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와인전문가’ 김성하, 숙성돼가는 “LPBA 우승 꿈”… 통산 단 3승→올시즌 막판에 4연승(16강行) [인터뷰]

2시즌여 동안 통산 단 3승에 불과, 올시즌 상금랭킹 181위에 쳐져 있던 김성하가 ‘빅네임’들의 강세가 유독 도드라진 이번 2024-25시즌 마지막 정규투어 ‘웰컴저축은행 LPBA챔피언십’서 16강에 진출하는 대회 최고의 이변을 연출했다.

 

 

목표요? 오늘부터 우승이요

빅네임들의 강세가 도드라지는 이번투어에서 현시점 최고의 이변이 쓰여졌다. 2시즌여 동안 정규투어에서 고작 ‘통산 3승’에 불과했던 김성하(45)가, 이번 ‘웰컴저축은행 LPBA챔피언십’에서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펄펄 날더니 16강의 한자리를 꿰찼다.

김성하는 24일 오후 6시 펼쳐진 대회 32강전서 ‘퀸 출신’ 최혜미(웰컴저축은행)를 세트스코어 3:0(11:5, 11:9, 11:4)으로 완벽하게 꺾었다. 시즌 상금랭킹 118위(김성하)가 22위(최혜미)를 이긴 것이다. 앞선 64강선 5위(김다희)도 그의 승리의 제물이 됐다.

까딱하면 최근 공표된 ‘선수자격 상실'(최종순위 120위 아래) 처지에 처할뻔한 선수가, 일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연이은 김성하의 활약상에, 그의 경기 중계방송 채팅창에서는 “대체 저 선수는 누구냐”는 궁금이 폭발했다. 32강전서 승리직후 감격에 겨워하고 있던 김성하를 만나, 그에게 쌓여진 베일을 하나하나 벗겨내 봤다.

 

김성하(우)-최혜미(좌)의 대회 32강전 사진. 김성하가 좋은 흐름을 타며 치고나가고 있는 가운데, 대기석의 최혜미는 고민이 많은 표정을 하고 있다.

 

국제공인자격증 보유, 20년 와인전문가

목동 현대백화점 와인코너 점장 5년째

김성하는 ‘투잡’을 뛰고 있다. 본업은 20년 된 와인 전문가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와인-사케-증류주 인증시험(WSET)을 패스했고, 현재까지 5년째 목동 현대백화점 와인코너의 점장직 임무를 수행중이다. (소속업체는 롯데칠성)

“사실 요즘은 명절 대목 철이라 너무나도 바쁜 시기입니다. 바이어 응대, 고객 상담 등 기본적인 점장 업무에, 하루평균 평소보다 3배 가량 많은 1000병 이상의 와인을 취급해야 하죠.  그 와중에 겨우 짬을 내 나온 이번 대회인데 믿기 힘든 일들을 경험하고 있네요.”

이 말을 끝으로 보호대를 찬 오른쪽 팔꿈치를 어루만진다. 퇴근 시간 보통 밤 9시, 요즘 같은 대목 때는 철야도 적잖은 시기에 새벽 2~3시까지 큐를 들고 당구공과 씨름하니 팔꿈치에 무리가 가 탈이 난 것이다. 그럼에도 “기분은 최고”라며 웃어 보인다.

 

김성하는 이번 인터뷰에서 자신을 “20년 된 와인전문가”라고 밝혔다.

 

당구력 5, 마음은 진심 새벽 2~3시까지 연습

이런 오랜 전문직 종사자가 다소 생뚱맞게, 프로당구 선수를 제2 직업으로 택한 연유는 뭘까.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 취미를 모색하던 중, 학창시절에 친구 아버지 클럽에서 자주 즐기던 당구가 떠올랐어요. 한 당구장에 들러 오랜만에 큐를 잡고 공을 타격해봤는데 짜릿한 희열감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휘감았어요.”

김성하가 위에 언급한 희열감을 경험한 건 5년여 전의 일이다. 즉, 당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5년이 채 되지 않는 셈이다.

구력은 짧은 편이지만, “진심을 다해 공을 쳤다”고 김성하는 회상한다. 늦은 밤 퇴근 후 새벽 2~3시까지 당구 삼매경에 빠져 왔고, 동호회(타스)에 가입해 활동하며 체육관 전국대회에서 입상(공동3위 2회)의 기쁨도 경험했다.

 

32강전서 잠시 숨을 고르며 다음 샷을 구상중인 김성하.

 

‘43늦깎이 LPBA리거 믿어준 협회의 배려

이를 데뷔 2시즌 막판에 ‘16강진출로 부응

이처럼 당구에 푹 빠져 즐기던 김성하는 ‘더 큰물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열망이 가슴속에서 피어났다. 이에 ‘2023 LPBA 트라이아웃을 통해 프로당구 무대를 노크한다. 여기서 41명 중 18위로 최종 탈락했지만, 행운이 찾아왔다. PBA측이 그의 가능성을 믿어준 것이다.

PBA측의 배려로 김성하는 23-24시즌 모든 투어에 ‘와일드카드 선수’로 출전했고, 24-25시즌을 앞두고는 ‘우선등록선수’ 자격까지 받아 정식 LPBA 데뷔를 이루게 된다. 그에 대한 부응을 프로데뷔 2년차의 마지막 투어만에 ‘16강진출’로 부응하는 데 성공한 김성하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개인연습, 5년전이나 요즘이나 똑같은 패턴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습장은 선수들을 보며 배울 수 있고, 대회 공식 테이블 감을 익힐 수 있는 국제당구아카데미(경기 일산서구)다.

 

김성하가 32강전 승리 후 남자친구(좌), 자신의 연습장인 국제당구아카데미 측 김강현 대표(우)와 함께 기념촬영 하고 있다.

 

‘깜짝 16강’ 비결은?  

“빠르게 적응한 새 큐, 딱맞는 테이블 상태

“나머지 하나는 애인, 가족들의 응원”

김성하가 꼽은 ‘깜짝 16강’ 비결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큐다. 카본 큐를 사용하던 그는 4개월여 전부터 후원받은 몬스터 큐를 쓰고 있다. 다행히 빠르게 적응했고, 이번 호성적에 분명 적잖은 영향을 줬다는 자체 분석이다.

다음은 테이블 상태였다. PPQ~32강전 4경기 모두 “테이블 천 등이 나에게 딱 맞아, 내가 그린 그림대로 수구가 움직여 꽂히더라”는 것.

이런 호재를 등에 업고 김성하는 김민영(우리원)-이신영(휴온스) 32강전의 승자와 26일, 16강전서 8강진출을 다투게 됐다. “좌우명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하더니, 곧바로 “최선을 다해 잘 해내겠다”고 정정했다.

호성적의 비결 마지막 요소는 6년간 교제해 온 남자친구, 박의수씨였다. 생계를 위한 업무, 선수로서의 경기들이 특정 기간동안 겹쳐질 때가 적잖은 김성하는 그때마다 애인에게 푸념을 늘어놓는데, 이를 남자친구가 묵묵히 들어주고 위로와 격려까지 보내준단다.

여기에 당구를 상당히 좋아하는 동생을 비롯한 가족의 응원까지 더해지게 되면, 김성하는 “심리적 평온함”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번 투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그 평온감을 느껴왔단다.

 

남자친구와 함께 한 김성하의 승리 샷. 좌측 뒤편으로 이번투어 우승컵이 보인다.

 

투잡, 힘들지만 두마리 토끼다 잡고파

인터뷰 말미에, 김성하에게 ‘투잡러’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를 물어봤다. 잠깐 뜸을 들은 뒤 근는 “사실 당구를 잘 치고 싶어 본업을 포기할까 생각을 해본적도 있다”고 털어놓더니 “하지만 저는 와인전문가-선수로서 모두 잘해내고 싶다. 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고 힘줘 말하며 강한 각오의 눈빛을 반짝였다.

그리고는 “선수로서의 목표는 오늘, 방금 제대로 정했다. 오늘부터 우승이 목표”라며 다소 수줍게 미소를 보여줬다. ‘20년 와인전문가’의 프로당구 선수로서의 꿈, 그것이 점차 숙성단계에 들어서고 있는듯하다. 혹시 모를 일이다. ‘LPBA선수 김성하’ 와인이 이번 투어에서 더 진하게 숙성돼 덜컥 ‘꿈’을 이룰지도.

 

 

[일산=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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