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당구에)위대한 유산 남기겠다”
사이그너가 프로무대에 입성하자마자 첫 대회를 우승한 직후 남긴 말이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흘러 61세의 나이로 그 약속을 지켰다. 골절상엣도 불구, 월드챔피언십 우승으로써.
세미 사이그너(웰컴저축은행)가 17일 밤 9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펼쳐진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PBA 월드챔피언십’(PBA 월드챔피언십) 결승서 륏피 체네트(하이원)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4:1(1:15, 15:2, 15:5, 15:8, 15:7)로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 상금 2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준우승 체네트의 상금 또한 7,000만원으로 고액이었다.
PBA 역대 1호 ‘튀르키예 선수 간 결승전’인 이날 대결을 사이그너는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그전까지 ‘고국 후배’ 체네트에게 프로무대 승리가 없었다. 2번 맞붙어 모두 졌다. 그 첫 승리를 ‘우승상금 2억원’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서 쟁취해낸 사이그너다.
게다가 골절상이란 어려움을 딛고서 쟁취한 우승이기에 더 빛났다.
“사이그너는 발가락이 90도로 꺾이는 부상을 입었고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는 게 사이그너 후원사 측의 전언이었고, 당사자 또한 기자회견서 “화장실 가기조차 쉽지 않은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그 부상으로 소속팀 웰컴저축은행의 시즌 5라운드와 포스트시즌 일정에 불참하게 된 데에 사이그너는 “매우 유감이었다”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1년 9개월여 전, 국제 아마무대에서 명성이 자자하던 사이그너는 그 명성이 사실에 입각한 것임을 PBA에 입성해 맞은 첫 투어(23-24시즌 개막전)만에 정상을 밟는 것으로 증명해냈다.
당시 시상식장서 그가 남긴 유명한 말이 바로 프로무대 출사표이자 선언과도 같았던 “위대한 유산…” 약속이다. 그 말을 24-25시즌 끝자락에서 월드챔피언십 우승으로 지킨 셈이다.
약속을 지킨 사이그너는 PBA 역대 최고령(61세) 우승자로 기록됐다. 종전 기록자 또한 사이그너였다. ‘데뷔전 우승’ 당시 그의 나이는 ’58세 9개월 9일로, 역대 우승자 중 가장 연장자였다.

한편, ‘튀르키예 4호 PBA 우승자’가 되려던 체네트의 의지는 ‘고국 선배’ 사이그너에 가로막혀 실현되지 못했다. 앞선 튀르키예 PBA 챔피언은 비롤 위마즈(1호) 세미 사이그너(2호) 무라트 나지 초클루(3호)다.

프로당구협회는 한 대회에서 한 경기 가장 높은 애버리지 선수에게 ‘웰컴톱랭킹’ 상을 수여한다. 이번 대회 수상자는 응오딘나이(SK렌터카)다. 32강 조별리그 2차전서 초클루(하나카드)를 3:2로 꺾으며 ‘2.672’의 애버리지를 쳐냈다.
[제주=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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