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민지-김해인 모녀가 바삐 달려온 삶, 제주월챔 현장서 ‘쉼표’… 주인 부재 중인 당구장엔 김병섭이

 

 

“당구장 운영하시느라 수년간 단 하루도 못 쉰 엄마에게 ‘제주도 나들이’로 자체 휴무를 드리고팠어요.”(딸 황민지)

“덕분에 우리 딸 경기를 현장에서 처음 봐요. 그 엄청난 중압감을 견뎌내 온 우리 민지가 대견하고, 한편으론 가슴 아프기도 하네요.”(엄마 김해인)

‘2001년생 LPBA 유망주’ 황민지. 올시즌 개막전 8강 등에 힘입어 이번 ‘2024 제주 월드챔피언십’ 출전권(시즌 상금랭킹 25위)을 따냈다.

9일 저녁, 고대하던 월드챔피언십 데뷔전(김세연과의 32강 첫 경기)이다.

황민지는 호기롭게 경기에 임하려 했으나, 생전 처음 겪는 엄청난 긴장감에 짓눌려 샷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정신을 겨우 차릴 때쯤은 세트스코어 0:2로 완패한 뒤였다.

분했다. 선수데뷔 후 가장 처참한 심정의 패배감이 휘몰아쳤다. 터벅터벅 경기장을 나서는 황민지의 눈가에 스멀스멀 눈물이 맺혔다.

위로가 필요했다. 고개 들어 앞을 봤다. 자신이 프로데뷔 후 처음으로 현장을 찾아와준 어머니가 서 있었다.

그리곤 갈구하던 어머니의 따뜻한 위로가 들려왔고, 황민지의 가슴에 난 상처들이 서서히 봉합돼 아물어갔다.

여기까지가 ‘황민지의 월챔 데뷔전’ 당시 모녀의 속사정이었다.

경기직후인 9일 밤, 대회장 인근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던 두 사람과 연락이 닿아 그때의 솔직한 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앞으로 치를 수천·수만번의 경기 중 하나 졌는걸요.” 딸이 패배에 개의치 않길 바라는 엄마 김해인씨의 마음이었다.

이어 화제를 전환해 모녀의 ‘제주도 동행’ 이유를 물었다. 딸인 황민지가 제안해 이뤄졌단다.

 

‘제주 월드챔피언십’ 현장에 동행한 황민지(왼쪽)와 어머니 김해임씨. 대회장 인근 호텔에서 촬영해 보내온 모녀의 투샷 사진.

 

김해인씨는 강원도 원주에서 약 10년간 거의 연중무휴로 당구장(현 해인당구클럽)을 운영해왔다. 이런 어머니가 제주도 나들이를 통해 ‘쉼표’를 얻길 바랐다는 황민지다.

또한 “당구 싫다”던 자신을 적극 설득해 현재의 ‘월챔 출전자’로서 성장케 해준 어머니를 향한 딸의 보은이기도 했다.

스물 한 살 무렵 제대로 큐를 잡기 전까지, 고교생 황민지는 미용학원에 다니는 등 자신의 진로를 고민 중이었다.

그런 딸에게 김 씨는 취미 거리로 당구를 지속적으로 권했고, 그것이 ‘원주의 유일한 LPBA리거 배출’(현재 오수정 추가)이란 긍정적인 나비효과로서 발현된 것이다.

게다가, 김 씨는 클럽을 소규모에서 중대형 규모(중대·대대 각 8대씩)로 확장 이전하는 등 딸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현재 주인(엄마 김해인씨)이 공석인 당구장 운영이 궁금해졌다.

모녀는 “걱정없다”고 했다. 황민지의 당구 스승인 김병섭(PBA 1부 프로)이 있어 안심이다.

김병섭과 황민지는 3년 전, 황민지가 김병섭의 클럽(경기도 부천 소재)에 찾아오면서 사제의 연을 맺었다.

스승은 요즘도 매주 강원도 원주를 방문해 제자를 레슨하는 등 끈끈하게 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황민지의 스승인 깁병섭 프로(1부투어)

 

이러한 스승을 포함, 어머니는 물론, 연년생 오빠까지 열렬한 응원군이 지지하는 가운데 이번 ‘제주 월드챔피언십’을 나고 있는 황민지다. 여기에 해인당구클럽 동호회 ‘해인샷킬’ 삼촌들의 응원까지 더해진다.

이런 그가 오는 11일, 대회 32강 조별리그 2차전을 맞는다. 그 각오는 이러했다.

“선수데뷔 후 가장 못친 경기가 이번 월챔 데뷔전이에요. 이것보다 더 못할 순 없다고 봐요. 그래서 32강 2경기, 나아가 3경기는 1경기보다 무조건 잘 치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지켜봐 주세요.”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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