선수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얘기하더라. 그가 내 본선 상대들을 확인하더니 “다 붙어본 사람들”이라고.
또 그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 지도자와 함께 파견됐다. (박용준-허세양은 지도자 없이 대회를 치러야 한다) 심지어 싱가포르는 감독과 인솔자 2명이나 붙었더라.
▲마지막으로 본선을 앞둔 각오를 전한다면.
=(잠시 뜸을 들이더니)‘무조건 이기겠다’고 얘기하지 못하겠다. 대회에 나온 모든 선수가 해당 국가를 대표해 나온 이들이다. 승부를 장담할 순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해 열심히 경기를 치르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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