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희주 선수는 결승에 오른 것만으로도 박수받을 수 있어요.”
지난 21일 아프리카TV의 ‘월드3쿠션서바이벌 레이디스’ 결승전 중계방송 도입부, 성낙훈 해설위원이 한 말이다.
종목전향(포켓→캐롬)이란 쉽지 않은 선택을 한 뒤, 3년여 만에 국내외 내로라하는 여자3쿠션 강호들 틈바구니에서 기어코 살아남아 대회 결승까지 오른 염희주를 성 해설위원이 격려하며 칭찬했다.
이번 ‘월드3쿠션서바이벌’ 여자부 본선(준결승)에는 총 8인이 이름 올렸다. 현 국내-세계 1위 김하은을 필두로, 세계2위 테레사 클롬펜하우어, 국내랭킹 2~4위 박정현 최봄이 박세정, 7위 허채원, 그리고 후카오 노리코와 국내9위 염희주까지다.
객관적인 전력상 염희주는 이들 8인 중에선 ‘언더독’ 쪽에 가까웠다. 특히, 국내 선수들만 놓고 보면 전국대회 ‘2회 이상’ 입상자가 수두룩했지만, 염희주는 딱 한 차례에 불과했다. 최근인 지난 6월 ‘안동하회탈배’서다.
그러던 그가 대회 준결승서 김하은 박세정을 제치고 테레사와 함께 결승으로 향했다. 그러자 대회장(서울 잠실 비타500콜로세움)이 술렁였다. 현장의 당구계 관계자, 심지어 프레스 석 기자들도.
이어진 결승전. 1위는 ‘국내외 3대회 연속우승’을 달성한 박정현, 2위는 허채원이었다. 염희주는 3위로 경기를 마친다. 다만, 그 바로 아래인 4위가 바로 ‘3쿠션 철녀’ 테레사였다.
‘언더독 반란’으로 평가되기에 충분할만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염희주는 “결승전서 거의 아무것도 못한 채 끝내 아쉽다”는 후기를 전했다. 염희주가 귀가하던 길에 본지와의 통화에서 밝힌 소감이었다.
다만, 그는 “사실 결승조차 못 오를 줄 알았다”는 현실을 고려한 자체 예상결과가 있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또한, 선수생활 중 첫 방송경기로 치른 준결승전 초반에는 긴장감이 치솟아 “팔이 덜덜 떨려서 브릿지조차 잘 잡히지 않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런 염희주의 긴장이 완화된 건 준결승전 3이닝째. 연달아 뱅크샷을 성공시킨 그는 자신의 심신을 억누르고 있던 긴장감을 조금 덜어낼 수 있었다. 이에 ‘섬세한 샷보다는 평소 내 스타일대로 과감하게 샷을 하자’고 결심, 결승진출이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어진 결승은 3위로 마감했지만, 염희주로선 캐롬선수로 전향한 후 두 번째로 맛보는 대회 입상이기에 “기뻤고, 덕분에 자신감 만땅”이란다. “우승이 만족도 100%라면, 이번 3위 및 입상은 만족도 90% 이상입니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결승진출이 확정되자마자 소속 광주당구연맹 김연석 전무가 전화로 전한 “자랑스럽다”는 멘트는 염희주의 기분을 한껏 드높여 줬다고 했다.
이렇게 ‘자신감 만땅’ 된 염희주의 눈은 벌써 오는 9월 ‘고성군수배 전국당구대회’를 향하고 있었다. 목표를 묻자 “선수니까 당연히 우승, 그러나 입상만해도 기쁠 것 같다”며 배시시 웃는 그다.
“그동안 입상권인 4강전 8강전서 여러 차례 좌절했어요. 포켓볼 선수로 뛰던 학생부 땐 전국대회 입상도 많이 했고 국제대회에 출전하기도 한 저로선, 입상이 계속 좌절되자 심적으로 힘들더라고요. 이제 반등하고 싶어요. 그래서 입상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입상이 고픈’ 염희주는 “올시즌 내에 꼭 전국대회 우승을 이뤄내면서, 현 9위인 국내랭킹을 5위까지 끌어올리고 싶다”는 포부도 알렸다.
이런 포부의 염희주는 평일엔 서울 서대문구, 주말엔 서울 창동 소재 당구클럽에서 실력을 갈고닦고 있다고 했다. 그 일정은 충만한 자신감을 원동력 삼아, 곧 재개될 예정이다.
2002년생 22살 여자3쿠션 선수인 염희주. 그는 이번 ‘월드3쿠션서바이벌’을 통해, ’20대 젊은피’들이 치열하게 경쟁중인 국내 여자3쿠션 판에 꼭대기권으로 비집고 들어갈 기세다.
[잠실=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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