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견]오죽했으면 ‘독일서 굿 하자’고… ‘고진감래’ 끝 부진탈출 조명우, “올 우승? 세계선수권-월드컵 또, 국내선 多”

조명우(사진)가 28일 밤 ‘제13회 아시아캐롬선수권대회’ 3쿠션 남자부 결승전 승리 직후, 대회 현장에 마련된 회견석에 앉아 우승소감, 올시즌 초 맞은 시련과 고난 등에 관한 속내를 털어놨다. 다소 무거운 주제들이 등장했음에도, 조명우는 우승직후 피어난 ‘웃음 꽃’을 회견 끝까지 잃지 않았다.

 

2년만에 아시아3쿠션 정상을 탈환해서일까. 부진 탈출에 성공해서일까. 모처럼 조명우(서울시청/실크로드시앤티)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28일 밤 ‘제13회 아시아캐롬선수권대회’ 3쿠션 남자부 금메달리스트로 확정된 직후, 조명우는 대회 현장에서 가족, 지인, 당구계 관계자 등으로부터 진심어린 축하인사를 듬뿍 받았다.

그동안, 결승전 무대 뒤편에는 기자회견석이 꾸려졌다. 조명우는 주인공 석에 앉았고, 참관자로 아버지(조지언씨)와 여자친구(용현지, 현 LPBA)가 회견자리에 함께했다.

기자들과의 만남 시간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15분여. 그 사이 조명우는 꽤 많은 속내를 털어놨다.

질의응답 시 주요 주제는 회견 주인공의 올시즌 초 맞은 시련과 고난이었다. 그것을 고진감래 끝에 이번 대회로 극복해내기까지의 과정들이, 조명우의 입과 표정으로 상세히 전달됐다.

조명우는 ‘입’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표정’으로는 당시의 감정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가슴이 아렸을만한 사건을 기억해야만 하는 질문들이 더러 있었다. 그럼에도 조명우는 우승직후 피어난 ‘웃음꽃’을 회견 끝까지 잃지 않았다. 즉, 회견 분위기는 무척 화기애애했다.

 

회견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조명우.

 

▲우승소감은. 

=좋다. 행복하다. 올해 초 보고타3쿠션월드컵, 독일 비어슨 세계팀선수권서 부진했는데, 전국대회(제13회 국토정중앙배)와 아시아대회(제13회 아시아캐롬선수권)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사실 양구에 입성한 초반에는 ‘또 못하면 어떻하지’란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전국대회 입상(복식전 1위, 개인전 3위)과 아시아대회 우승으로 그런 걱정들이 떨쳐져 다행이다.

 

▲이번 대회 가장 힘들었던 경기는. 

=아무래도 바오프엉빈(베트남)과 맞붙은 8강전(24:44→50:48 대역전 드라마를 쓰며 승리)이다. 체력적으로 참 힘들었다. 4강전(대 르따인티엔)은 정신적으로 힘들더라.

 

▲8강전서 ‘대역전승’ 했지만, 24:44로 끌려가던 당시에 부담감은 없었나. 상대는 승리까지 단 6점, 자신은 26점이나 남았었는데. 

=스코어 차가 크더라도 잘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8강전서 크게 뒤져있을 때는 속으로 ‘누군가가 2~3이닝만에 다득점하면, 그 반대도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또 그러길(내가 다득점하길) 바라면서 열심히 경기를 했다. (오히려)47:47로 다 따라잡은 시점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부담감이 생겨났던 것 같다.

 

▲세계팀선수권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회가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을 받은 직후 가슴을 어루만지며 “아파요”라고 말한 뒤)잘 모르겠다. 열심히 잘 치려면 상대가 더 잘하고. 세계팀선수권 현장에서 (한 팀으로 출전한)허정한 선수와 농담으로 “독일(팀선수권 개최지)에서 굿 하자”는 말도 나눴었다. 하하.

개인전과 달리 팀전은 내가 못하면 민폐를 끼치는 게 되어버리잖나. 그러니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 더 안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주위 분들이 “(부담감을)내려놓고 치라”고 하시는데, 팀전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더라.

 

▲한데 그럼에도 이번 ‘국토정중앙배’ 복식전(윤도영과 한팀)서 우승했다. 그 역시 팀전 아닌가. 

=그것과는 다르다. 세계팀선수권대회는 1년에 단 한 번, 치열한 경쟁을 뚫고 랭킹 1~2위 선수로 뽑혀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대회 복식전보다)부담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듯 하다.

 

▲관련해 프로당구서 ‘팀리그’ 뛰는 여자친구(용현지, 하이원리조트)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됐을까.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듯 하다. 원채 점수가 적고(경기가 짧고), 운이 없으면 한 큐도 못 치고 나올때도 있잖나. 힘들겠구나 싶더라. 그 심정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우승직후 환하게 웃고 있는 조명우.

 

▲지난 2023년 국토정중앙배 우승(개인전) 후 아시아대회서도 우승했다. 올해 양구 국내외 대회서 흐름 또한 비슷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다. 하하. 지난해에는 국토정중앙배 개인전 1회전서 탈락하고, 아시아대회도 힘들었다. 기운이 (국내대회에서 국제대회로 곧바로)이어지나보다. 하하.

 

▲연초 부진에 빠졌었다. 이번 양구 국내외 대회 출전하기 전, 남다른 각오가 있었나. 

=보고타(3쿠션월드컵), 독일(비어슨 세계팀선수권) 가기전에 당구를 정말 많이 쳤다. 그러나 양구에 입성하기 2~3일간은 당구를 안 쳤다(18일 독일서 귀국해 22일 양구에 입성). 또 공을 엄청 치다가 양구로 가게 되면 그전과 똑같을 것 같더라.

대신 당구영상을 많이 봤다. (기자=주로 어떤 영상을 봤나?)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 사실 내가 잘 치는 영상들을 많이 봤다. 그때의 내 모습을 기억해냈다. 그렇게 마인드 콘트롤을 하면서 휴식을 가졌다. 이 방법을 슬럼프가 오면 한 번 더 써봐야겠다.

그런데 막상 공 치지 않으니 마음이 불안하더라. 경기 중 공이 잘 맞지 않을 때마다 ‘연습하고 왔어야 하나?’란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래서 다음에는 연습하고 오느게 더 좋을 것 같다. 하하.

 

▲그럼 연초 부진들을 만회했다고 생각하는지. 

=아시아선수권 우승으로 부진을 만화했다고 본다. 앞으로 잘할 것이란 자신감도 생겼다. ‘이걸(이런 좋은 경기를) 독일에서 쳤으면 우승했을 텐데’란 생각도 들더라.

 

회견직후 아버지(좌)와 기념촬영하고 있는 조명우. 아버지 조지언씨는 이날 아들의 회견 현장을 참관했다.

 

▲고마운 분들이 있다면. 

=아버지(기자회견 현장서 아들을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와 오늘 대회장으로 와 일일 매니저 해준 여자친구를 꼽고 싶다. (회견장 한켠에 앉아있던 용현지는 “오늘(28일) 낮 10시부터 와 있었다”고 전했다)

후원사인 실크로드시앤티, 서울시청, 띠오리, 허리우드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물질적 후원과 더불어 (열정적인)응원도 함께 해줘 감사하다. (윤)도영이 등 친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고마운 분들을 묻자, 아버지 여자친구 등에 이어 자신의 가슴팍에 붙은 패치들을 가리키며 후원사들에 “감사하다”고 전한 조명우.

 

▲얘기나온 김에, (8강서 역전승으로 이긴)윤도영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편집자 주=조명우는 ‘절친’ 윤도영과의 이번 전국대회(국토정중앙배) 개인전 8강전서 ’15:28→50:40′ 역전승을 거뒀다)

=사실 바오프엉빈과의 8강전서 (윤)도영이와의 경기가 떠올랐다. ‘그것도 따라잡았는데, 이것도 잡아야지’란 생각이 들더라. 이런 저런 운이 많이 따른 이번 (양구 국내-국제)대회였다.

 

조명우는 ‘절친’ 윤도영(좌)과의 이번 ‘국토정중앙배’ 개인전 8강전서 ’15:28→50:40′ 역전승을 거뒀고, 이어진 ‘아시아캐롬선수권’ 8강 바오프엉진 전에서 수세에 몰렸을 당시 역전승했던 ‘절친’과의 경기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사진의 오른쪽 장면은 자신에게 역전패 당한 친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는 조명우.

 

▲앞으로 많은 대회들이 이어질 예정인데, 우승 목표는.

=세계선수권서 또 한 번, 3쿠션월드컵서 우승하고 싶다. 국내대회 우승은 많이(하고 싶다). 하하.

 

얼싸 안으며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조지언(우)-조명우 부자.

 

[양구=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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