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젊었을 땐 그 자체를 즐겼죠, 61세가 된 지금은 좋은 취미이자 삶의 활력소로 (당구가)제 곁에 있네요.”
1962년생, 올해로 61세(10월18일 이후 62세)인 최재동의 큐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그것도 쟁쟁한 후배들과 실력 좋은 외국선수들이 득실대는 프로당구 PBA 최상위 무대(1부)에서 말이다.
프로세계의 치열한 경쟁을 벌써 5시즌째 소화중인 그다. 버거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반대였다. 오히려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고 했다. 지난 12일 오후, 올시즌 4차투어 ‘크라운해태 PBA챔피언십 2024 한가위’ 128강전 후 최재동이 전한 말이다.
이날 경기(12일 128강전)에서 최재동은 세트스코어 0:2서 2:2로 동점을 만드는 저력을 보이며 승부치기에 돌입했으나, 아쉽게 0:1로 패하고 만다. 승부치기서 상대선수(이종훈)가 1득점 후 넘긴 포지션이 까다로웠고, 후공인 그가 이를 득점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진한 아쉬움을 느낄만한 결과였다. 그러나 최재동의 얼굴에서는 실망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운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패배는 수없이 경험해봤다”는 그는 오히려 “그래서 당구가 재미있는 것”이라며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인다.
20여년 전 선수로 큐를 잡았을 때, 그는 “승부와 경기를 통한 (당구)지식의 습득”이란 과정에서 당구의 재미를 찾곤 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61세 노장이 된 지금의 그는 삶을 지탱해주는 훌륭한 활력소로서 당구를 활용하며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단다.
“사회 친구들은 거의 다 정년퇴직했지만, 나는 아직 현역(선수)입니다. 이 나이에 몰두할 거리가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다. 하하. 투어가 다가오면 열흘 또는 그 이상을 테이블에서 집중하는 데, 그 과정이 참 재미있어요.”
이와 같은 현 심정을 전한 ‘노장’은 이어 자신을 PBA판 ‘엑스트라’라고 자처했다. 화려했던 과거를 지나, 대선배로 현재의 프로당구 판에 선 그는 “성적에 대한 마음을 비우고 취미로 당구를 즐기고 있기에 주인공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소 겸손한 자평을 한 최재동이지만, 과거의 그는 대단했고 현재도 만만찮은 베테랑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당구선수로 활약해온 그는 여러 굵직한 이력을 남긴 한국 3쿠션 대선배다. 국내에서의 빼어난 활약은 물론, 국제무대서도 딕 야스퍼스를 꺾고 ‘3쿠션 월드컵’ 4강(2015년 후루가다대회)에 오른 이력이 빛난다.
이런 그가 지난 2020-21시즌에는 트라이아웃을 통해 프로무대에 데뷔, 그로부터 이번 2024-25시즌까지 5시즌간 단 한 번의 강등 없이 1부 무대에서 생존 중이다. 그 사이에 2023년 3월 ‘크라운해태 PBA챔피언십’ 8강, 같은해 10월엔 ‘최고령 퍼펙트큐’(23/24시즌 5차전 ‘휴온스 PBA챔피언십’) 주인공이 돼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만, 당시 영광의 순간들에도 최재동은 다소 덤덤했다. 좋은 성적, 좋은 기록 등은 ‘즐기는 당구’를 실현해내는 과정의 부산물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마음은 앞서 언급한대로 지금도 유효하다.
그래서 그는 “혹 패배하더라도 아쉬움은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인터뷰 말미에 그에게 선수로서 포부를 물었다. “우승” 등의 목표치를 들을 요량이었으나 최재동은 “입상이나 우승에 대한 생각은 없다. 특히 우승은 나와 먼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현재 서울 강서구 살이중인 그의 머릿속에는 “2020년도까지 10년간 살아온 강원도로 다시 거처를 옮기고 싶다”는 바람이 우승에 대한 갈망보다 훨씬 크게 자리하고 있는 듯했다.
헌데, 그가 말한 ‘운’이 주인공에게만 주어지리란 법은 없다. 엑스트라도 소위 ‘운빨’을 받아 주인공 자리를 꿰차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스포츠 판이다. 이와 관련해 최재동은 “운이 따라준다면…”이라며 허허 웃는다. 노장의 운빨(?) 받는 그날을 올시즌 내에 볼 수 있을까. 기대해본다.
[일산=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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