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주장, 선수로서 다시 시작합니다”
조재호가 팀리그와 개인투어를 아우르는 새로운 각오를 내비쳤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5-26시즌 프로당구 PBA-LPBA 미디어데이’ 직후, 그는 본지와 단독으로 마주 앉아 직전 시즌부터 최근 비시즌기 동안 그의 흐름과 변화, 그리고 다가올 시즌에 대한 복잡한 속내를 조곤조곤 풀어냈다.
“올시즌 팀원들에게? 채찍보단 당근을”
이날 인터뷰에서 팀리그 캡틴으로서의 조재호의 태도는, 지난 시즌과는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지난 시즌 NH농협카드 팀을 이끌며 파이널 진출이라는 목표에 사로잡혀 ‘압박’ 중심의 리더십을 펼쳤던 그는, 시즌이 끝난 뒤 돌아본 팀의 공기 속에서 반성과 해법을 찾았다. “이젠 맛있는 당근을 주겠다”는 말처럼, 팀원들과의 소통과 화합을 중심에 둔 쪽으로 리더로서의 방향 전환을 택했단다.
“욕심만으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시즌이 끝난 후 팀원들과 워크숍 등을 통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죠. 그러면서 ‘서로 칭찬 많이 하자’ ‘화합하는 팀이 되자’고 다짐하게 됐어요.
그는 깨달았다. ‘편하자’고만 했더니 집중이 무너졌고, ‘쪼자(압박)’고만 하니 팀워크가 흔들렸다. 결국 그는 균형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소통과 압박이 공존해야 했습니다. 채찍과 당근의 비율이 팀워크로 나타나는 거더라고요. 지난 시즌엔 채찍이 너무 많았어요. 이젠 정말 맛있는 당근을 줄 차례입니다.”
조재호는 팀원 각각의 역할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설명했다. “김현우는 남자선수들 사이에서 소통의 중심이다. 내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아는 친구. 여자선수들과는 김민아가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고 부연했다.
또 이번 시즌 NH농협카드 팀에는 두 명의 신입이 합류했다. 2001년생의 이반 마요르(스페인), 그리고 황민지다. 팀은 9인 체제가 됐고, 더 유연한 세트 전략이 가능해졌다.
“마요르는 한국어가 정말 많이 늘었고, 몸도 굉장히 좋습니다. 같은 스페인 출신인 몬테스와 복식조도 고려해볼 수 있겠죠. 말이 잘 통하니까.”
“(황)민지는 처음엔 무뚝뚝해 보였지만, 정말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생각이 통통 튄다고 할까요. 팀의 활력소가 될 거라 봐요. 기본기만 좀 더 업그레이드되면 충분히 전력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신입과 기존 선수들 간 조화를 위한 시간도 확보할 생각이다.
“5라운드라는 시간이 있어요. 1~2라운드 정도는 합을 맞추는 기간으로 보려 합니다. 제가 잘 이끌겠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물론 우승이지만, 그보다도 예전처럼 ‘분위기 좋은 팀’이라는 이미지를 회복하는 게 더 중요해요.”
“철저히 준비한 새 시즌, 얼른 공 치고 싶다”
인터뷰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조재호는 “솔직히 비시즌기에 나태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엔 더 철저히 준비했다. ‘공 치고 싶다’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 정도로”라고 솔직한 반성과 더불어 그에 따른 준비로 단단히 무장된 정신상태임을 강조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관련 내용으로 그는 “이번 비시즌기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하게 했다”고 짚었다. 그리고는 “시즌 중에도 운동을 지속해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덧붙이면서, 고강도는 아니지만 스쿼트, 런닝 같은 기본 체력 운동을 꾸준히 함으로써 “예전엔 시즌 후반이면 살이 쪘는데, 이번엔 유지하거나 좀 빼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어 한 일화를 들려줬다. 자신을 ‘슬럼프’에 빠졌다고 보는 대중에 관한 얘기였다.
“어느 날 선배 한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누가 조재호 걱정하길래, 내가 그 사람한테 그랬다. 당구로 조재호 걱정하냐고.’ 그 말을 듣는데 소름이 돋았어요. 진한 감동이 몰려왔죠. 그 정도 말을 들을 수 있을 만큼 저도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선배의 말을 듣고 큰 힘을 얻어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더욱 굳게 다지게 됐다는 말이었다.

이를 전한 직후 조재호는 자신의 각오를 팬들과 대중들에게 내비쳤다.
“성적이 금방 나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다음 시즌이 될 수도 있고요. 그래도 조재호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방송 보시면서 ‘아, 조재호가 변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겁니다. 우승이든 아니든, 당구든 마인드든, 외형(체형)이든. 그 성장의 과정을 보여드릴 겁니다.”
이 말로 조재호와의 인터뷰는 종료됐다. 그 자리를 정리하면서 그에게 “꽤 많은 목표를 공식 공개한 것 아닌가”라고 질문하자 그는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말을 뱉어놔야, 내가 그것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라며 허허 웃어 보인다.
마지막 그의 웃음은 스스로의 다짐에 점을 찍는 방식이었다. 누구보다도 스스로에게 엄격한 조재호. 이제는 채찍보다 당근으로, 억지보다 소통으로 팀을 이끌고, 부진보다 성장을 택하려 한다.
[서울 중구=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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